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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해자·가해자 경계 무너진 스캠 범죄…지속가능 국제공조 시급"(종합)

등록 2025.11.14 17: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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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서 코리아 전담반 출범해 공조체계 강화

AI 기반 초국가 범죄로 진화…"단속만으로 한계"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한국국제조직범죄학회는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와 공동으로 '온라인 스캠 범죄 변화 양상과 한국의 대응과제'를 주제로 정기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2025.11.14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한국국제조직범죄학회는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와 공동으로 '온라인 스캠 범죄 변화 양상과 한국의 대응과제'를 주제로 정기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2025.11.14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에 대해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 연결고리가 사라진 초국가적 범죄"라고 진단하며 지속 가능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은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서 출범한 '코리아 전담반'을 중심으로 현지 경찰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존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정수온 경찰청 인터폴공조계장은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국제조직범죄학회 주최로 열린 '온라인 스캠 범죄 변화 양상과 한국의 대응과제' 심포지엄에서 "최근 캄보디아 사태에서 드러난 스캠 범죄의 특징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연결고리가 사라졌다는 점"이라며 "피해자도 자기가 누구한테 당했는지 모르고, 가해자도 누구한테 뜯어냈는지 모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조직은 다국적이며 역할도 분업화돼 있어 어느 한 국가의 수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첩보·증거를 신속히 교환할 체계를 각국이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단속과 관련해 경찰은 캄보디아에 신설된 '코리아 전담반'이 기존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보다 한 단계 발전한 대응 체계라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수사기관에 소속돼 상주하는 한국인 경찰관을 의미한다.

정 계장은 "코리아 전담반은 기존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보다 많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실질적인 공조 체계를 갖췄다"며 "단기 성과보다는 현지 경찰과의 지속가능한 협력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코리아 전담반에 경찰관 7명을 이달 중 파견할 예정이다.

또 그는 "5년 전만 해도 도피사범 1위 국가는 중국이었지만, 현재는 캄보디아가 그 수를 넘어섰다"며 "향후 인접국으로 범죄가 확산될 가능성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2017년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로 근무했던 이지훈 경감은 "코리안데스크의 실효성은 100%라고 본다"며 "현지 경찰이 외국인 사건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경찰이 함께 있으면 초동 대응부터 수사까지 실질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사태는 한국 조직과 중국 조직이 연계된 최초의 대규모 사례로 보인다"며 "국내 피해를 줄이려면 해외에 있는 한국인 총책을 집중적으로 검거하고 송환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피해자와 가해자 구분의 어려움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 경감은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 가운데 실제 피해자도 있지만, 일부는 조직원 지시에 따라 허위 진술한 사례도 있었다"며 "검찰 수사 결과, 납치됐다고 주장한 일부 인원이 사실상 실행자로 활동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 계장은 "초기엔 속아서 간 사람이 많았지만, 현재는 알고 가담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심민규 나사렛대 교수는 "스캠 공장에서 나온 이들을 일률적으로 사기 공범으로 볼 수는 없지만, 반대로 피해자인 척 가담하는 사례도 있어 피해자성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정부도 온라인 스캠 대응을 위한 다부처 연계에 나섰다. 저스틴 장 미국 연방수사국(FBI) 지부장은 "FBI, 국무부, 재무부가 연계해 형사처벌, 자산 동결, 외교적 조정까지 포함하는 다각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스캠 거점인 프린스그룹에 대해서도 가상자산 지갑 차단 등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경찰이 추진 중인 브레이킹 체인스 작전은 FBI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양자 공조를 넘어선 다자 협력 구조가 필요하며, 한국과 같은 파트너와의 공동대응을 확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스캠의 기술·산업적 진화와 이에 따른 제도적 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지은 상명대학교 경찰법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기반 딥페이크와 계정 탈취, 대량 상호작용 시스템 등이 결합해 범죄 수행 비용은 낮아지고, 외주·임대 형태로 누구나 범행에 가담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캠 범죄가 초국가적 복합 범죄로 발전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캠 조직의 출신국은 99개국 이상으로, 하나의 팬데믹처럼 초국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해킹, 인신매매, 자금세탁 등과 복합적으로 연계되며 개인 차원을 넘어선 안보 위협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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