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박용우, 가발로 완성한 디테일

등록 2026.01.31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황국평 역

"감독 가발 설정 제안에 '재밌겠다' 생각"

"악역 미리 경계 두지 않아…두려움 설정도"

"감독母도 '왜 죽였냐'…시즌2 아쉬움 없어"

[인터뷰]박용우, 가발로 완성한 디테일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너무나 뻔한 누군가의 상사 역할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 가발 설정 얘기를 들었을 때 '야 이거 재밌겠다' 생각했죠."

배우 박용우는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야' 종영 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혼란과 도약이 공존했던 대한민국,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아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사내 ‘백기태’와 그를 무서운 집념으로 벼랑 끝까지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이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들과 직면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내부자들'(2015) '남산의 부장들'(2020) '하얼빈'(2024) 등 시대극을 선보인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박용우는 극 중에서 중앙정보부 부산지국 국장 '황국평'을 연기했다. 황국평은 1970년대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중앙정보부의 고위 간부이지만, 동시에 대통령 경호실장 '천석중'을 보좌하는 중간 관리자다.

황국평은 중앙정보부 요원에게 지시한 불법 사업을 통해 거액의 돈을 마련하고, 이를 천석중에게 상납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하지만 더 큰 욕망을 가진 부하 요원 '백기태'에게 밀려 나면서 최후를 맞는다.

처음 박용우에게 황국평은 수많은 작품에서 답습한 악역 상사로 보였다. 그는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악역에 숨결을 불어 넣기 위해 외형적인 설정을 추가했다.

극 중 황국평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 장면 마다 쉴 새 없이 빗으로 머리를 만지고 거울로 자신의 가발 착용 상태를 확인한다. 작은 설정도 놓치지 않은 박용우의 연기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발 설정은 우 감독의 제안이었다. 우 감독은 박용우를 불러 조심스럽게 가발 착용에 대해 물었다. 박용우는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답을 했는데, 오히려 우 감독이 놀랐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이 배우들이 외형적인 콤플렉스를 표현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는 선입견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배우는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에 대한 표현을 고민하는 직업이다. 본질적인 부분만 고민하면 아주 단순한 일"이라고 했다.

가발이라는 설정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완성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예전에 비해 직관적으로 변했다"며 "하나의 또렷한 단서가 있으면 억지로 뽑아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상이 된다"고 했다.

박용우는 작품 출연으로 제일 좋았던 점을 묻는 질문에 "가발?"이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가발을 먼저 제안한 감독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읽혔다.

박용우와 우 감독은 사적인 인연으로 묶인 사이다. 두 사람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박용우는 "감독님은 학창시절부터 뜨거웠던 사람이고 자유로운 감성을 가진 분이었다"며 "현장에서 만나니까 서로 나이가 든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진 게 없이 똑같았다"고 했다.

[인터뷰]박용우, 가발로 완성한 디테일

외형에 이어 내적인 설정도 더했다. 황국평은 작품 속에서 부하 요원들을 큰 소리를 내며 채근하거나 때로는 폭력을 사용하는 등 강한 남성성을 보여주지만, 박용우는 정반대로 해석했다.

박용우는 "황국평을 쫓기고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설정했다"며 "'이 자리를 놓칠까', '누가 내 자리를 꿰찰까', '성공해야 되는데 못 올라갈까' 늘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고 말했다.

다만, 단순한 악역의 모습 보단 다양한 인간 군상 중 하나로 보여주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악역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저를 옥죄고 힘들게 했던 것 같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사람은 다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다고 미리 경계를 두지 않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황국평이라는 사람이 나빠서 그렇게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쫓기고 두려운 느낌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작품에서 만난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백기태'를 연기한 현빈에 대해 "처음부터 대화가 잘 통하고 코드가 맞고 현장에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대화할수록 좋은 사람, 좋은 배우였다"고 했다. '표학수'를 맡은 노재원에 대해선 "대화가 잘 통했다. 자기 삶에 진지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느덧 연기 경력이 30년을 훌쩍 넘었지만 후배들과의 호흡도 문제가 없었다. 그는 "물리적인 나이나 경력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배울 부분이 있으면 처음 시작하는 배우한테도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편안하게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난해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 '은수 좋은 날'에 이어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강렬한 악역을 선보였다. 그는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면서도 "좋은 작품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박용우는 "현실적으로는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사랑과 두려움에 대해 소통하려 고민했던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지난 14일 에피소드를 모두 공개하며 시즌1을 마쳤다. 현재 시즌2 촬영이 진행 중으로,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극 중 배역이 사망해 시즌2에 출연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없을까. 박용우는 "며칠 전에 감독님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감독님 어머님이 드라마를 보셨는데 '저 배우 왜 죽였냐. 계속 살리면 안 되냐'고 하셨다고 한다"며 "그 말을 듣는데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이어 "저는 대본을 보고 이미 알았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며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얻는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이 작품은 물리적인 속도감은 빠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몰입되는 느낌이 있다. 감독과 배우, 스태프가 혼연일체가 돼 완성한 결정체"라며 "정말 보기 드문 드라마다. 개인적으로도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