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섭섭, 떠나는 여름 풍경 ②서천 장항송림자연휴양림
등록 2026.08.24 06:01:00

충남 서천군 ‘장항송림자연휴양림’. (사진=서천군) *재판매 및 DB 금지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는 계절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해 간다.
짙었던 녹음 사이로 새로운 빛깔이 스며든다. 들, 산, 물은 한여름과는 달라진 표정으로 다음 계절을 예고한다.
폭염의 고비를 넘긴 뒤라 여행의 발걸음도 한결 여유롭다. 천천히 걷고, 오래 바라보며 지나가는 계절을 즐기기 좋은 때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여름을 떠나보낼 수 있는 풍경들을 골라 봤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늦여름 솔숲에서는 고개를 들어 나무만 볼 필요가 없다. 발밑에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짙은 초록의 숲 바닥을 보랏빛 맥문동꽃이 뒤덮고 있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항산단로34번길 ‘장항송림자연휴양림’ 얘기다.
약 28만㎡ 규모의 이 숲에는 맥문동 약 600만 본이 자라 전국 최대 규모의 군락을 이룬다.
장항송림은 처음부터 휴양림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다. 1954년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을 만들기 위해 당시 장항농고(현 장항공고) 학생들이 2년생 곰솔을 심었다.
어린 묘목은 70여 년이 흐르며 울창한 해송림으로 자랐다. 현재 곰솔 약 1만2000그루가 숲을 이룬다.
방풍림으로 시작했지만 이 숲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과 관광객이 찾는 산책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19년 산림청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고, 2021년에는 자연휴양림이 됐다.
숲 아래에는 맥문동, 해국, 송엽국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 계절마다 다른 경관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장항송림을 가장 화려하게 바꾸는 시기는 늦여름이다. 맥문동이 8~9월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맥문동은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내음성 식물이다. 햇빛이 적게 드는 울창한 소나무숲 아래에 뿌리내려 늦여름을 자기 계절로 만들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소나무 아래에서 맥문동 꽃이 만개한다. 가느다란 꽃대마다 작은 보라색 꽃이 층층이 달린다.

2024년 8월 ‘제2회 장항 맥문동 꽃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 (사진=서천군) *재판매 및 DB 금지
‘제4회 장항 맥문동 꽃 축제’가 28~30일 이곳에서 열린다.
‘보랏빛 숲에서, 함께 여름을 만나다’를 주제로 공연, 체험, 전시, 먹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맥문동을 가까이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숲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맥문동 노리터’ ‘얼음 족욕’ ‘솔바람 인형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숲 가장자리에는 서해와 갯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항스카이워크’가 있다.
높이 15m, 길이 236m로 해송림을 발아래 두고 서해와 갯벌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는 역사적인 장소다. 통일신라가 당나라와 싸운 나당전쟁의 마지막 격전지인 기벌포 앞바다다.
신라 제30대 문무왕(?~681) 재위기인 676년 신라 수군은 이곳에서 당 수군과 잇따라 전투를 벌여 승리하면서 7년간 이어진 나당전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신라의 전쟁과 통합, 그리고 문무왕 시대를 다룬 KBS 1TV 대하드라마 ‘문무’도 11월 첫 방송을 앞두고 있어 기벌포의 역사에 다시 관심이 쏠릴 만하다.

장항스카이워크. (사진= 서천군) *재판매 및 DB 금지
한여름이라면 그늘을 찾아 피신하듯 들어왔겠지만, 여름 끝자락에는 꽃을 보기 위해 이 솔숲을 찾는다.
긴 세월 초록을 지켜 온 소나무 아래 맥문동 꽃이 만개하는 지금, 장항송림은 떠나가는 여름의 마지막 색으로 물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