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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전 미사일·드론 90% 日 부품 사용…비밀은 ‘도쿄 비밀 첩보 부대’

등록 2026.07.13 17:39:20수정 2026.07.13 18:46:24

러, 도쿄 군사첩보 작전 정보부대 ‘제20국’

핵심 인물 아에로플로트 직원 필첸코프는 전 GRU 베테랑 장교

베트남 등을 통한 우회로로 러시아에 물품 보내

[세바스토폴(크름반도)=AP/뉴시스] 지난달 10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세바스토폴 1854-1855' 파노라마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2026.07.13.

[세바스토폴(크름반도)=AP/뉴시스] 지난달 10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세바스토폴 1854-1855' 파노라마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2026.07.13.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서방은 수백 명의 러시아 스파이를 자국 수도에서 추방하고 크렘린과 연관된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는 러시아가 정보 수집을 어렵게 하고 마이크로칩, 송신기, 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기계와 같은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추방당했던 수십 명의 간첩들이 뜻밖의 장소인 일본에서 포착됐다. 일본의 허술한 간첩법과 첨단 기술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러, 도쿄 군사첩보 작전 정보부대 ‘제20국’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의 90%가 일본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러시아의 도쿄에서 벌어진 군사 정보 작전의 핵심에 ‘제20국(Directorate)으로 알려진 비밀 군사 정보 부대가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 5개 정보기관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대 요원들은 외교관이나 사업가로 위장해 활동을 벌인다.

도쿄 제20국 작전을 총괄하는 인물은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직원 신분을 갖고 있다고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핵심 기술과 부품 일본에서 얻어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일본에서 획득한 것과 같은 기술에 계속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5월 러시아제 Kh-101 순항 미사일이 키이우의 고층 아파트를 파괴하고 최소 24명의 사망자를 냈다. 조사관들은 해당 미사일에서 대러 수출이 금지된 일본산 부품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NYT는 기밀 정부 문서, 기업 기록, 3개 대륙에 걸친 수십 명의 정보 및 정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20국의 운영과 역할 등을 추적했다고 전했다.

문서와 인터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 공격에 일본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일본에 제시했으나 일본 정부는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일본은 어떻게 스파이 온상이 됐나

일본은 오랫동안 스파이 활동의 온상으로 알려져 왔다. NYT는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승전국들이 만든 여러 제약들 때문에 정보 기관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해외 정보 기관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간첩 위협을 인지하고 있으며, 수십 년 묵은 정보 수집 제한을 해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권 자민당 소속 의원이자 산업 스파이 사건을 기소했던 전직 변호사 시오자키 아키히사는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서방 동맹국들과 협력해 러시아에 대한 군사 관련 물품 수출을 금지했다”고 만 밝혔다.

핵심 인물 아에로플로트 직원 필첸코프는 전 GRU 베테랑 장교

러시아 스파이들은 일본 당국의 코앞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도쿄 도라노몬 고토히라 타워에 위치한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은 간첩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 본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서방 정보 당국은 제20국 도쿄 지국원이 항공사 사무실 22층에서 위험한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이름은 막심 블라디미로비치 필첸코프(49)다.

필첸코프는 2024년 2월 도쿄에 부임했을 당시 러시아는 첨단 부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1차 세계 대전식 포격전에서 드론 전쟁으로 전환되고 있었고 우크라이나는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중국이 러시아에 도움을 줄 수는 있었지만 첨단 무기 생산에 필요한 장비, 공작기계 및 기타 부품들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는데다 많은 기업들이 갑자기 러시아에 대한 판매가 금지되었다.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의 베테랑 장교 필첸코프는 일본에서 한 차례 복무한 경력이 있어 필요한 장비를 찾아내 러시아로 보낼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정보 기관 관계자들은 말했다.

제20국의 정확한 역사는 불분명하지만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창설되었다고 정보 관계자들은 밝혔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제20국은 크렘린의 군사 기술 확보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GRU 스파이들은 소련 시대부터 서방 기술을 빼돌리기 위한 위장 수단으로 아에로플로트 직원을 이용해 왔다고 NYT는 전했다.

