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문화유산-재개발 충돌' 종묘·세운 말고도 수두룩…공사 중단 반복

등록 2025.11.24 09: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990~2000년대 문화유산은 '개발 사업의 적'

풍납토성 발굴된 풍납동, 20년 이상 공사 중단

2000년대 초 종로 등 도심 공사 중단 일상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2025.11.0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2025.11.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정면충돌 중인 가운데 서울 시내에서 문화유산을 발굴 보존하려는 세력과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세력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에 흩어져 있는 매장 문화유산들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장애 요소로 인식됐다. 땅을 파 보기 전까지는 실체를 알 수 없고 발견된 이후에도 처치 곤란한 대상으로 여겨졌다.

개발 주체와 문화유산 관리국, 거주민들이 갈등을 겪는 사이 도굴꾼들이 출몰해 문화유산을 훼손하거나 훔쳐갔다. 공사 중 문화유산이 이미 훼손된 뒤 언론에 보도되는 예가 많았다.

이현주(서울대)는 '도심부 매장문화재 활용을 위한 공간 계획-서울 도심 재개발 구역 발굴 유구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경부고속철도 건설과 택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 공사가 급증했던 1990년대~2000년대 초는 보존과 개발 사이의 갈등이 가장 심화됐던 시기로 (문화유산은) '개발 사업의 적'으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건설 공사 시행자 부담 주의가 정착되면서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됐다.
백제시대 성곽인 송파구 풍납토성에서 유물이 나온 후 국가유산재청이 건축 규제를 적용했고 이후 이 지역에서는 20년 넘게 개발이 사실상 멈춰 있다. 지하 2m 이상 땅을 팔 수 없고 7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실정이다.

1980년대 지어진 풍납동 건물들이 급속하게 노후화되는 가운데 주거 환경이 악화되고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 풍납토성 경당 연립 재건축 사업의 경우 문화유산 발굴 때문에 사업이 늦춰지자 관련 시행사와 주민이 자발적으로 문화유산을 훼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서울 풍납토성. (사진=서울시 제공). 2024.10.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 풍납토성. (사진=서울시 제공). 2024.10.04. [email protected]

2000년대 초반 서울 도심에서 이뤄진 재개발에서도 조선시대 문화유산 발굴이 걸림돌이 됐다.

현재 르메이에르 빌딩이 위치한 종로구 청진6구역 재개발 사업은 2004년 1월 착공했지만 기존 건물들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시전행랑 관련 유물이 발견돼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유물 발견부터 발굴까지 약 10개월이 걸렸고 이는 개발사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했다.

2005년 착공 예정이었던 종로2가 40번지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16세기 시전행랑 건물지, 피맛길 등이 확인됐다. 2008년 2차 발굴 결과 15세기 시전행랑 건물지와 피맛길, 수로 등이 발굴됐다. 발굴로 인한 공기 지연, 발굴 비용 부담 때문에 2011년 건축주가 자금난을 겪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조성 과정에서도 문화유산 확인을 위해 2008년 1월 9일부터 7월 31일까지 시굴 조사가 이뤄졌고 한양도성 성벽과 조선시대 건물터 등이 출토됐다. 2008년 5월부터 시작한 발굴은 2009년 6월까지 진행됐다.

2020년대 들어서도 재개발 현장에서 문화유산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2021년 11월 착공과 동시에 백제시대 집터와 구덩이가 발굴되면서 사업이 중단됐었다.

남서울아파트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남서울아파트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내년 2월까지 매장 문화유산 발굴이 이뤄진다.

지난 10월 착공을 앞두고 있던 영등포구 신길10구역(남서울아파트 재건축)에서는 공사 직전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지층이 발견돼 공사 일정이 5개월가량 연기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재개발 사업 관련 관계자는 "재개발 공사는 PF 대출을 받아서 추진하므로 시간이 돈"이라며 "문화유산이 발견되면 건설회사나 주민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이자 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범수(광운대)는 '매장문화재 발굴에 따른 재산권 제한과 손실보상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건설 공사 과정에서 유물이 드러나면 문화재보존지역, 문화재보호구역, 고도보존지역 등으로 지정돼 건축물의 신·증·개축 제한으로 사실상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국가가 매장 문화재 발굴에 있어 보상 없는 강요된 책임 규정만 강제하다 보니 매장 문화재 발굴로 인한 토지 소유자나 사업 시행자의 재산상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헌법이 규정한 개인의 재산권 보장에는 무책임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