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노 피플 존'은 외면해 온 틈을 더듬는 '치실' 같은 소설" [문화人터뷰]
9년 만에 소설집 '노 피플 존' 출간…단편 9편 담아
돌봄, 부동산, 경쟁심리, 성폭력 등 사회문제 응시
"'지금, 여기'를 놓지 않으려해…내 소설은 그런 역할"
"단편 엮으며 '사람과 사람 관계'에 대한 관심 확인"
내년 새 장편 출간 계획…"서울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서울=뉴시스] 작가 정이현. (사진=문학동네 제공 ⓒ해란) 2025.1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05/NISI20251105_0001985216_web.jpg?rnd=20251105170222)
[서울=뉴시스] 작가 정이현. (사진=문학동네 제공 ⓒ해란) 2025.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불편하고 찜찜했지만 애써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며 살게했던, 그 원인을 응시하는 시도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를 더 깊게 탐색할 수 있고, 제 소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이현 작가가 9년 만에 소설집 '노 피플 존'(문학동네)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에도 현실의 좁은 골목과 내면의 그림자를 동시에 응시한다.
정이현은 이번 소설집을 '치실'에 비유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아주 좁고 깊은 틈새를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노 피플 존'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세계가 팬데믹을 겪고 다시 일상을 회복해가는 동안 쓴 9편의 단편을 묶었다. 그는 돌봄, 부동산, 경쟁심리, 성폭력 등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지만 쉽게 말하지 않는 주제를 깊숙이 파고든다.
뉴시스와 서면으로 만난 정이현은 "(단편을) 엮는 작업을 하며 다시 읽는 동안 제 소설적 관심사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록작들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엮을 수는 없더라도, 서로 비슷한 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한데 모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가 사회를 깊게 관찰하는 태도는 데뷔 시절부터의 다짐에서 비롯됐다.
"'지금 여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 저의 유일한 결심이었어요. 당대를 저만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9편 중 최신작인 '실패담 크루'는 서로의 실패담을 공유하며 누가 더 실패했는지 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떠한 행위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미덕으로 꼽히는 최근의 흐름을 그는 긍정적인 시너지가 아닌 '실패'에 집중했다.
정이현은 "실패를 말할 자격은 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늘 있었다"며 "현실에선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로 그 경험을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한채 사라지고 있어 실패담을 나누는 이들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선을 이끄는건 크루 멤버들의 직업이다. 실패를 말하는 이들은 변호사, 병원장, 기업 사장 등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군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어떤 인생이든 실패라는 감각을 전혀 느껴보지 못한 인생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등장인물들은) 열패감이 드는 실패의 경험을 타인에게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모임에서 서로 치명적이지 않은 실패를 여유롭게 나누며 그것을 일종의 사교의 소재로 사용하는 자리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노 피플 존'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5.1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05/NISI20251105_0001985221_web.jpg?rnd=20251105170408)
[서울=뉴시스] '노 피플 존'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5.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소설집의 제목은 단편 '단 하나의 아이'에서 가져왔다. 주인공 한나는 타인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매장 밖으로 내걸리던 '노 키즈 존'이 이제는 개인의 내면으로 확장된 셈이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가 되진 않고 싶은 모순. 정이현은 그 경계를 파고 든다.
"(혼자이고 싶지만 고립은 두려운)그 감정은 저 만이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이 시대의 보편적 정서가 아닐까 합니다. 고립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이라는 모순적인 양면성은 개인을 그 경계에서 서성이게 만들죠."
한나는 아이를 돌봐주는 회사에 입사해 아이들과 교류하며 타인에 대한 벽을 허물고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정이현은 "타인과의 관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직업적 관점에서 돌봄 선생님을 택한 한나가 '진짜 관계'를 통해서 달라진다"면서 "'노 피플'이 '단 하나'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가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이현은 2002년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첫 장편 '달콤한 나의 도시'(2006)가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정이현은 내년에 새 장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시작한 이야기인데…어쩌면 그보다는 욕망의 도시 서울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듯합니다."
![[서울=뉴시스] 작가 정이현. (사진=문학동네 제공 ⓒ해란) 2025.1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05/NISI20251105_0001985217_web.jpg?rnd=2025110517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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