아에로플로트는 운행 중단, 공식 파트너 프로코 에어는 활발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아니지만 아에로플로트는 사실상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아에로플로트의 공식 파트너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프로코 에어는 아에로플로트가 운항하는 스리랑카나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로 가는 항공편의 화물칸을 임대한다.

아에로플로트는 그 곳에서 화물을 싣고 러시아로 운송한다. 이는 불법적이거나 특이한 일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물품이 러시아로 유입될 수 있으며 이러한 협력 관계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베트남 등을 통한 우회로로 러시아에 물품 보내 

선적 기록에 따르면 일본은 러시아가 찾고 있는 민감한 이중 용도 기술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밀수업자들은 해당 장비를 러시아에 직접 보낼 필요 없이 러시아에 판매하려는 곳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일본의 민감한 기술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국가는 베트남으로 베트남은 러시아에 민감한 기술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프로코 에어는 도쿄의 산업 항만 지역에 위치해 있다.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프로코 에어 소유주 미키 다케히코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2018년경 필첸코프를 만났지만 6년 후 도쿄로 돌아온 후에야 본격적으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와 후속 연락에서 미키씨는 필첸코프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다. 또한 러시아로 금지 물품을 운송하는 데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프로코 에어가 허가된 물품만 운송하며 대부분 의료 장비와 소량의 화장품이라고 말했다.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그는 아내에게 최근 항공료 청구서 사본을 가져오라고 했다. 미키씨는 청구서를 건네주기 전에 펜으로 관련된 회사들의 이름을 지우려고 했다.

해당 문서에는 3월 12일 스리랑카를 경유해 러시아로 의료 장비가 선적된 내용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삭제 작업은 실패해 문서에는 미키 씨가 크렘린과 연관된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NYT는 전했다.

프로코 에어는 어떠한 위법 행위로도 기소되지 않았으며, 미키 씨는 일본 당국이 자신의 화물 운송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제재 대상자에게 고의로 운송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러시아 무기의 일본산 부품 포함 일본에 통보 

여러 외국 정부는 일본의 기술이 러시아로 밀반출되고 있다고 일본에 거듭 경고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에만 일본 외무성에 이 문제와 관련하여 최소 8통의 공식 외교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들은 민간인 공격에서 회수된 러시아 무기 및 군사 장비에 일본산 부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를 상세히 기술했다.

우크라이나의 서한에는 회로 기판, 송신기, 반도체 등 회수된 수십 개의 일본제 부품 목록과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타임스 기자들은 이 서한 중 하나를 검토했는데 일본제 부품이 탄도 미사일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일본에 니폰 일렉트릭 코퍼레이션,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제조한 회수 부품 목록을 제공했다.

하지만 해당 문서에는 기업들이 제품을 러시아에 고의로 판매했다는 증거는 없었으며 다른 나라로 수출된 후 재판매되었을 가능성만 제시됐다.

모든 기업은 혐의를 부인하며 일본의 경제 제재 및 무역 제한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日 정부 관련 기업에 경고 발령 등 노력도 

경제산업성은 제재 회피 시도와 관련해 기업 및 산업 단체에 경고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 회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 개의 해외 단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서방 관리들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일본의 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에 대해 일본 정부에 수차례 경고했다.

이 경고 중에는 스파이들이 제재 대상 물품을 러시아로 운송하는 것을 도왔다고 의심하는 프로코를 포함한 기업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도 일본 당국에 제공했다.

일본도 필첸코프에 대해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 하에서 불법 수출을 막고 간첩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고 NYT는 보도했다.

1월 도쿄 경찰은 러시아 정보 요원이 우크라이나인으로 위장해 일본인 근로자의 영업 비밀을 훔치려 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NYT의 보도에 대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중요한 정보 탈취 등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정보 활동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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