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뉴시스 한류엑스포]박천휴 "'해피엔딩' 토니상 이후에도 본질·정서 달라진 거 없어요"
서울시장상 수상…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작가
"무대, 개인적인 이야기에 대한 공감 얻는 가장 적합한 장소"
"서울, 제 이야기 배경…예술가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공간"
![[서울=뉴시스] 박천휴 작가. (사진 = 뉴시스 DB) 2025.09.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08/NISI20250908_0001937116_web.jpg?rnd=20250908053632)
[서울=뉴시스] 박천휴 작가. (사진 = 뉴시스 DB) 2025.09.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토니상 6관왕에 빛나는 국산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의 예술적 가장 큰 무기는 이를 바탕으로 한 '크로스 컬처(Cross Culture)'와 '다방면'이다.
박 작가가 지난달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7회 뉴시스 한류엑스포'에서 서울시장상을 받은 이유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을 받으면서 단숨에 K-뮤지컬의 선봉이 됐다.
박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2007년 뮤직큐브 소속의 작사가로 데뷔했다. 에반 '울어도 괜찮아', 박상민 '거친 인생' 등을 작사했다. 이후 박 작가는 미국 뉴욕대 학부 미술 전공의 문을 두드렸고 2008년께 뉴욕대 대학원에서 뮤지컬을 전공하던 윌 애런슨 작곡가를 만났다. 두 사람은 2012년 국내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첫 협업하며 '윌휴 콤비'의 전설을 만들었다.
지난 6월 '제78회 토니상'에서 6관왕을 받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들의 두 번째 협업작으로, 2016년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했다. 근미래 서울과 제주도가 배경.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작년 11월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초반엔 티켓 판매율이 저조했으나, 극 중 장면에서 이름을 따온 팬덤 '반딧불이들'이 형성되며 입소문이 났다. 한국인 주인 설정이 유지되고, 반려식물 이름이 우리말 '화분'(HwaBoon)이 그대로 등장하는 등 한국적인 것들로 현지에서 교감했다.
토니상에선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무대 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어 최다 수상작이 됐다. 박 작가는 애런슨 작곡가와 공동으로 극본상과 음악상 트로피를 받았다. 윌휴 콤비는 이후 제강점기 '동양 최고의 테너'로 불렸던 이인선(1907~1960)을 모티브로 삼은 '일 테노레'와 1969년 서울 제과점이 배경인 '고스트 베이커리'도 협업했다. 두 작품 역시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한국적인 요소가 배어 있는데 모두 미국 공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음은 시상식 당일 박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
-2017년 6월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수많은 말들이 감명 깊었지만 '자기 목소리, 자신의 주장이 있어야 해요. 엄청난 사건이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고, 관객들이 자신과 연관지을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은 특히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이건 개별성의 보편화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공통된 걸 끄집어내는 데 가장 생생한 예술 장르가 공연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해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감해요. 그 해석에. 사실은 무대 예술, 공연 예술은 가장 오래된 예술의 형태 중 하나거든요. 대중문화인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훨씬 오래된 형태의 예술이죠. 사람들이 극장에 가서 공연을 보는 건 '무대 위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사실 나와 그렇게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며 어떤 인간성을 확인하고, 인생이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리마인드를 하는 기회거든요. 그래서 극장이라는 공간이 무대라는 공간이, 관객에게 개인적인 이야기에 대한 공감을 얻는 '가장 적합한 장소' 중 하나라는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비롯 '번지점프를 하다' '일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 작가님의 작품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통적으로 배어 있어요. 이런 정서의 원형질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작가라는 한 아티스트 이전에 제 개인의 정서 자체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어떤 노스탤지어가 강해요. 시간의 유한함, 인생의 유한함에 대한 공포를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아마 그런 정서들이 제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작가님과 애런슨 작곡가님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디어 에반 한센'의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나타샤와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위대한 혜성'의 데이브 말로이와 함께 새로운 젊은 세대의 크로스컬처 감성, 감정을 대변하며 신(新) '뮤지컬 황금세대'에 속해 있다고 봐요.
"그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브로드웨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화려한 군무나 의상, 화려한 무대로 대변되는 어떠한 표면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저희 또래의 브로드웨이 창작자들이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서 아주 작고 내밀한 이야기도 뮤지컬로서 관객들에게 뜻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세대가 아닌가 해요. 방금 말씀하신 창작자들도 현대에 와서 뮤지컬이라는 예술 형태를 가질 수 있는 정서적인 폭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굉장히 애를 쓰고 있는데, 그들과 비교되는 게 되게 영광스럽다고 생각하고요. 저희도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정서적인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동시대성을 충분히 가지는 창작자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흐르는 미래의 메트로폴리탄 서울'이 콘셉트죠. 서울시장상을 받으신 만큼 서울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은데요. 작가님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서울은 제가 지금까지 40년 남짓 살아오면서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낸 곳이거든요. 그리고 어렸을 때 창작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저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형성되는 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제 이야기 속 배경이 서울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예술가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미국 토니상을 받은 이후 삶에서 가장 달라진 건 무엇인가요? 제가 봤을 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똑같아서 놀랐어요.
"지금과 같은 옷을 입고 이런 자리에 오게 됐다는 것이 달라진 것 같고요. 사실 작가로서 한 사람으로서 저의 어떤 본질이나 저의 정서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앞으로도 K-콘텐츠, K-컬처가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데 저도 열심히 노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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