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희 "제가 가진 것 다 쏟아부었죠"…연극 '내 엄마의 장례식:더 쇼' [문화人터뷰]
엄마의 죽음 콘텐츠로 만드는 애비게일 맡아
"슬플 새도 없는 애비게일 연기하며 '레벨업'"
"퇴장 없는 4면 무대, 숨을 곳 없어 더 몰입돼"
"연기할 때 가장 행복…더 나은 내가 되고파"

연극 '내 엄마의 장례식:더 쇼'에 출연 중인 배우 진지희.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엄마의 장례식은 슬플 거야'라는 생각도 어쩌면 편견이었던 거죠. 슬픔을 인지할 새도 없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으니까요."
'엄마의 장례식'이라는 말은 자연스레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여기에 '쇼'가 붙는 순간 분위기는 묘하게 달라진다.
연극 '내 엄마의 장례식: 더 쇼'에서 엄마를 잃은 딸 애비게일로 출연하는 배우 진지희는 "이 인물을 연기하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표현 방식을 많이 바꿔야겠다고 느꼈다"며 "연기적으로 '레벨업'된 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엄마의 장례식: 더 쇼'는 엄마의 장례 비용을 마련하려는 신인 극작가 애비게일의 고군분투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영국 극작가 켈리 존스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11일 초연 막을 올렸다.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진지희는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이번 연극에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며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공감할 만한 동시대적 요소가 담긴 캐릭터라는 점도 좋았다. 엄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려는 목표의식도 마음에 들었다"고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애비게일은 엄마를 잃고도 애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생전 엄마가 원했던 화려한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돈을 구하러 나선다. 결국 엄마를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기억하던 엄마와는 다른 모습을 그려내게 된다.

연극 '내 엄마의 장례식:더 쇼'에 출연 중인 배우 진지희.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지희는 "슬픔도 콘텐츠가 된다는 키워드를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보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로 바라봤다"고 말했다. 이어 "애비게일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고 보니,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현실이 참 가혹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 중 엄마가 '남이 생각하는 너의 모습을 진짜 네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요.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이죠."
무대 연출은 마치 '쇼'처럼 이루어진다. 4면으로 둘러싸인 무대 위에는 스탠딩 마이크가 놓여있다. 등장과 동시에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를 건넨 진지희는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며 이야기를 이끈다.
객석과 매우 가까운 구조에 대해서도 그는 "오히려 미세한 표정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땡큐'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면 더 재미있다"며 미소 지었다.
"(무대 위엔) 숨을 데가 없어요.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죠. '인간 진지희'로 돌아올 틈도 없고요. 하지만 그래서 역할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에요."
여기에 진지희는 랩과 춤, 그리고 욕까지 보여주며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집에서 엄마, 아빠한테만 보여주던 모습을 다 보여드리게 될지 몰랐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쏟아붓고 있다"며 웃었다.

연극 '내 엄마의 장례식:더 쇼'에 출연 중인 배우 진지희.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3년 아역배우 생활을 시작한 진지희는 어느덧 20년이 넘는 시간을 연기와 함께했다. '중견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경력이지만, 그는 자신을 '연린이(연극+어린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연극 데뷔는 2022년 故 이순재가 연출한 '갈매기'다.
진지희는 "기라성 같은 연극계 선배님들과 함께하며 배운 게 정말 많았다. 선배님들의 에너지를 보며 연극 무대에 매료가 됐다"고 떠올렸다.
이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해는 '시련'에서 메어리 워렌 역을 소화했고, 올해는 '노인의 꿈'에 이어 '내 엄마의 장례식: 더 쇼'까지 연달아 나서고 있다.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신경 써야 될 것도 많지만, 연기를 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더 잘하고 싶다'는 좋은 자극이죠. 그래서 계속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활동한 덕에 대중들도 그의 성장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부담으로 여길 법도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았고,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봐주셔서인지 저를 한마음 한뜻으로 키워주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자기 자식이 뭘하든 '잘하고 있다, 최고다' 해주시는 것처럼 좋은 영양분을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내 엄마의 장례식: 더 쇼'는 새로운 도전이 됐다.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을 거 같아요. 주인공으로 100분 동안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아요. 이번 2026년 상반기에 가장 뿌듯한 일이 될 거예요."
'내 엄마의 장례식: 더 쇼'는 다음 달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연극 '내 엄마의 장례식:더 쇼' 포스터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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