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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기덕 5주기…한국 영화계에 남긴 명암

등록 2025.12.11 1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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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김기덕

[모스크바=AP/뉴시스] 김기덕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영화감독 고(故) 김기덕이 세상을 떠난 지 11일로 꼭 5년을 맞았다.

김기덕 감독은 2020년 12월 11일 라트비아 리가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59. 당시 라트비아 현지 언론 보도로 부고가 전해졌으며, 시신은 유족 뜻에 따라 현지에서 화장됐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1996년 장편 데뷔작 '악어'를 시작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섬'(2000) '나쁜 남자'(2002) 등을 연출하며 충무로에 이름을 알렸다. 비주류 인물과 사회의 그늘을 응시하는 거친 시선, 폭력과 종교, 죄의식을 뒤섞은 상징적 연출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국내보다 먼저 해외에서 주목받았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고,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2011년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거머쥐며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한국 감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작품 안팎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여성의 신체를 도구화한다는 비판과 과도한 폭력·자기파괴적 서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2017년에는 촬영 중 폭행과 비동의 베드신 강요 피해를 주장하는 고소가 제기됐다. 이듬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미투 폭로가 방송되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검찰은 촬영 당시 배우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 벌금형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고, 강요·강제추행 등 다른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법적 결론과 별개로 국내 영화계에서는 그의 연출 방식과 제작 관행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이후 김 감독은 사실상 한국 영화계와 멀어져 해외 활동에 주력했다.

생전 그는 '그물'(2016)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8) 등 후반기 작품들을 선보였고, 논란 이후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등 동유럽을 오가며 해외 활동에 주력했다. 일부 작품은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됐지만, 국내 개봉은 제한적이거나 거부 반응 속에 조용히 지나가기도 했다.

5주기를 맞은 지금도 김기덕 감독을 향한 평가는 엇갈린다. 세계 영화제의 환호 속에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연출자였다는 평가와 함께, 미투 논란과 성폭력·폭력 연출을 외면할 수 없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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