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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별세…'정도경영'의 상징 떠나다

등록 2025.10.09 10:04:26수정 2025.10.09 10: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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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산업 현장 지킨 정도의 리더십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도전의 역사

4500만 달러로 완성한 제련소 신화

기술혁신·투명경영으로 일군 세계 1위

사람 중심 철학으로 38년 무분규 달성

나눔과 교육 실천한 진정한 기업인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려아연 최창걸 명예회장의 빈소에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등이 조문했다. 앞서 7일에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조문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의 근조화환도 놓였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5.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8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려아연 최창걸 명예회장의 빈소에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등이 조문했다. 앞서 7일에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조문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의 근조화환도 놓였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5.10.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비철금속 산업의 산증인이자 정도경영의 상징으로 불린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반세기 넘게 고려아연을 세계 1위 종합제련기업으로 일군 그는 신뢰와 원칙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의 성장과 함께한 대표적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은 지난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임종은 부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아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켰다.

장례는 지난 7일부터 4일간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맡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8시에 열린다.

'도전'으로 일군 세계 제련의 신화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난 최 명예회장은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멤버로 참여해 반세기 동안 회사를 세계적 비철금속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자원 빈국이던 한국에서 기술과 자본,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도 세계 제련소들과 경쟁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냈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신념으로 삼았던 그는 창립 초기부터 직접 설계와 건설에 참여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리더로 불렸다.

그의 경영 인생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국제금융공사(IFC)와의 자금 협상이다. IFC가 7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련소 건설 사업을 그는 4500만 달러로 완성했다. 턴키방식 대신 직접 구매와 시공을 택한 그의 결단은 이후 신의 한 수로 불리며 한국 산업사에 남았다.

최 명예회장은 "혁신은 이미 늦은 것이다. 매일 조금씩 발전해야 한다"며 하루하루의 변화와 기본을 강조했다.

그가 세운 '정도경영'은 단기 실적보다 꾸준함을, 스타플레이어보다 조직력을 중시하는 문화로 이어졌다. 그는 2014년 창립 40주년 인터뷰에서 "누구 하나의 성과가 아니라 전 직원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탄탄한 조직력이 곧 고려아연의 힘"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경영철학은 회사의 성장과 위기 극복에도 깊게 배어 있다. 그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기술연구소 설립과 공정 개선을 주도하며 DRS공법과 아연·연 통합공정을 도입했다.

1990년 기업공개를 단행해 투명경영의 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해외 사업을 확장하며 호주 SMC 제련소 설립으로 글로벌 제련 사업을 확대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6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5.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6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5.10.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람 중심 경영으로 이룬 상생의 기업

이러한 노력의 결과, 고려아연은 창립 초기 연간 아연 생산량 5만톤에서 현재 65만톤 수준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약 114억원에서 약 12조원으로 늘었고, 시가총액은 최대 20조원에 이르렀다.

고려아연은 전 세계 제련소를 대표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와 벤치마크 제련수수료(TC)를 협상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 명예회장은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철학을 지켰다. 구조조정 대신 상생을 선택했고,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38년 무분규·10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고려아연은 임직원 모두의 것"이라는 그의 신념은 공동체적 기업문화를 정착시켰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섰다. 1981년 명진보육원 후원을 시작으로 장학사업, 복지기관 지원, 임직원 기본급 1% 기부운동을 추진했다.

그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일보다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인 유중근 이사장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고, 2013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최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아들 최윤범 회장은 현장 중심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소재·자원순환)' 3대 신사업을 추진하며 부친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록히드마틴과 전략광물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100년 가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다. 우리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이룰 것도 많다." 큰 족적을 남긴 고인의 이 한마디는 여전히 고려아연과 한국 산업계에 울림을 남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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