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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죄과 참회합니다" 손 맞잡은 충무공-적장의 후손

등록 2025.10.10 15:32:19수정 2025.10.10 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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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가산사에서 보훈부 주최 '한일평화의 날'서 '헌주'

왜장 후손, 충무공 후손과 악수…"참회·용서·화해로 한일평화 꾀해야"

[옥천=뉴시스] 연종영 기자 = 국가보훈부가 10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 조계종 가산사에서 개최한 ‘대한 광복 80주년 기념 및 한일 평화의 날 행사’에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유린한 왜장의 후손 히로세 유이치(왼쪽)씨와 히사가케 소마씨가 헌주한후 합장하고 있다. 2025.10.10. jyy@newsis.com

[옥천=뉴시스] 연종영 기자 = 국가보훈부가 10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 조계종 가산사에서 개최한 ‘대한 광복 80주년 기념 및 한일 평화의 날 행사’에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유린한 왜장의 후손 히로세 유이치(왼쪽)씨와 히사가케 소마씨가 헌주한후 합장하고 있다. 2025.10.10. [email protected]


[옥천=뉴시스]연종영 기자 = 임진왜란(1592~1598) 때 조선을 유린했던 왜장의 후손 2명이 한국 땅에서 그들의 선조를 대신해 사죄했다.

10일 오후 충북 옥천군 안내면 조계종 가산사에서는 국가보훈부가 ‘대한 광복 80주년 기념 및 한일 평화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왜장의 후손은 히사가케 소마(24)씨와 히로세 유이치(70)씨다.

왜장의 후손이 직접 한국에 찾아와 조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참회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전쟁이 발발한 1592년을 기점으로 하면 433년 만의 참회다.

소마씨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땅을 짓밟았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휘하의 5진(陣) 소속 왜장 쵸소 가베모토치카의 17세 손이고, 유이치씨는 6진 소속 왜장 가라스마 구로노 카미 미찌도모의 17세 손이다.

행사 직전 유이치씨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 이종학씨와 손을 맞잡고 10여 분간 대화했다. 그는 "우리 조상의 죄과를 조금이라도 씻기 위해 한국에 찾아왔다"고 했다.
[옥천=뉴시스] 연종영 기자 = 국가보훈부가 10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 조계종 가산사에서 개최한 ‘대한 광복 80주년 기념 및 한일 평화의 날 행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 이종학(왼쪽)씨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유린한 왜장 도리다 이치의 후손 히로세 유이치씨가 손을 맞잡으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10. jyy@newsis.com

[옥천=뉴시스] 연종영 기자 = 국가보훈부가 10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 조계종 가산사에서 개최한 ‘대한 광복 80주년 기념 및 한일 평화의 날 행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 이종학(왼쪽)씨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유린한 왜장 도리다 이치의 후손 히로세 유이치씨가 손을 맞잡으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10. [email protected]


부산 신라대에서 강의한 경험도 있는 유이치씨는 의사소통 가능한 한국어로 "(일본 사가현) 나고야성 박물관에 거북선이 전시돼있다"면서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소마씨와 유이치씨는 가산사 '2천4백 순국충혼위령탑' 제단에 헌주하고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호국영령에게 올린 술은 사케(청주) '울산'과 '적주(赤酒)'다. 왜란 당시 울산 등지에서 왜군에 잡혀 일본으로 끌려간 전통주 장인이 빚었다는, 아픈 역사를 담은 술이다.

유이치씨는 "참회의 마음으로 영령을 위로하는 의미로 이 술을 골라 헌주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이제는 참회와 용서, 화해로 한일평화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한일 양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도 했다. ‘참회’ ‘화해’ ‘평화’란 붓글씨로 세 가지 족자를 만들어 왜장 후손과 피해자 후손, 국가보훈부가 한 점씩 보관하는 의미다.

가산사는 신라 성덕왕 때 창건된 '호국사찰'이다. 왜란 때는 의병·승병의 훈련소로 활용하던 곳이다. 지금은 의병장 조헌과 승병장 영규대사의 진영(초상화)을 봉안하고 매년 제향을 올리고 있다.

왜장의 후손들은 이 행사를 마친 후 청주에 있는 단재 신채호 선생 묘소와 의암 손병희 선생 생가를 둘러보고,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가 마련한 공연(연극 '자혜, 그 누구도 아닌')도 관람했다.

11일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후 일본으로 출국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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