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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에 600조 반도체 투자 숨통…흔들린 원칙은 논란

등록 2025.12.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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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주회사 지분율규제 완화 가닥…투자 활성화 목적

반도체 분야 한정 증손회사 의무지분율 100→50% 완화

지방투자 연계하고 심사 거쳐 허용…"금산분리 원칙 유지"

금융리스사 보유도 허용 …SK하이닉스, 시설투자 길 열려

150조 국민성장펀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나설듯

"첨단산업 투자 열어줘야"vs"특정기업 특혜"…찬반 팽팽

[용인=뉴시스]용인 SK하이닉스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사진=용인시 제공) 2024.12.27. photo@newsis.com

[용인=뉴시스]용인 SK하이닉스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사진=용인시 제공) 2024.12.2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투자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조건부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규제를 완화해 외부 자본과 손잡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3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의무지분율을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특례 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업종에 한해 지분 규제를 풀기로 했다. 또 이 방식으로 투자할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승인을 받도록 하고, 수도권에 투자할 때는 지방 투자도 함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번 규제 완화로 수혜를 입는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4개 팹(Fab·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인데, 이 투자에는 약 600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증손회사를 둘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대규모 설비투자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증손회사 지분 요건이 완화되면 SK하이닉스는 증손회사에 50%의 지분을 투자하고, 나머지 50%는 국민성장펀드로 채울 수 있다. 정부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리스 회사를 증손회사 형태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완화도 함께 검토 중이다.

정부는 최근 구글,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반도체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력 집중과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 규제가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 경쟁에는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마치고 사후브리핑에서 "이것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이라며 "투자 금액이 굉장히 크고, 넓은 의미에서 보는 국부를 창출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이것은 절대로 금산분리의 차원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 같은 경우에도 이런 규제 완화를 해주고 있다"며 "그리고 수도권에 투자가 이뤄진다면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지방 투자와도 연계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긍정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분야 투자는 기업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기업이 공장 증설을 위해 성장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공적 투자와 민간투자가 합쳐지면 자금에 대한 갈증은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기재부 업무보고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1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기재부 업무보고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11. [email protected]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첨단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분야는 우리 기업들의 자금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정부가 지원하는 12개 산업(반도체·AI·미래차 등)의 경우 우리가 추격해야 하는 산업이고 투자가 필요한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오히려 (기존 방식으로 금융기관이) 대출을 하도록 하는 게 더 문제"라며 "대출은 회사가 망하면 갚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투자는 10개 중 2~3개만 성공해도 대박이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부 영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규제의 빗장을 열 경우 금산분리의 원칙 자체를 허물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기업을 대상으로 해서 원칙을 손상시켰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민간 회사에 대해 국민성장펀드의 자금을 넣는다는 것은 국민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그 부분에서 (금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 빗장이 하나 열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AI나 다른 산업에서도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올 것이고,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부추기게 될 수도 있다"며 "혁신 산업을 키우는데 반드시 재벌의 증손자 형태로 가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31. bjko@newsis.com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31.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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