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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국회 문턱 넘어설까…'채무 상환·정부 쌈짓돈' 공방

등록 2026.08.23 06:00:00

정부·여당 "세수 변동 완화 위한 재정 저수지 필요"

야당 "추가 세수는 빚 갚는 데 우선 활용해야"

기금 지출 20%까지 국회 사전 의결 없이 변경 가능

야당 "국민 혈세를 정부 마음대로 쓰겠다는 선언"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모습. 2026.07.2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모습. 2026.07.2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별도로 적립해 미래 성장동력 등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나선 가운데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세수 변동에 따른 재정 충격을 완화하고 긴급한 정책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별도 기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추가 재원을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일반예산보다 탄력적인 기금 운용이 정부의 재정 재량을 지나치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위해 관련 법률과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추가 세수의 활용 우선순위와 국회의 재정 통제권 등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장기 추세를 웃돌 때 재원을 별도 기금에 쌓아두고, 세수 감소나 결손이 발생하면 꺼내 쓰는 ‘재정 저수지’를 만든다. 호황기에 지출을 함께 늘리는 경기동행적 재정운용을 줄이고, 청년·AI·지방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재원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장기 추세를 웃돌 때 재원을 별도 기금에 쌓아두고, 세수 감소나 결손이 발생하면 꺼내 쓰는 ‘재정 저수지’를 만든다. 호황기에 지출을 함께 늘리는 경기동행적 재정운용을 줄이고, 청년·AI·지방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재원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호황 때 쌓고 불황 때 쓴다…'재정 저수지' 미래대응기금

23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가 신설하기로 한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충분할 때 여유 재원을 적립했다가 경기 둔화나 세수 부족 때 활용하는 일종의 '재정 저수지'로 설계된다.

특히 세수 예측 오차로 발생한 '초과세수'뿐만 아니라 내국세 수입이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약 6%)을 웃돌 경우 발생하는 '추가세수'도 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

경기 호황기에 확보한 여유 재원을 미리 비축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경기 하강이나 세수 결손 시에는 재정을 안정적으로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미래대응기금의 정부안이 구체화됐지만 기금이 실제 설치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위해 기금 설치 근거를 담은 법률과 국가재정법 개정 등을 패키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추가 세수의 활용 우선순위와 기금 운용의 재량 범위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시각차가 뚜렷해 입법 단계에서부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뉴시스] 사진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1일 KBS 뉴스7에 출연해 '초과·추가세수의 국채 상환 우선 활용' 지적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KBS 뉴스7 유튜브 캡처) 2026.08.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사진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1일 KBS 뉴스7에 출연해 '초과·추가세수의 국채 상환 우선 활용' 지적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KBS 뉴스7 유튜브 캡처) 2026.08.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추가 세수 활용 놓고 충돌…재정 안정화 vs 채무 상환

우선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보다 미래대응기금 적립에 우선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야당은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힐 경우 이를 국가채무 상환이나 국채 발행 축소에 우선 활용해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46.0%)보다 3.0%포인트(p) 상승한 49.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채무 규모는 1304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300조원을 넘어섰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7일 미래대응기금 관련 논평에서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초과세수를 포함한 잉여금은 부채 상환, 나라 빚을 갚는 데 쓰는 게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명확한 재정 원칙과 절차가 있는데 정부가 재정을 만능 통장처럼 꺼내 쓰는 것은 재정 원칙과 기준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뉴시스에 "관련 법상 초과 세수와 잉여금은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하도록 돼 있고, 이는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도 있다"며 "호황기 이후 불황이 찾아오면 일반회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추가 세수를 별도 기금에 적립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모두 사용하는 것보다 호황기에 일부를 비축해 향후 세수 결손이나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것이 재정 운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21일 KBS 뉴스7에 출연해 "미래대응기금은 국가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 안정화 장치"라며 "늘 초호황을 누리지는 않는 만큼 세수 형편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한 '저수지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필요하다면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매년 발행해야 할 국채의 물량을 줄여서 전반적으로 우리 국가 재정 상태를 양호한 방향으로 더 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재경위 간사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초과 세수와 세수 결손이 발생할 때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여부 등을 놓고 논쟁이 반복돼 왔다"며 "이런 변동을 흡수하거나 완화할 재정 안정화 장치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2026.08.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2026.08.21. [email protected]


'상시 추경·정부 쌈짓돈' 논란도…운용 재량·국회 통제 쟁점

미래대응기금이 사실상 '상시 추경'이나 정부의 '쌈짓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향후 국회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다른 정부 기금과 마찬가지로 매년 기금운용계획에 대해 국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기금은 일반예산보다 연중 운용의 탄력성이 크다.

현행 재정 제도상 기금은 기금운용계획상 주요 항목의 지출금액을 일정 범위 안에서 국회의 사전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다. 사업성 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 범위에서 가능하다.

새로운 사업을 임의로 신설할 수는 없지만 국회 사전 의결 없이 기존 사업에 편성된 지출 규모를 회계연도 중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탄력성을 회계연도 중 발생하는 긴급한 정책 수요에 추경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기금의 사용 범위가 광범위하게 설정될 경우 정부가 국회의 사전 심의 없이 지출 규모를 확대할 여지가 커져 국회의 재정 통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경위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대응기금'과 관련해 "이 기금은 '편법 저수지'의 성격을 띤 제2의 일반회계"라며 "국민 혈세를 정부 마음대로 쓰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금은 20%의 범위 내에서 국회의 사전 의결 없이 정부가 변경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이 있다"며 "설립 목적조차 불분명한데 지출도 상당 부분 사후 통제를 받는다는 것까지 겹친다는 점에서 정부의 설립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해 세부 제도 설계와 재정 제도 간 정합성을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오기형 의원은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다른 재정 제도와의 정합성 문제는 법안을 보고 야당과 논의한 뒤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미래대응기금의 국회 통과 여부는 정부가 기존 추경·예비비와 차별화되는 기금의 필요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재정건전성과 국회의 통제권을 둘러싼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좋을 때 다 써버리거나 감세하거나 국가채무를 모두 갚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정부가 저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면서도 "장기 추세선을 높게 잡으면 기금에 쌓이는 돈이 줄고 낮게 잡으면 많이 쌓이기 때문에 상당히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 국민들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국회 단계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거버넌스를 잘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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