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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췄다고 영업정지…부산 인디 성지 '오방가르드' 덮친 낡은 법

등록 2026.08.23 07:02:58

K-팝 화려함 뒤 방치된 풀뿌리 음악 생태계

음악계 "클럽 법제화 시급"

[서울=뉴시스] 부산 오방가르드.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부산 오방가르드.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부산 인디계 상징인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가 관객이 춤을 췄다는 이유로 두 달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활성화와 생존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음악계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음악업계에 따르면, 부산 남구는 최근 오방가르드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오방가르드는 전날 공연을 끝으로 당분간 영업을 중단했으며, 예정돼 있던 공연들은 인근 다른 공간으로 옮겨 진행하게 됐다.

2018년 부산 경성대·부경대 인근에 터를 잡은 오방가르드는 현지 인디 신 구축의 거점이자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온 터줏대감이다. 세이수미, 해서웨이, 소음발광 등 부산을 대표하는 밴드들이 각별히 아끼는 공간이며, 밴드 보수동쿨러가 작년 초 마지막 공연을 열고 해산한 장소이기도 하다. 부산과 서울 인디 신을 잇는 기획전 '오방가는 서울나들이' 등을 선보이며 지역 문화의 자생력을 증명해왔다.

그러나 이번 행정처분으로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고질적인 제도적 공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국회전자청원에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 식품위생법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공개 여부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1990년대 '합법화 운동'의 족쇄…'관객 춤' 가두는 식품위생법

라이브클럽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할 수 있게 된 것은 1990년대 문화계의 투쟁 덕분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클럽들은 공연과 주류·음식 판매를 병행하다 식품위생법 위반 단속에 시달렸다. 이에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대개련)을 중심으로 한 인디계의 항의 운동이 이어졌고, 정부는 1999년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음식점 내 밴드 공연을 허용했다.

하지만 반쪽짜리 개정에 불과했다. 일반음식점에서 공연 행위는 가능해졌지만, 관객이 춤을 추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으로 묶였다. 현행법상 관객의 노래와 춤을 모두 허용하지 않으면 일반음식점, 모두 허용하면 유흥주점으로 분류된다. 라이브 공연 중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행위마저 법적으로는 '춤'으로 해석돼 단속과 민원의 표적이 되는 셈이다.

홍대 앞 라이브클럽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는 지난 2015년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예외를 뒀지만, 이는 극히 일부 지자체에 국한된다. 오방가르드가 위치한 부산 남구 등 대부분의 지역에는 이러한 조례가 없어 악의적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오면 영업정지 처분을 피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 부산 오방가르드.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부산 오방가르드.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장도 유흥주점도 될 수 없는 '제도적 사각지대'

소규모 라이브클럽이 정식 공연장이나 유흥주점으로 등록하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공연법상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하려면 막대한 안전 설비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주류 및 음료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티켓 판매 수익만으로는 공간 유지가 불가능해 주류 매출이 생존의 핵심 기반인 라이브클럽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또한 정식 공연장 대우를 받지 못해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반대로 유흥주점으로 등록할 경우 미성년자 출입이 전면 금지돼 청소년 관객과 음악가의 유입이 차단된다.

라이브클럽은 인디 밴드와 팬이 교감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무대 위에서 시험하며 성장하는 음악 생태계의 실전 현장이다. 이를 기존의 일반음식점, 정식 공연장, 유흥주점이라는 낡은 잣대에 억지로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안전과 청소년 보호 기준을 확립한 상태에서 공연과 주류 판매를 복합적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려한 K-팝 그늘 아래…음악계 "풀뿌리 기초 생태계 정비해야"

특히 수도권 외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생적 인디 신을 일궈온 부산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오방가르드의 영업 중단은 음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부산병'이 회자되고 대형 공연장에서 K-팝 글로벌 메가 이벤트가 잇따라 열리는 등 외형적 성장을 자랑하는 부산의 문화적 현주소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음악계 인사들도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리더이자 프로듀서 단편선은 개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떳떳하고, 시민들에게는 큰 볼륨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출 권리가 있다"며 부산 오방가르드 영업정지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방가르드 측의 동의를 받아 소셜 미디어에 공론화 글을 올린다는 전자음악가 키라라(KIRARA)는 "오방가르드는 창작 음악을 만들어 발표하는 인디 신에서 너무도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제 어떤 음악가들은 앨범을 내도 부산에서 쇼케이스를 열 공연장조차 없게 된다"며 "우리 인디 음악가들이 모두 나이트클럽이나 단란주점에서 공연해야 하나. 음악가를 겨우 딴따라로 보는 시각을 가진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창의적일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한성현 대중음악 평론가(웹진 이즘 에디터)는 "규제와 경제적 여건상 대다수 라이브클럽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는데, 음악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나온 관객의 춤 동작을 유흥주점에서만 가능한 불법 행위라며 악성 민원을 넣은 사례"라며 "일반 공연장 등록 시 주류 판매가 불가해 수익원 마련이 어렵고, 유흥주점 등록 시 미성년자 출입이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임희윤 음악 평론가 역시 "민관이 함께 추진 중인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와 글로벌 K-팝의 성취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풀뿌리 문화예술을 생산하고 건강하게 향유할 수 있는 기초 기반과 제도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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