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본권 논의 속도내나…'서민금융 하위 30%' 확대론 부상
김은경 서금원장 "하위 20%만으론 부족"
서금원, 금융기본권 연구 착수
기본대출·보험·채무조정 '기본시리즈' 구상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잔인한 금융' 문제를 연일 제기하며 금융 구조 개편론에 불을 지핀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본대출 등 '금융기본권'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기본대출을 주장한 바 있어 정책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최근 '금융기본권연구단' 1차 킥오프 회의를 열고 기본대출·기본예금·기본보험·기본채무조정 등 이른바 '기본권 시리즈' 구상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단은 법률·데이터·사례 등 4개 분과 체계로 운영되며 이미 분과별 회의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공식 발족될 예정이다.
기본대출은 모든 국민이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일정 금액 이상의 신용대출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개념이다. 신용 부족이나 금융 이력이 부족한 이들이 금융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접근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김은경 서금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돈 많은 사람은 낮은 금리를 활용하는 반면 돈 없는 사람은 오히려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현재 신용평가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아랫단 금융은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용 하위 20%만 서민금융 안에서 해결할 것이라 아니라 그 폭을 30% 정도까지 넓히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KCB·나이스 등 신용평가 기준으로 하위 20%는 대략 700~740점 수준인데 통상 하위 20%를 대상으로 하는 서민금융정책을 800점 이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는 최근 김용범 정책실장이 페이스북 연재글을 통해 제기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김 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느냐"며 현재 금융 시스템이 중저신용자를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현재의 대출 시스템을 '절벽으로 설계된 도넛 시장'에 비유하며 저금리 우량 차주 시장과 고금리 시장만 존재할 뿐, 중간 신용 구간이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기본대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만 19~34세 청년 대상으로 연 2~3%대 장기저리대출을 해주는 청년기본대출 제도를 검토·추진했다.
2021년 경기연구원이 진행한 '경기도 기본금융정책 도입방안 연구'에서는 평생 1000만원 한도 내에서 누구나 장기 저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금리는 2.8~3.5% 수준이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기본사회위원회'도 금융기본권 논의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국민 삶의 기본 조건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하에 주거·돌봄·교육·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기본권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김은경 원장은 "기본사회위원회의 하나의 기둥으로서 금융 기본권을 세팅하고 기둥을 닦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실제 제도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책서민금융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경우 재원 부담과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민간 서민금융기관과의 역할 재조정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대출은 단순 복지 개념이 아니라 금융배제 문제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 개편 논의"라며 "재원 조달 방식과 부실 관리 체계 등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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