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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는 캔버스에 미래를" AI 메카의 실험 [모두의 AI 광주③]

등록 2026.02.08 07:00:00수정 2026.02.08 08: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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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U·자율주행·투자유치 3박자…'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샌드박스 넘어 도시 전체를 실험실로…AI G3 주춧돌로

[광주=뉴시스] 광주 인공지능(AI) 실증밸리.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광주 인공지능(AI) 실증밸리.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고르게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기술혁신을 논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이 통찰은 2026년 현재, 광주에서 가장 선명하게 증명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는 이제 단순한 행정구역을 넘어 '국가 AI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실증도시'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래 기술 시험장으로 탈바꿈했다.

기업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신기술을 마음껏 펼치는 이른바 '규제 프리(Regulation-Free) 실증 스테이지'의 막이 빛고을 광주에서 올랐다.

하드웨어와 실증 장비의 결합

광주가 'AI 메카'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누가 뭐래도 수준 높은 인프라다. 북구 첨단3지구의 국가 AI 데이터센터는 대한민국 AI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며, 고성능 GPU 자원을 기업에 제공해 연산 병목 현상을 속속 해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가동을 시작한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Driving Simulator)는 광주의 기술적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 시설은 실제 차량을 돔 형태의 가상 환경에 배치해 눈비가 내리는 악천후나 돌발 사고 등 위험 시나리오를 안전하게 검증한다.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1일 오후 광주 북구 오룡동 광주인공지능집적단지에 설치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서 미래차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2025.09.11.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1일 오후 광주 북구 오룡동 광주인공지능집적단지에 설치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서 미래차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2025.09.11. [email protected]

'메가 샌드박스'…도시 전체가 연구소

광주의 가장 큰 특장점은 특정단지를 넘어 도시 전역을 'AI 메가 샌드박스'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규제 샌드박스가 특정 구역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됐다면, 광주가 추진하는 모델은 도시 전체를 상시적 실증무대로 삼는 '포괄형 실증 플랫폼'에 가깝다.

실제 올해 하반기부터는 광주 전역에 200여 대의 자율주행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시민들이 생활하는 도심 환경에서 직접 생생한 데이터값을 확보해 상용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시민 체감형 AX(AI 전환)도 주목된다. 제조와 에너지, 헬스케어 등 주력산업이 AI와 결합하는 것으로, 병원에서는 AI가 환자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진단을 내리고 공장에서는 공정효율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리빙랩(Living Lab)' 형태의 실증이 이뤄진다.

손두영 광주시 인공지능산업실장은 8일 "규제프리 실증도시 조성은 기존 규제 샌드박스의 문턱을 허무는 과정"이라며 "AI산업에 필요한 실증을 더 빨리 추진할 수 있어 국가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모이는 도시로…300개사 돌파, 대규모 투자

규제가 사라진 자리엔 기업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광주와 업무협약을 맺거나 직접 광주사무소를 개설한 AI 전문 기업은 이미 300개사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LG이노텍과 체결한 10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은 광주 실증 전략의 유효성을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다.

LG이노텍은 광주사업장에 차량용 제어모듈(AP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광주를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기술과 공법이 탄생하는 모체(母體 공장, 즉 '마더 팩토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업 유치는 실질적인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누적 투자 유치액 1000억원 돌파와 더불어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의 교육과정인 'Arm 스쿨'이 설립돼 연간 1400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등 경제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1일 오후 광주 북구 오룡동 광주인공지능집적단지에 설치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서 미래차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2025.09.11.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1일 오후 광주 북구 오룡동 광주인공지능집적단지에 설치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서 미래차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2025.09.11. [email protected]

더 큰 꿈을 향해…NPU 센터와 글로벌 AX 밸리

광주는 이제 AI 2단계 사업(AX 실증밸리)을 앞두고 있다. 총 600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차세대 AI 반도체인 NPU(신경망처리장치) 기반의 컴퓨팅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GPU보다 효율적인 NPU 실증거점이 마련되면, 광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AI 풀스택(Full-stack)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정부로부터 확보한 마중물 예산을 통해 도시 규모 실증모델 기초연구가 시작됐고, 이는 앞으로 국산 NPU반도체를 장착한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도시 곳곳을 누비는 일상을 앞당길 전망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서울 미래컨퍼런스 기조연설과 대통령실 하정우 청와대 AI 수석과의 면담을 통해 "도시 전체를 규제프리 실증도시로 전환해 NPU와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전 분야의 혁신 실험을 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한 남은 과제는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인구 100만이 훌쩍 넘는 대도시 전체를 실증구역으로 지정하는 전례 없는 실험인 만큼 실증기간이 종료된 후 규제가 부활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 현상을 방지할 특별법 제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 체계 구축 또한 절실하다.

또 실증 단계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자산화' 전략도 요구된다.

조선대 이민창 교수진은 '규제혁신을 위한 정책설계와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기술이 완벽해도 시민이 수용하지 않거나 기존 산업과 충돌하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며 "실증 데이터는 그 갈등을 푸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라는 위기 앞에서 '기술'과 '혁신'을 선택한 광주의 도전은 이제 지방 소멸 시대의 새로운 생존 모델이 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규제라는 족쇄를 풀고 도시 전체를 미래 기술의 전시장으로 내어준 광주의 실험은 대한민국이 AI 글로벌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병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샌드박스 법령정비 추진현황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03.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병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샌드박스 법령정비 추진현황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03.04.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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