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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초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노래로 인문학하네

등록 2026.01.04 11: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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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EP '핸들위드케어' 발매 기념 인터뷰

히치하이커가 부친…다양한 장르 아우르며 고유성 획득

"노래, 제 생각 소개하는 한 부분"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해 12월13일 일본 도쿄 가메아리 고가도로 밑 SKAC(Skwat Kameari Art Centre).

펑크 재즈 밴드 '까데호'가 자신들의 브랜드 공연 '프리시즌'을 이곳에서도 열었다. 자신들과 '실리 페이시스'를 협업한 '잘파 세대' 대표 신예 싱어송라이터 진초이(18·ZIN CHOI·최서진)도 초대했다.

도쿄 가메아리역과 아야세역 사이 철도 고가도로 아래의 유휴 공간을 복합공간으로 조성한 이곳은 가변형 구조물을 세워, 현재의 힙한 트렌드와 과거의 향수를 묘하게 뒤섞었다.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RM도 얼마 전 다녀갔다.

최신과 복고,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진초이와도 어울리는 곳이다. 진초이가 최근 발매한 세 번째 EP '핸들위드케어(handlewithcare)'는 특히 '시간을 달리는 소녀'인 그녀의 매력이 모두 녹아 들어갔다.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AI) 기술 등 모든 것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그리운 순간과 겨울의 포근함을 노래했다. 2016년의 장면을 담은 타이틀곡 '2016'부터 진초이의 과거 취향은 묻어난다.

지난 2024년 10월25일 데뷔 이후 세 장의 EP와 세 장의 싱글을 발표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진초이는 '10대 팀 버턴'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을 만큼 특별한 상상력과 철학으로 무장했다. 다른 시선으로 노래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하다. 버턴처럼 손재주도 좋다. 나이키 주황 신발 상자로 만든 DJ 믹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밴드 '롤러코스터' 출신인 프로듀서 겸 DJ 히치하이커(최진우)가 앨범의 작곡과 믹싱, 마스터링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SM엔터테인먼트 등에 몸 담으며 전자음악 등 실험적인 음악의 선구자로 통하는 히치하이커는 현재 하이브에 속해 있다. 특히 그는 진초이의 부친이기도 하다. 진초이는 자신 앞에 부친의 이름이 계속 붙는 것에 대해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이미 고유성을 갖고 있어서였다. 히치하이커 역시 함부로 먼저 나서지 않는다. 진초이와 최근 서울 충무로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 그녀의 대답엔 음악을 너머 인문학, 사회학을 가로지르는 총기(聰氣)가 넘쳤다.

-까데호와는 어떻게 협업하게 된 거예요.

"제가 2025년 초에 나이키랑 에어 맥스 Dn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 때 에이전시 텔레포트의 이승준 대표님(까데호 멤버(디렉터 자격))를 알게 됐어요. 그 분의 초대를 받아서 까데호 공연에 가게 됐죠. 공연을 보면서 '내가 만약 같이 까데호랑 같이 작업한다면 어떤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실리 페이시스'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휴대폰에 가사를 적었거든요. 공연 끝나고 나서 까데호 분들에게 '재밌는 가사 하나 적어봤는데 한 번 보실래요?'라면서 보여드렸는데, '좋아요'라고 답 주셔서 그 때부터 작업을 하게 됐어요."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력이 정말 왕성해요. 영감이 계속 떠오르나요?

"주변에 예술 창작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니까요. 어릴 때부터 무엇을 만들고 싶을 때, 그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뭐든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서, 티셔츠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사려고 찾아보잖아요. 저는 공방 가서 실크 스크린을 밀면 되겠구나 생각해요."

-정말 프로듀서예요. 부지런하고요.

"하고 싶으면 꼭 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하하."

-이번 앨범 콘셉트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앨범 기획 구상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12월의 이미지가 많이 묻어 있는데요.

"2024년 12월에 (이번 앨범에 실린) '엘프 온 더 셸프(elf on the shelf)', '록(ROCK)'이 먼저 나왔어요. 특별한 수정 없이 그냥 그대로 썼어요."

-겨울 감성의 베드룸 팝 트랙들입니다.

