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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결핍 질환 20대, 침술 받고 사망…法 "의료과실은 아냐"

등록 2025.12.29 10:18:13수정 2025.12.29 11: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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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한방내과 퇴원 13일만에 급성세균감염 사망

법원 "감염위험 설명 의무 불이행 따른 위자료만 인정"

[서울=뉴시스]법원 이미지.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법원 이미지. (사진=뉴시스DB)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면역결핍성 질환 등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이 침술 치료 등을 받고 퇴원한 뒤 13일 만에 급성 세균 감염으로 숨진 사고와 관련 법원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면역이 이미 약해진 환자인데도, 침술·한약 치료에 따른 감염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유족들에게 일부 위자료는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정영호 부장판사)는 치료 중 숨진 A씨의 유족들이 낸 B병원 운영 대학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B병원 운영 법인은 A씨의 부모에게 각 1500만원과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20대 여성이던 A씨는 2020년 5월 설사 등 증상으로 B병원 한방내과에서 '상세불명 위염·비감염성 위장염·결장염' 진단을 받고 양·한방 협진을 통해 한약·침술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퇴원 일주일여 만에 응급실에서 '상세불명 연조직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 치료 등을 받다가 숨졌다. B병원에서 퇴원한 뒤 13일 만에 사망이었다.

앞서 A씨는 2018년 5월께 '공통가변성면역결핍(CVID)'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듬해 8월께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을 진단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A씨의 유족들은 '숨진 A씨가 CVID 환자로서 감염에 취약한 면역 부전 상태였다. 침술 치료 이후 발생한 허리 아래 부분 홍반, 부종 등 증상은 침술 치료 도중 세균 감염에 의한 연조직염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방내과와의 협진 등을 통해 적절한 치료 등을 시행했어야 했는데도 퇴원시켰다"며 B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은 사망에 영향을 미친 연조직염은 침술 치료가 아닌 다른 원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전문 감정 의뢰 등을 거쳐 병원 의료진 측 업무상 과실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요 사망 원인으로 보이는 연조직염이 B병원 측 진료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감정 결과를 보면 연조직염은 외부 요인 외에도 폐렴균이나 대장균 등 내부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는 급성 세균 감염증 질환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CVID 등 이미 병증을 보유하고 있던 A씨는 면역력이 매우 약한 상태였으므로 상하거나 자극성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일상생활 에서도 쉽게 세균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회용 침을 이용해 침술 치료 전후 의무소독을 한 점, 퇴원 당시에도 전기 찜질팩 제거 이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체온이 정상 회복된 사정 등도 감안할 때 B병원 입원 기간 중 세균 감염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은 기존 병증으로 면역력이 약한 상태의 A씨에게 침술 또는 한약 치료 등을 시행할 경우 세균감염 등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한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병원 측 제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이 이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A씨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액수를 3000만원으로 정하고 유족 측 상속 분을 청구액으로 인용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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