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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외환유출로 물가·환율 상승 부채질…국세청 '시장교란' 31곳 정조준

등록 2025.12.23 12:00:00수정 2025.12.23 12: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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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조원 규모 탈세 의심 기업 대대적인 세무조사 착수

독과점 기업 포함…들러리 업체 세워 나눠먹기식 수주

할당관세 악용하고 용량 꼼수로 가격 인상 효과 누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긴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2.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긴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2.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가격 담합, 외환 부당 반출 등 시장 교란 행위로 물가와 환율 불안을 부추긴 탈세 의심 기업들에 대해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7개)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4개)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9개) ▲외환 부당유출 기업(11개) 등 총 3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31개 업체의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1조원에 이른다.

가격 담합 등을 통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정상 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격을 부풀린 독·과점 기업들이 대거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대상 업체들은 사다리 타기, 제비뽑기 등을 통해 낙찰 순번을 정해 '나눠먹기식 수주'를 하면서 들러리 업체에게는 입찰 포기의 반대급부로 계약금액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담합사례금으로 지급했다.

가구 제조업체 A사는 여러 회사들과 사전에 가격을 합의해 입찰 담합을 수십 차례나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사는 담합 사례금을 지급·수령하는 과정에서 실물 거래 없이 들러리 업체로부터 거짓 매입세금계산서를 받거나, 스스로 들러리 업체가 돼 거짓 매출세금계산서 교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가구 자재 매입 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을 거래단계에 끼워넣어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분배하기도 했다. 동남아 소재 페이퍼컴퍼니에 자금을 대여하고 회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 자금을 부당하게 해외 유출한 혐의도 포착됐다. 업무와 무관한 10억원대의 고가 골프 회원권을 법인 자금으로 취득하고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죄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해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하는 등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강도 높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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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관세로 저가에 원재료 수입…혜택은 특수관계법인이 누려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원재료를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한 기업들도 정조준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사주의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과정 중간에 끼워넣고,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하는 등 부당하게 이익을 분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관계법인에게 할당관세 적용 품목 수입과 관련된 선적·물류·통관 등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면서, 관련 수입대행 용역을 과세가 아닌 면세로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경우도 있었다.

수입육 전문 유통업체 B사는 매년 일정 규모의 육류를 할당관세를 적용 받아 수입하고, 이를 업종 평균 대비 절반의 마진율만 남기고 사주일가가 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공급했다.

특수관계법인은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육류를 공급 받아 매출액이 3배 이상 급증했고, 사주의 자녀에 고액 배당을 지급했다. 자녀들은 배당 받은 자금을 활용해 고가의 토지·건물을 구매하고 호화·사치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업체는 할당된 물량을 초과해 재화를 수입할 경우 부과되는 고율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명의를 빌려 수입하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꾸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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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꼼수' 프랜차이즈…재료비 상승 원인은 '계열법인 끼워넣기'

치킨, 빵 등을 판매하면서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은근슬쩍 중량만 줄이는 '용량꼼수'로 이익을 챙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이런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제품의 실질가격을 높이면서도 부당한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들러났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인 C사는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음식 중량을 줄이는 행위로 발생한 이익을 사주 일가가 운영 중인 계열법인의 광고선전비를 지원하는데 사용했다. 또 임원에게 인건비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가 이 중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법인 자금을 유출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들은 원재료·부재료 판매 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함에도 계열 법인을 거래 단계 중간에 끼워넣어 시가 대비 고가로 매입하는 수법도 동원했다. 사주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가맹점을 인수하면서 권리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불투명한 유통 과정 속에서 부풀려진 원가는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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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거래'로 속여 페이퍼컴퍼니에 외환 유출…환율 상승 부추겨

법인 자금을 편법으로 해외에 유출한 기업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부동산 시행업체인 D사는 최대주주인 외국법인 E사로부터 지급보증용역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약 70억원을 E사의 대외계정을 통해 지급했다. 대외계정은 비거주자, 외국인 거주자 등이 개설할 수 있는 외화자금 예치 목적의 예금 계정이다.

내국법인인 D사는 국내에서 대외계정으로 이뤄진 송금을 '국외 간 거래'로 처리해 외환거래 내역에 대한 노출 없이 외환을 해외로 유출했다. E사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였지만 소득신고 사실은 전무했다. D사는 E사와 같은 나라에 설립된 2개 국외 페이퍼컴퍼니에도 컨설팅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조사 대상 업체들 중에는 법인 자금을 사주 자녀 해외 유학 비용, 가족 이주 비용, 고액 부동산·호화 요트 취득 비용 등으로 사용한 곳도 있었다.

한 업체는 해외 현지법인에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 은행에서 거액의 외화를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차입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법인의 외화 자금을 업무와 무관한 고가 자산을 취득하는데 사용했다.

또 다른 조사 대상자는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국내에서 다수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수출 대금 등 사업활동에 대한 대가를 대외계정을 통해 받고 개인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물가·환율 상방 압력을 유발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세범처벌법상 장부·기록 파기 등 증거인멸 행위나 재산 은닉 등 범칙 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해 징역·벌금 등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긴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2.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긴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2.2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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