"노래를 만들거나 들을 때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장르에 대한 벽이 없죠. 노래를 좋다 나쁘다 따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선 경험해 보고 '내가 이거를 소화할 수 있을까. 소화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장르는 무조건 다 해봅니다. 그래서 안 해봤던 장르들도 다 시도하죠. 만들어놓은 데모곡만 100곡이 넘는데 장르가 다 달라요. 그 중엔 펑크랩도 있는데 계속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아버님이 뮤지션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계속 곁에 있었겠지만, '내가 음악을 듣고 있다'고 처음 인지한 때가 기억이 나요?

"어릴 때 미국에서 잠깐 살았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 때요. 미국에선 걸어 다니는 것보다는 차를 타고 다니는 게 더 편하잖아요. 그래서 항상 부모님이랑 차를 타고 다니면, 뒷자리에 앉아 바깥을 구경했어요. 그때마다 키스 에프엠(KIIS-FM)을 들었는데 제가 바라본 바깥 풍경과 흘러나오는 노래가 딱 맞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산타모니카 해변을 지나면서 저희 집 쪽으로 가려고 언덕 쪽으로 올라가는 상황이었거든요. LA가 다 보이는 상황이었는데, 뮤직비디오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 때 생각이 납니다. 음악은 추억의 힘도 갖고 있잖아요."

-그 다음부터 음악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전부터 조금씩 저도 모르게 제가 음악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해요. 미국 가기 전에 '일레븐'이라는 곡도 나왔었고요. 그 곡은 아빠랑 장난치다가 떠올린 거예요. 그 때 제가 웃고 있었는지 울고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빠가 제 입에 손을 두드리는 동작을 했었거든요. 그 때 '아바바바'라는 소리가 나왔고 그걸 샘플링한 것이 '일레븐'이었어요. 또 어릴 때 읽은 동화책 중 영어로 된 거는 라임이 다 맞춰져 있잖아요. 아빠가 옆에서 건반을 치면 거기에 맞춰서 그 내용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아카펠라로 시작해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로 비유한, 이번 첫 트랙 '인스트루먼트(instrument)'가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 초이 씨 도처엔 음악이 그냥 있는 거네요.

"'인스트루먼트'는 2025년 초 학교 수행 평가에서 나왔어요. 수행 평가에 재밌는 내용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안전교육에 대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선생님이 당시 권해 주신 앱이 (AI 음악 생성 플랫폼인) 수노(Suno)였어요. 전 그 때 수노를 처음 알게 됐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테스트를 하니까 몇 초 만에 완벽한 곡 하나가 나오더라고요. 그 때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저만 과제를 미제출 했어요. '톱라인이 이렇게 빠르고 쉽게 나올 수 있는 거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이제 수노엔 악기도 연주할 수 있고, 혼자서 편집할 수 있는 로직 프로그램도 나왔잖아요. 그걸 보면서 위협을 느꼈고 속상함도 있었어요. AI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겁이 나는 상황에서 '인스트루먼트'가 떠올랐죠. 나도 악기 할 수 있고 내 목소리는 기타이기도 하고 드럼이기도 하다고 노래하는 거예요. 또 제 목소리를 더 재밌게 표현하려고 기타 앰프에 플러그인을 연결해 목소리를 변주하기도 했죠. 수정되긴 했는데 처음엔 '나는 진짜고 AI는 필요 없고 내가 진짜 악기다'라는 가사를 쓰기도 했어요. 반항심으로 적은 거였어요."

-짧은 생각이지만, 10대들은 AI 같은 신기술에 마냥 긍정적일 거라 생각했어요. 반감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두 가지 마음인 것 같아요. 반감도 한편으로 있는데 또 오는 세상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그걸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AI도 사실 학습을 하면서 나온 결과물로 노래를 만들잖아요. 새로운 창의력이 있다기보다는 원하는 거를 정확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인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부족할 때나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을 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죠. 다만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자신이 아닌 게 되죠."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왜 이번 앨범 타이틀곡 테마가 2016년이에요?

