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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선원 사살” vs “합법적 공격”…美 마약선 ‘2차 공격’ 민주-공화 공방

등록 2025.12.05 07:11:33수정 2025.12.05 0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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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코튼 “전적으로 합법적이고 필요한 공격”

민주 하인스 “악당들이지만 난파선 선원들을 공격한 것”

브래들리 제독, 헤그세스 장관의 사살 명령은 부인

[AP/뉴시스] 미군의 9월 2일 카리브해 마약선박 2차 공격에 대해 4일 미 의회에서 비공개 보고를 한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2025.12.05.  *재판매 및 DB 금지

[AP/뉴시스] 미군의 9월 2일 카리브해 마약선박 2차 공격에 대해 4일 미 의회에서 비공개 보고를 한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2025.12.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군의 9월 카리브해 마약 운반선에 대한 ‘2차 공격’을 직접 지휘한 해군 제독이 4일 의회에서 증언하고 공격 당시의 영상을 본 뒤에도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날선 공방을 계속했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프랭크 브래들리 제독은 이날 댄 케인 미 합참의장과 함께 의회 상하원 군사위원회 및 정보위원회의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에게 마약선 공격을 비공개로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서는 9월 해군의 공격 상황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이날 비공개 보고에서 케인 의장과 브래들리 제독은 의원들에게 ‘2차 공격’을 한 결정을 옹호했다고 NYT는 전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9월 2일 마약 선박에 대한 1차 공격과 생존자들을 죽이고 배를 가라앉힌 2차 후속 공격에 대한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본 후에도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렸다.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인 짐 하임스의원(민주·코네티컷)은 “영상을 보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미군이 난파선 선원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마약 운반자들은) 악당들이지만 난파선 선원들을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인스 의원은 “그들은 마약을 운반하고 있었지만 (공격을 받을 당시에는) 어떤 식으로든 임무를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동 수단이 없고 파괴된 선박을 탄 두 사람이 극심한 고통 속에 있었는데 미국이 그들을 사살했다”고 말했다.

하임스 의원은 2일 공격 영상에 대해 “내가 공직에 있는 동안 본 것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 중 하나”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로드아일랜드)은  브리핑 후 “매우 당황했다”며 해당 영상을 대중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 브리핑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활동의 본질에 대한 나의 최악의 우려를 확인시켜 주었다”며 “상원 군사위원회가 이 작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문서 및 사실을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이유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릭 크로포드 하원 정보위원장(공화·아칸소)은 2차 공습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로포드 위원장은 국방부가 ‘매우 전문적인 방식’으로 공습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공화·아칸소)도 이번 공습이 ‘전적으로 합법적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튼 위원장은 공습 영상을 검토한 후 기자들에게 “소말리아나 예멘 해안에서 배를 폭파한 후, 테러리스트가 있거나 폭발물, 미사일이 있는 경우 다시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브래들리 제독과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정확히 행동했다”고 말했다.

코튼 위원장은 영상에 두 명의 생존자가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을 실은 배를 뒤집으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후속 미사일 공격은 군 지휘관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의 ’마약선 2차 공격’ 논란은 9월 2일 카리브해 마약선에 대한 공격이 합법적이고 필요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보고를 받은 의원들에 따르면 미군은 총 4발의 미사일을 사용해 배를 침몰시켰다. 쿤스 의원은 첫 번째 공격에서 두 발, 두 번째 공격에서 두 발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코튼과 브리핑 내용을 직접 알고 있는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첫 번째 공격 후 배가 전복돼 두 생존자가 잔해 속에 남겨졌다.

하지만 그 이후의 해석은 달랐다. 코튼은 “두 명의 생존자가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을 실은 배를 뒤집어 전투에 계속 참전하려고 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두 사람이 난파선 잔해에 매달려 무력하게 있다가 2차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CNN은 난파선에 갇힌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전쟁 범죄로 간주되는데, 국방부의 전쟁법 매뉴얼에서는 난파선을 ‘적대 행위를 삼가야 하는’ ‘도움과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생존자들이 여전히 ‘전투 중’이라며 후속 공습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생존자들이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습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만약 생존자들이 구조되었다면 이론적으로는 마약 밀매를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쟁법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전 국무부 변호사 브라이언 피누케인은 행정부가 전쟁 허가 없이 민간인을 적 전투원으로 불법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무력 충돌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애초에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난파선’이라는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차 공격에 대한 보도가 나온 뒤 누가 발포 명령을 했는지도 관심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대변인은 당초 2차 공습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조작되고, 선동적이며, 비하적인 보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며칠 후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2차 공습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면서도 브래들리가 이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해군제독은 4일 보고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CNN은 앞서 공습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군에 배에 탑승한 모든 사람을 사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2차 공습이 실시되기 전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2일 내각 회의에서 헤그세스는 배에서 처음 공격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지만 그 후 다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고 몇 시간 후에 두 번째 공격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델라웨어주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쿤스는 마약 운반선에 대한 공격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이 직접 증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쿤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마약 테러범을 사면할 수 있다면, 마약 밀매를 막기 위해 공해상에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 죽이는 이 공격이 어떻게 합법적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온두라스 전 대통령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를 사면한 결정을 언급한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생존자들이 합법적인 표적이었다고 밝혔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작전을 감독했던 은퇴한 해군 제독 윌리엄 맥레이븐은 4일 공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브래들리 제독을 깊이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함께 복무했던 가장 훌륭한 장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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