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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지금 자신을 이해해가는 치열한 기록…'리플렉트(RE:FLECT)'

등록 2026.05.06 07: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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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지훈. (사진 = YY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지훈. (사진 = YY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직선은 때로 타자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는 폭력적인 의지다. 반면 휘어진 활대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시위의 팽팽한 긴장을 외면하지 않고 제 몸에 오롯이 새겨 넣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에서 비운의 왕 단종을 연기하며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솔로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새 싱글 '리플렉트(RE:FLECT)'는 이 부드럽게 휘어지는 활대의 미학을 청각화했다.

앞서 박지훈은 시리즈 '약한영웅'과 '왕사남' 등을 통해 포식자들의 세계에서 쉽게 부러지지 않는 소시민과 약자의 지독한 버팀을 연기해 냈다. 거센 바람에 온몸을 내어주면서도 뿌리 뽑히지 않는 버드나무 같았던 그의 연기는, 이번 싱글에서 화살을 품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형상을 변경하는 활대의 '자기희생적 역동성'으로 진화한다. '왕사남'에서 들었던 활대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싱글명 '리플렉트'는 반사하다, 비춰보다 그리고 깊이 반성하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내면의 성찰은 필연적으로 시선이 안으로 굽히는 '정직한 굴절'을 동반한다. 앨범은 설명할 수 없던 낯선 감정이 스며들고, 선명해지며, 마침내 잔상처럼 남는 흐름을 섬세하게 좇는다.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 '바디엘스(Bodyelse)'는 시위를 당기기 시작할 때의 낯선 긴장감과 닮았다.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 위로 일상에 스며든 감정의 이름이 결국 '너'였음을 깨닫는 순간, 활대는 타자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이어지는 '워터컬러(Watercolor)'는 미니멀한 리듬과 피아노 선율을 통해 감정이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번져가는 과정을 그린다. 물에 스며든 색감처럼 유연하게 번지는 박지훈의 보컬은 지탱하기 위해 스스로를 재구조화하는 가장 유연한 형태의 환대 그 자체다.
[서울=뉴시스] 박지훈. (사진 = YY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지훈. (사진 = YY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화살이 떠나간 뒤, 활대는 단숨에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늘게 떤다. 마지막 트랙 '아이 캔트 홀드 유어 핸드 애니모어(I can't hold your hand anymore)'는 바로 이 '잔여하는 진동'에 주목한 곡이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 위에 얹힌 박지훈의 담담한 목소리는 사랑이 끝난 뒤에도 내면에 남아 한동안 자신을 흔드는 여운을 그려낸다. 더 이상 손을 잡을 수 없는 상실의 공간에서, 그는 폭발적인 고음을 내지르는 대신 특유의 묵직한 소곤거림으로 감정을 안으로 삭여낸다. 그 떨림이야말로 그가 한때 무언가를 간절히 품었다는 유일한 증거이자, 상실을 견디는 곡선의 예의다.

결국 '리플렉트'는 과거를 단순하게 돌아보는 회고록이 아니다. 부러지기 직전의 임계점까지 밀어붙여진 팽팽한 슬픔의 기하학 속에서, 지금의 자신을 이해해가는 치열한 기록이다. 감정을 밖으로 터뜨리는 대신 안으로 말아 넣는 박지훈의 시그니처 보컬은 고통이 질서를 부여받아 탄생한 아름다운 형상을 띠고 있다. 배우로서, 또 가수로서 박지훈은 휘어짐과 펴짐, 그 사이의 짧은 떨림 속에 존재하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묵묵히 증명해 내는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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