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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상징' 연탄, 역사 속으로?…2028년 보조금 폐지

등록 2025.10.30 14: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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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업계 "연탄 한장 당 1200원…이제는 사치품?"

"연탄 한 장으로 버텨온 서민의 겨울이 사라진다"

태백시 삼수동 강원연료 연탄공장에서 30일 한 직원이 소형 트럭에 연탄을 적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시 삼수동 강원연료 연탄공장에서 30일 한 직원이 소형 트럭에 연탄을 적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한때 대한민국 겨울의 상징이던 연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개발시대의 ‘국민연료’로 불리며 김장철과 함께 월동준비 필수품이던 연탄이 값싸고 편리한 석유와 가스에 밀린 데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찬밥 신세를 넘어, 존재 자체가 위태로운 신세가 됐다.

30일 대한석탄협회와 연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8년부터 연탄보조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현재 장당 800원인 연탄 가격은 운반비를 포함해 최대 1200원 이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전국 4만5000가구가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고 있으며, 원예농가까지 포함하면 타격은 훨씬 클 전망이다.

1970년대 연탄파동 당시, 연탄값 폭등에 분노한 가정주부들이 연탄집게를 들고 시위하던 풍경은 서민의 겨울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반세기 뒤, 연탄은 다시금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강원 태백시 삼수동의 강원연료 연탄공장은 전국 16개 연탄공장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1000만장을 판매했으나 올해는 900만장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강원연료에서 생산된 연탄은 태백과 도계를 비롯해 경기도 여주, 충북 제천, 경북 울진·봉화, 강원 인제·홍천 등 전국 각지로 공급된다. 이 가운데 제천은 연간 300만장 이상을 소비하는 최대 고객지다.

강창석 강원연료 사장은 “시설을 멈출 수도 없어 돌리긴 하지만, 올해부터는 확실한 적자가 예상된다”며 “보조금이 끊기면 전국 연탄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백 강원연료 공장의 생산량은 하루 최대 15만장이지만 인력난으로 실제 가동은 12만장이 한계다. 연탄공장 1곳을 유지하려면 최소 월 100만장 이상을 팔아야 흑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연탄공장 16곳은 강원 4곳(태백·도계·강릉·영월), 경북 5곳, 충북 3곳, 경기·대전·충남·전북 각 1곳뿐이다. 이들 모두가 지금 “내년엔 문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특히 삼척 도계읍 경동탄광은 2028년 폐광이 예정돼 있다. 현재 민수용 연탄공장에 연간 34만4000t의 무연탄을 공급하고 있는데 보조금 폐지와 함께 연탄 생산이 중단되면 전국의 연탄가구들은 대체 난방수단 없이 한파 속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 들어 ‘탈석탄’ 기조는 더 강해졌다. 그러나 속도전에 비해 서민 난방 대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연탄 소비량은 2024년 기준 약 9560만장에 달한다.

연탄은 시장 자율 품목으로 지정돼 지역별 가격 격차가 크다. 태백에서 출하되는 연탄은 800원 수준이지만, 인제·고성 등에서는 운반비 탓에 1000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2028년부터 보조금이 사라지면 연탄 한 장이 1200원이 넘는 ‘사치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태백시 삼수동 강원연료 연탄공장에서 400장의 연탄을 비닐로 포장하는 자동화 설비를 강창석 사장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시 삼수동 강원연료 연탄공장에서 400장의 연탄을 비닐로 포장하는 자동화 설비를 강창석 사장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강창석 사장은 “비싼 돈 들여 만든 공장을 놀릴 수도, 돌릴 수도 없는 처지”라며 “지난해까진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올해부터는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한편 연탄과 석탄산업의 상징이던 대한석탄협회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불릴 만큼 위세를 떨쳤지만 탈석탄 시대로 지금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모닥불”처럼 존재조차 희미해졌다.

석탄협회 관계자는 “연탄이 사라지면 단지 산업의 종말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서민 난방 대책 없이 보조금부터 끊는 건 정책의 역설”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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