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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분의 기다림, 서로의 시간을 회복하다…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등록 2026.07.28 18:00:59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6'…8월 7~10일 S씨어터

돗자리 앉아 관람…30명의 배우 존재, 관객은 모를 수도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포스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포스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기다리는 시간' 그 자체가 공연이 된다.

김상훈 연출은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라운드 인터뷰에서 "서로의 시간을 회복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작품 취지를 소개했다.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6' 프로그램의 하나다.

창작집단 음이온이 백남준아트센터와 공동 제작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우리는 왜 극장에 모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관객과 배우들이 375년 만의 개기일식을 함께 기다린다는 설정 속에서 180분의 공연이 진행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은 공연장에 놓인 돗자리에 앉아 관람하거나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김 연출은 "도시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데, 현재에도 만족하지 않는다"며 "서로의 시간을 회복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킬링 타임이 아닌 힐링 타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인혁 드라마터그는 "무대에 놓인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 모인다기보다 모여서 즐겁고, 모여서 사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지난 1월 두산아트센터 쇼케이스에서 먼저 관객을 만났다. 당시 11명의 배우가 출연한 60분 분량의 공연이었지만 이번에는 러닝타임이 180분으로 늘었다. 함께하는 배우도 30명이다.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연출은 "두산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시간을 회복하고 서로에게 돌려주려면 3시간은 기다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연 규모를 키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연극은 3시간 동안 관객을 붙잡아두는 장치를 만드는 기술을 쓰게 되는데, 반대로 이번 공연은 3시간이라는 시간 자체를 하나의 장치로 삼았다"고 보탰다.

피아노 콘서트나 간단한 안무 등이 추가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쇼케이스 때와 비슷하다.

김 연출은 "30명의 배우 가운데 대부분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에게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배우들도 관객과 처지가 같아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김중엽은 "관객들이 기존에 보던 사건이나 기대하던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데, 나도 불안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그들과 있기 위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누고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전혜인은 "관객과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2022년 창단한 창작 공동체 음이온은 '개기일식 기다리기'와 같이 익숙한 연극 형식을 깨는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중엽은 이번 공연이 공공극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기존 공연이 관객과 맺는 방식이 위계적이란 생각이 든다. 음이온의 작업을 하면서 좀 불친절해도 훨씬 관객을 동등하게 대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우 전혜인은 "보통 연극이 아니라고 하지만 저희가 정확하게 연극이라고 바라보는 것들을 계속하면서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김상훈(왼쪽부터) 연출, 배우 김중엽, 전헤인, 정인혁 드라마터그.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김상훈(왼쪽부터) 연출, 배우 김중엽, 전헤인, 정인혁 드라마터그.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다림' 자체가 콘텐츠가 된 데는 연출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됐다.

몇 년 전 서울 성수동을 찾았을 때 상점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성수동에서는 기다리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는 친구의 말이 계기가 됐다.

김 연출은 "기다림이 콘텐츠가 되는 건 결국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획득이나 교환 감각에 매몰돼 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획득을 약속하지 않고 오롯이 기다림을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런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인 것 같았다"고 보탰다.

작품의 소재인 '개기일식'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한동안 멀어졌던 친구와 미국 텍사스의 개기일식 생중계를 함께 보며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축제처럼 기다리는 모습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고 했다.

김 연출은 "나도 개기일식 장면 자체는 놓쳤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기다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마지막에는 함께 기다려온 개기일식 장면이 연출된다.

김 연출은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개기일식을 기다릴 마음으로 올 거란 점에 대해 생각해봤다"며 "함께 기다린 사람들과 하나는 보고 가면 좋겠단 생각이 컸다. 물론 전통 극장처럼 공연 하나로 다 해결될 거라는 약속은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다음 달 7~1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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