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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보스트리지 "61세에 부르는 말러…삶의 기억이 해석이 되죠" [문화人터뷰]

등록 2026.08.05 08:00:00수정 2026.08.05 08:05:46

26일 '힉엣눙크!(Hic et Nunc) 뮤직 페스티벌' 개막 공연

세종솔로이스츠와 3년만 재회…"가장 큰 영감을 준 협업"

"말러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음악… 삶을 긍정하게 해"

[서울=뉴시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Ben Ealovega) 2026.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Ben Ealovega) 2026.08.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61세가 되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기억을 바탕으로 노래할 수 있습니다. 삶의 경험은 해석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니까요."

'노래하는 인문학자'로 불리는 세계적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말러를 다시 노래하는 이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을,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역사학자로 활동하다 29세에 성악가로 데뷔했다. 그가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9회 '힉엣눙크!(Hic et Nunc) 뮤직 페스티벌' 개막 무대에서 삶과 전쟁, 상실을 담은 말러의 가곡을 선보인다.

보스트리지는 5일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말러는 의심할 여지 없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가곡 작곡가 중 한 명"이라며 "그의 관현악 가곡은 오케스트레이션 면에서도 대단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말러의 가곡 '소년의 이상한 뿔피리'와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현악 앙상블 편곡 버전으로 들려준다.

그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압도적인 음향 대신 가곡의 언어와 목소리에 더욱 가까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실내악 편곡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소년의 이상한 뿔피리'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과거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 소프라노 도로테아 뢰슈만과 함께 연주했던 기억을 "아주 행복한 추억"으로 떠올렸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역시 20대 시절부터 피아노 반주와 함께 즐겨 불러온 대표 레퍼토리다.

그는 전쟁과 상실, 청춘의 슬픔을 담은 말러의 음악이 오늘날 더욱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전쟁이 상상하기 어려운 비극으로 다가오는 시대일수록 예술은 그것을 기억하고 저항하게 돕는 힘이 있습니다. 말러의 음악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천천히 마주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어두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결국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의 2023년 공연 모습.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2026.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의 2023년 공연 모습.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2026.08.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보스트리지를 '노래하는 인문학자'로 만드는 배경에는 철학과 역사학이 있다.

그는 "철학과 역사학, 음악은 모두 인간을 이해하려는 서로 다른 방식일 뿐"이라며 "늦게 음악을 시작한 덕분에 음악 밖의 세계를 먼저 경험할 수 있었고, 작품이 탄생한 시대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세종솔로이스츠와 3년 만의 재회이기도 하다.

그는 세종솔로이스츠와 2023년 벤저민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으로 한국 8개 도시 투어를 했다.

보스트리지는 "당시 시차 적응도 하지 못한 채 들어간 첫 리허설은 내 음악 인생에서 가장 영감을 주고 즐거웠던 협업 가운데 하나였다"며 "축제의 시작을 여는 무대는 언제나 특별한 책임감과 설렘을 안겨준다. 세종솔로이스츠와 다시 그 첫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휘자 윤한결.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Keundo Song) 2026.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휘자 윤한결.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Keundo Song) 2026.08.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무대에서는 2023년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윤한결이 지휘를 맡는다. 두 사람의 첫 협업이다.

보스트리지는 "최고의 지휘자는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는 사람"이라며 "윤한결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음악은 서로 배우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만큼 이번 만남이 무척 기대된다"고 했다.

윤한결은 "보스트리지는 전 세계에 몇안되는 가곡, 솔로이스트 중심으로 활동하시는 테너"라며 "대부분의 성악가가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그는 그 한계를 넘어 단독 가수로서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 존경스럽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주자가 가장 빛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에서는 말러 가곡과 함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f단조 제11번 '세리오소', 슈만의 현악사중주 a단조 제1번도 연주된다.

윤한결은 "베토벤과 슈만, 말러 모두 고독한 인간의 삶을 음악으로 그려낸 작곡가들"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하게 끝나는 작품이지만,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가 후에 말러 교향곡 1번 피날레의 모티브가 돼 희망이 깃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보스트리지는 이번 내한 공연 이후 작곡가 니코 뮬리의 신작 초연과 소프라노 안나 프로하스카와 함께하는 17세기 음악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오는 10월에는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와 내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세종솔로이스츠와 이안 보스트리지의 말러' 공연 포스터.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2026.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종솔로이스츠와 이안 보스트리지의 말러' 공연 포스터.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제공) 2026.08.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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