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용산공원에 집 지으면 2만가구…'마지막 도심 녹지' 개발 논쟁

등록 2026.08.18 16:14:07

시민들도 찬반 "청년주택" vs "녹지 지켜야"

여의도공원 13배…대규모 택지 확보 이점

'도보생활권' 1인당 공원 면적 5.78㎡ 그쳐

용산공원특별법 개정 필요…사회적 합의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일대가 보이고 있다. 2026.08.09.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일대가 보이고 있다. 2026.08.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청년세대가 살 집이 없다는데 용산공원이 충분히 넓은 만큼 어느정도는 개발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신 두루뭉술하게 한다 만다 할 게 아니라 정확하게 자투리땅 어디를 어떻게 하겠다고 밝혀야죠."

18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서 만난 70대 남성 A씨는 용산공원 택지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요즘은 더워서 방문객이 줄긴 했지만 서울에 이만한 녹지가 흔치 않긴 하다. 아까운 마음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 뿐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놓고 부지 중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서울에서 더는 도심 주택 공급이 가능한 신규 택지를 찾기 힘든 만큼 용산공원의 일부를 활용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부족한 도심 녹지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양상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공원은 좁은 것 같고 용산공원 전체를 (공급지로) 고민하고 있다"며 "용산공원은 무조건 안 되는 곳이라고 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은 전체 300만㎡로 여의도공원(약 22만㎡)의 13배 크기다. 이중 10분의 1 크기인 용산어린이정원(30만㎡)만 청년주택으로 고밀개발해도 2만가구 가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반면 서울시와 용산구는 용산공원이 서울 도심에서 개발되지 않은 마지막 녹지인 만큼 보존하는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뉴욕 센트럴파크, 런던 하이드 파크, 파리 뤽상부르 공원을 열거하며 "용산공원 역시 서울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공간이다. 그렇기에 역대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 역시 용산공원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의 녹지는 도시 규모에 비해 부족한 형편이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은 18.04㎡로 중국 베이징(15.7㎡), 미국 뉴욕(14.7㎡)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자주 이용하기 쉬운 '도보생활권 공원'만 따지면 1인당 공원 면적은 5.78㎡로 쪼그라든다. 서울 남·북부 외곽에 있는 국립공원 등 산간 녹지를 빼면 실제 이용자가 걸어서 갈 만한 공원이 부족한 것이다.

도보생활권 공원 기준 용산구의 1인당 녹지 면적은 7.42㎡로 25개 자치구 중 6위 수준이다. 서울숲이 있는 성동구의 경우 10.34㎡, 월드컵공원이 있는 마포구는 11.76㎡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극한 폭염이 잦아진 상황에서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도심 녹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8일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 앞 도로에 근조화환들이 놓여져 있다. 2026.08.0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8일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 앞 도로에 근조화환들이 놓여져 있다. 2026.08.08. [email protected]



용산 주민들은 공원 유지 쪽에 기운 모습이다. 용산어린이정권의 주택 공급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자 근조 화환 시위가 열린 게 대표적이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오는 19일 오후 어린이정원 인근에서 '용산어린이정원 사수 궐기대회' 개최를 예고한 상태다.

용산구에 오래 터를 잡아왔다는 한 중개업소는 "아직 제대로 된 청사진도 안 나온 주택 공급 보다는 용산공원을 제대로 만드는 게 지역 입장에선 더 나아보인다"며 "이미 이촌동 쪽에서 재건축·재개발이 많이 추진되는데 여기서 더 녹지를 줄여 집을 지으면 교통난은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의 일부를 택지로 전환하려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제정된 이 법은 용산미군기지 반환부지의 공원 조성을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이 180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정부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국회 법 개정은 가능한 상태다.

다만 특별법 제정 이후 20년간 이어진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것인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과 설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용산 미군기지 반환 당시에도 막대한 이전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가 복합 고밀개발을 추진했지만 역사·생태·민족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반발에 개발 계획을 접었던 만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같은 위치에 주택을 대량공급하더라도 서울의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안정되기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좋은 입지에 위치한만큼 향후 해당 신규주택들의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지를 굳이 개발한다면, 중심업무지구로 육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