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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오명 60년 만에 벗을까…최말자 사건 재심 선고 눈앞

등록 2025.09.06 05:00:00수정 2025.09.06 0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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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부산지법서 재심 선고공판

앞서 검찰, 무죄 구형하며 최씨에게 사죄

사법부 과거 오류 바로잡는 판결될 전망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성폭행범의 혀를 깨문 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최말자씨가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서 검찰의 무죄 구형을 받고 환호를 표하고 있다. 2025.07.23.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성폭행범의 혀를 깨문 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최말자씨가 2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서 검찰의 무죄 구형을 받고 환호를 표하고 있다. 2025.07.23.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 '가해자'가 된 최말자씨. 잘못된 판결의 한을 60년간 마음에 품고 살아온 최씨는 법원의 무죄 선고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사법부의 과거 오류를 바로잡는 이번 판결로 최씨가 바라왔던 '정의로운 사회'가 뒤늦게나마 실현될 수 있을까.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오는 10일 오후 2시 352호 법정에서 최씨의 재심 선고기일을 연다. 2020년 5월6일 재심 청구서가 법원에 접수된 지 5년여 만이다.

이날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최씨에게 무죄를 구형하며 직접 고개를 숙인 모습은 사법부의 그릇됨을 인정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남아있어서다.

최씨가 그토록 기다려온 무죄, 사건의 발단은 무려 61년 전이다. 1964년 5월 노모씨는 당시 19살이었던 최씨를 성폭행하려 했다. 최씨는 이에 몸부림치며 강하게 저항했고, 성폭행범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그의 혀를 깨물었다.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중상해 혐의로 가해자가 됐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검사의 부적법한 구속과 자백 요구, 모욕적인 언행에 더해 재판부는 최씨에게 성폭행범과의 결혼을 종용했다.

최씨는 결국 이듬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성폭력 혐의는 미수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노씨보다 더 중한 형이 최씨에게 내려졌다. 사법부의 이 같은 판단은 최씨를 수십 년간 억울함에 살게 했다.

1980년대부터 최씨와 유사한 사건에 무혐의,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최씨의 사건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이는 형법 교과서에 '혀 절단 사건'으로 자주 인용되는 판례가 됐다.

[서울=뉴시스] 6일 오후 부산여성의전화 외 384개 여성·시민 사회 단체는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 을 열고 부산지방법원에 최말자씨 사건의 재심 청구서를 접수했다. 2020.05.07 (사진=부산여성의전화 제공)

[서울=뉴시스] 6일 오후 부산여성의전화 외 384개 여성·시민 사회 단체는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 을 열고 부산지방법원에 최말자씨 사건의 재심 청구서를 접수했다. 2020.05.07 (사진=부산여성의전화 제공)


최씨는 56년 만에 용기를 냈다. 한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2020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이는 1·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지난해 대법원의 파기환송, 올해 부산고법이 재심을 결정한 끝에 재판이 열리게 됐다.

지난 재판에서 최씨는 "국가는 1964년 그날의 사건을 어떠한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후손들은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이라며 소망했다.

이번 판결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하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이 사법부의 시각 변화를 나타내면서도 추후 발생하는 유사 사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의 재심에는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최씨 측 변호인이 마지막 변론에서 말했듯이 "과거에도 무죄였고 지금도 무죄"라는 외침이 올곧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의로 나아가는 사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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