"당시 미국에서 지냈는데 그때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느낌에 대해서도 처음 깨달았던 때이기도 하고 그렇게 예쁜 환경에서 지냈던 추억으로 가득하죠. 사실 제 또래 모두가 그 당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2026년이 2016년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유행하거든요. 저희 세대가 학창 시절에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잖아요. 당시 2주 동안만 학교 안 간다고 좋아했다가, 1년 만에 철이 들어버린 세대가 저희라고 생각해요. 독립성도 강하지만 단체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사람들이죠. 세대마다 특별한 에스테틱(Aesthetic)이 있잖아요. 2000년대는 Y2K의 예쁜 컬러풀한 미학이 있었다면, 저희 2020년엔 비스코걸(VSCOGIRL·사진 보정 앱 'VSCO'에서 따온 용어로 내추럴하고 감성적인 필터 느낌을 현실에서 재현하는 소녀들)이 유행했어요. 정확한 루틴으로,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중요했죠. 그 인증을 계속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틱톡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소통하는 거죠. 그러면서 조용한 방에서 고립된 걸 되게 좋아했어요.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 새로운 에스테틱이 찾아왔다기보다, 그때를 그리워하는 감성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코로나에서 정했던 규칙은 코로나가 끝나면 그걸 버리고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돌아가는 방법을 몰라서 헤매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초이 씨를 비롯한 비스코걸 세대에게 사과를 하고 싶네요. 초이 씨 세대가 2016년을 돌아보기엔 당시가 너무 어리지 않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감수성이 남다른 10대 때 1년은 정말 변화가 많은 시기인데 코로나 3년은 단순히 물리적인 기간을 넘어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였던 거죠. 그걸 제가 간과했어요.

"코로나 시기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최근에 새로운 유행어 보면 맞춤법이 틀렸잖아요. 귀엽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다 같이 틀리니까 거기에 맞춰 쓰는 단어들이 있잖아요. 저희가 맞춤법, 발음을 정확히 배워야 되는 시간에 제대로 못 배운 흔적들 같기도 해요."

-본인이 속한 세대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확장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많은 편이었고, 호기심도 정말 많았어요. 그 호기심 하나하나를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과정이 있잖아요. 그게 습관이 돼서 뭐든지 다 해석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이 커요."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진초이. (사진 = 22 제공) 2026.01.04.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가운데 노래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노래는 제 생각을 소개하는 한 부분이에요. 이런 인터뷰 자리가 아니면 제 마음을 말할 계기가 많이 없잖아요. 사실 제 나이 또래 친구들 중엔 이런 얘기를 재미있게 들어줄 만한 친구들도 많지 않아요. 제가 대부분 가사를 영어로 쓰는데 외국 분들이 가사를 칭찬해주시면 그래서 더 행복해요. 곡은 한번에 쭉 만드는 편인데, 가사는 몇 주 동안 계속 고민하면서 써내려 가거든요. 호기심을 풀거나 제가 생각한 것을 동화적으로 아니면 어둡게 또는 구체적으로 풀거든요."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는 거 같아요.

"2023년 리애나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열정적인 수화 통역으로 화제가 된 분(저스티나 마일즈)이 계시거든요. 리애나의 노래를 현란한 수어 동작으로 통역했어요.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언어의 고유성을 간과하는 거 같아요. 언어는 해결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거든요."

-그런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철학과 얘기가 있는데요.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이 놓여 있는 의자를 말로 없애봐라고 하셨어요. 근데 한 학생이 이렇게 야기했대요. '이곳에 의자가 있었나요?' 그렇게 의자는 없었던 걸로 됐죠. 발상의 전환을 계속 하려고 노력해요."

철학과, 심리학과, 사회학과 그리고 건축학과를 가고 싶어하는 이 10대 소녀는 우리 음악계 다양성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앨범에 실린 '엘프 온 더 셸프' 제목은 2005년에 출판된 미국 동명의 그림책에서 따왔다. 해당 책의 내용은 현대 미국 크리스마스 새로운 전통이 됐다. 산타클로스가 보낸 '정찰병 엘프'(Scout Elf)'는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각 가정에 머물면서, 아이들이 착하게 지내는지 말썽을 피우는지 지켜보고 밤마다 산타에게 보고한다.

1995년 시리즈 첫 선을 보인 픽사의 '토이 스토리' 계보를 잇는 작품이기도 하다. 장난감이나 마음을 인격화해 마치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묘사한 이 '토이 스토리'의 전통은 2005년 '엘프 온 더 셸프', 2015년엔 '인사이드 아웃' 그리고 2025년엔 진초이의 '핸들위드케어(handlewithcare)'로 이어진다. 진초이는 이 전통을 다양한 형태로 파생하는 중이다. 10대도 참여할 수 있는 안전한 파티 '댓 파티(That Party)'가 그것이다. 이달 중에도 열 예정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 가능해 새로운 팝 문화 조성을 예고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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