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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연에서 배운 마음의 평화…'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등록 2025.07.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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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사진=마음의숲 제공) 2025.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사진=마음의숲 제공) 2025.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들불 놓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내 몸 구석구석에서 불 냄새가 났다. 내 마음의 초지에도 불을 놓은 듯 했다. 그리하여 내 마음의 초지에도 머잖아 새 풀이 돋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되었다."

시인 문태준이 다섯 번의 사계절을 제주 시골마을에서 보내면서 자연을 성찰한 내용을 담은 책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가 출간됐다. 그는 고향인 경북 김천이 첫 번째 자연이라면, 제주도는 두 번째 자연을 만난 곳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로 이사한 뒤 맞이한 첫 계절인 여름부터 시작해 가을, 겨울, 봄의 순서로 총 4부로 책을 구성했다.

자연에서 삶의 근원을 발견하고 이해한 내용을 기록하며, 이 과정에서 성숙에 도달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정원 일을 배우며 느낀 점을 묘사했다.

"풀을 뽑고 풀을 베어내 풀밭에서 나오려고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풀을 뽑고 풀을 베면서 풀밭에 있었다…그곳은 어지럽고 두렵고 피곤과 피로를 일으키는 곳이지만, 또 어느 때에는 잘 정돈되어 있고, 풀꽃과 같은 쾌감의 꽃을 선물하고, 노동의 대가가 반드시 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풀을 뽑으며 살고 있습니다 中)

무화과나무를 보며 계절의 흐름을 인식했던 경험담도 소개한다. 집 앞 무화과나무 밭을 보며 봄에 연두색의 새잎이 돋고, 초여름에 열매가 맺히고, 비로소 가을에 우리가 아는 무화과의 형태에 도달한다고 한다. 또 밭을 관리하는 할머니가 잘 익은 무화가를 팔러 가기 전 손에 쥐어줬던 추억을 말하며 할머니를 보면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어떤 것이든 한 생명이 보여주는 활동을 유심하게 바라보다 보면 우리는 거기에서 네 계절의 오고 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무화과나무의 변화를 보면서 시간이 지나감을 실감한다." (가을이 담긴 무화과나무 中)

저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성찰한 문장들은 현대문명에 지친 사회인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맑게 해준다.

아울러 흙의 냄새, 꽃의 색깔, 낙엽의 소리, 공기의 흐름 등을 느끼고 살피는 일, 한 걸음씩 자꾸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반걸음씩 물러나는 것이 비로소 평화로운 내게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꽃은 험담을 할 줄 모르고, 꽃은 불평이 없고, 꽃은 분노가 없다. 이곳에 저곳에 씨앗을 심고 구근을 심었더니 이곳에 저곳에 동시에 혹은 시차를 두고 꽃들이 핀다." (꽃은 험달할 줄 모르고 中)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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