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국채로 가던 돈, 방산·AI드론 기업으로…JP모건 100억달러 안보 베팅
트럼프 방산 재건 기조 속 월가 최대 은행도 국가안보 산업에 올라탔다
미사일·희토류·AI드론까지 돈 몰리며 대형 은행 리스크 논쟁도 커질 듯

【워싱턴=AP/뉴시스】4월10일(현지시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2019.08.20.
미국 정부가 방산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시 키우는 가운데, 월가 최대 은행도 국가안보 산업에 돈을 빌려주는 단계를 넘어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단계로 들어서려는 흐름이다.
WSJ은 29일(현지시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미사일 부품, 희토류, AI드론 등 국가안보와 공급망 자립에 중요한 분야의 기업들에 은행 자기자본 100억달러(약 15조4000억원)를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그동안 방산업체에 대출을 해주거나 인수합병·상장 자문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당 기업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투자는 이미 집행됐다. 기업·가계 대출이나 미국 국채 투자에 쓰던 돈을 위험과 수익 가능성이 모두 큰 지분 투자에 투입하는 것이다.
방산업체에 돈을 빌려주던 은행이 이제는 국가안보 산업의 주주로 들어서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은 지난해 가을 다이먼 CEO가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는 미사일 공장을 방문한 뒤 구체화됐다. 당시 L3해리스 경영진은 토마호크 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들어가는 고가의 로켓 모터 생산을 늘리려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3해리스는 미국 연방정부 조달에 의존하지만, 정부 주문은 예산과 정책에 따라 끊겼다 이어지기 쉽다. 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자본이 없으면 미리 대량 생산해 재고로 쌓아두기 어렵다. 미국이 무기 재고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 논의는 다이먼 CEO가 국가안보 분야에서 JP모건이 맡을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JP모건은 직접 투자와 별도로 방산과 핵심 산업 등 국가안보 관련 분야에 대한 기존 방식의 대출·금융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35년까지 관련 거래 규모를 1조5000억달러(약 2310조원)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JP모건의 관련 부서 임직원들은 미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관계자들과 매주 만나 국가안보 산업 관련 금융 거래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자금이 미국 정부의 산업정책과 더 밀접하게 맞물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미국 해군의 사거리 2500km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출처: 위키피디아) 2025.09.30.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30/NISI20250930_0001957211_web.jpg?rnd=20250930041613)
[서울=뉴시스] 미국 해군의 사거리 2500km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출처: 위키피디아) 2025.09.30.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프로그램은 과거 월가의 ‘머천트뱅킹’을 떠올리게 한다. 머천트뱅킹은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지분까지 직접 사들이던 방식이다. 19세기 말과 1980년대 월가 은행들은 기업 주식에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하며 미국 산업 지형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위험한 투자 관행이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대형 은행이 자기자본을 기업 주식에 넣는 방식은 점차 위축됐다. 최근 규제 환경이 완화되자 은행들은 사모펀드와 사모대출 업체들이 장악해온 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JP모건의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방산업 재건 기조와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으로 고위 국방부 관리들과 주요 방산업체 경영진을 불러 탄약 생산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과 US스틸 등 국가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업의 지분도 직접 사들였다.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때의 구제금융처럼 위기 대응 차원이 아니라, 산업정책 차원에서 민간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방식이다.
JP모건은 이 계획을 미국의 안보와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사업으로 홍보하고 있다. 동시에 이 구상은 JP모건의 기존 사업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효과도 낸다. 은행 경영진은 국가안보 이니셔티브가 이미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먼 CEO는 국가안보 이니셔티브가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을 얻기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행정부 관계자들이 이 노력을 “인정해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JP모건은 지난해 미 국방부가 미국 최대 희토류 업체인 MP머티리얼스 지분 15%를 취득할 때 이 회사를 자문했다. MP머티리얼스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을 미국 안에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가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각료 회의실에서 핵심 광물 및 희토류 관련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2025.10.21.](https://img1.newsis.com/2025/10/21/NISI20251021_0000730782_web.jpg?rnd=20251021093325)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가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각료 회의실에서 핵심 광물 및 희토류 관련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2025.10.21.
JP모건은 이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150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면서 위험도가 높거나 구조가 복잡해 과거에는 피했을 수 있는 대출·거래도 내부 승인을 받기 쉬워졌다고 은행가들은 전했다.
미국이 핵심광물 생산기지를 자국 안에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도 JP모건의 국가안보 금융망과 연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핵심광물 제련소를 짓고, 미 국방부·상무부와 협력해 13종의 핵심광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JP모건은 이 거래를 주선했고, 자체 자금으로 수십억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JP모건은 또 다이먼 CEO가 헌츠빌 공장을 방문한 지 몇 달 뒤인 지난 4월 미 국방부가 L3해리스의 미사일 사업부에 10억달러를 지분 투자할 때 자문을 맡았다. JP모건은 올해 말 예정된 이 미사일 사업부의 기업공개, 즉 상장 작업도 공동 주관할 예정이다.
JP모건은 국가안보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로 한 100억달러 규모 펀드 가운데 현재까지 20억달러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아이다호주의 폐광에서 금과 안티모니를 채굴하는 광산업체 퍼페추아리소시스 주식에 7500만달러를 넣었다. 안티모니는 총알과 탄약 등 무기 생산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다만 JP모건이 국가안보 이니셔티브 실적에 포함한 일부 대형 에너지 합병과 방산업체 기업공개는 새 프로그램이 없었어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구상은 JP모건이 단순한 대출기관을 넘어 미국 방산·핵심광물·AI 산업의 주주이자 조정자로 나서려 한다는 뜻이다. WSJ은 월가가 국가안보 산업에 대출을 넘어 지분 투자까지 확대하려 하면서, 대형 은행이 어디까지 위험을 떠안을 수 있느냐는 논쟁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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