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는 빠지고, 도라에몽은 시작가…미술시장이 보내는 신호 [박현주 아트클럽]
등록 2026.07.23 00:01:00

케이옥션 7월 경매에서 시작가 6억6000만원에 낙찰된 타카시 무라카미 Takashi Murakami b.1962 Japanese A Blue Sky! Like We Could Go On Forever! 2019. 당초 추정가는 7억2000만~11억 원이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이 안 팔린다? 미술시장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분위기는 사건으로 읽힌다.
국내 양대 경매사의 7월 경매는 지금 한국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서울옥션에서는 시작가 5억 원에 출품된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이 경매 직전 철회됐다. 케이옥션에서는 추정가 3억7000만~8억 원에 나온 블루칩 작가 유영국의 '산'이 출품 목록에서 빠졌다. 최고 추정가 11억 원으로 관심을 모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도라에몽'은 최저 추정가를 밑도는 시작가 6억6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7월 경매 낙찰률도 녹록지 않았다. 서울옥션은 55.75%, 케이옥션은 58%를 기록했다. 출품작 10점 가운데 4점 이상이 유찰됐다는 의미다. 개별 경매 결과만으로 시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출품 취소와 추정가 하회 낙찰, 50%대 낙찰률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시장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로 읽힌다.
지금 시장은 사려는 사람만이 아니라, 파는 사람도 조심스러워진 시장이다. 기대한 가격에 낙찰되지 않거나 유찰 가능성을 우려해 출품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위탁자도 늘고 있다. 시장이 위축되면 신중해지는 것은 컬렉터만이 아니다. 매도자 역시 시장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시작가 5억원에 경매에 오르는 데이비드 호크니,〈Focus Moving〉 photographic drawing printed on paper mounted on Dibond, 170×218.5cm, 2018. 서울옥션 7월 경매전 출품이 취소됐다.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경매 결과는 출품작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경매마다 모인 작품에 따라 결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는 특히 고가 낙찰작의 유무가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경매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총 낙찰액과 낙찰률 등 시장 전체를 보여주는 지표가 강조됐다면, 최근에는 대표 출품작이나 고가 낙찰 사례를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장의 상징적인 거래가 주목받는 흐름이지만, 전체 시장의 체력을 읽을 수 있는 지표의 중요성 역시 여전히 크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미술품 소비심리도 위축됐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은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 구조 역시 돌아볼 시점이다.
해외 메이저 경매사들은 뉴욕·런던·홍콩 메이저 세일에 최고가 작품과 수요를 집중시키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국내 경매시장은 매달 메이저 경매와 온라인 경매가 이어진다. 활황기에는 거래 기회를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침체기에는 한정된 수요가 여러 경매로 분산되면서 출품 확보와 낙찰률 모두 부담을 안게 된다.

경매가 취소된 유영국 Yoo YoungKuk 1916 - 2002 산 oil on canvas 80.3×100cm (40), 1991. 추정가 3억7000만~8억 원.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 필요한 것은 거래량 경쟁이 아니라 시장의 체질을 다지는 일이다. 작품가격심의에 참여하는 미술시장 전문가는 단기적인 유동성에 기대온 양적 확장에서 벗어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1차 시장인 갤러리는 미술사적 가치와 이력이 검증된 근현대 작가와 중진 작가를 꾸준히 재조명하며 작품의 가치를 축적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1000만 원 이하 중저가 작품과 판화 시장을 활성화해 새로운 컬렉터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컬렉팅 저변을 넓혀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국내 수요층은 물론 K아트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신흥 컬렉터를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만의 현상도 아니다.
한국미술품감정센터가 발간한 '아트마켓 2026'은 올해 미술시장을 움직일 핵심 키워드로 '선택적 회복(Selective Recovery)', '비대칭 시장(Asymmetric Market)'의 심화, 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 신흥시장의 부상, Z세대 컬렉터의 본격 등장, 인공지능(AI)의 시장 침투, 비공개 거래(Private Sales)의 확대를 꼽았다.

케이옥션 7월 경매에서 420만원에 낙찰된 정강자(1942 - 2017) 춤추는 폴리네시안 (사모아) oil on canvas 65.1×53cm (15) , 1991.추정가는 400~1200만 원이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은 언제나 순환한다.
유명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 작품값이 오른다는 말도 이제는 공식이 아니다. 미술시장은 이름보다 수요와 심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호크니의 경매 출품 취소와 도라에몽의 시작가 낙찰은 시장의 위기를 단정하는 사건이 아니다. 다만 지금 한국 미술시장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다.
침체기일수록 중요한 것은 거래량보다 시장의 체질을 다지는 일이다. 시장은 숫자로 회복되기 전에 먼저 분위기가 바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