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아웃 우려 넘기니 'AI 속도조절론'…코스피 영향은
등록 2026.09.16 06:00:00수정 2026.09.16 06:24:24
"투자 사이클 훼손 가능성 낮아…규제 주도권 확보 전략"
![[서울=뉴시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출처: 아모데이 X) 2026.09.14.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02238234_web.jpg?rnd=20260914103626)
[서울=뉴시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출처: 아모데이 X) 2026.09.14.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까지 빅테크의 막대한 AI 투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투자 피크아웃 가능성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면 이번에는 AI 기술 발전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는 프론티어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AI 속도조절론을 공론화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도 이에 동조했다.
고도화된 모델이 허가받지 않은 사이버 공격, 생물학적 위험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모델 성능 향상 속도를 낮추고 외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으며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하고, 사이버보안주가 상승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출렁였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도주인 만큼 AI 투자 방향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어서다.
국내 증권가는 'AI 속도조절론'이 AI 투자 사이클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AI 기업들의 수익화와 규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AI 모델 개발·검증 과정에서 설비투자(CAPEX) 집행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속도조절론을 AI 프론티어 기업들의 '이익'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면 가장 큰 이득은 AI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쓰는 AI 프론티어가 볼 것"이라며 "이들은 AI 모델 퓨어 플레이어로 AI 이외에 다른 현금흐름이 있는 빅테크와 다르게 AI의 성능과 판매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속도를 늦추면 학습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기회비용을 줄이고 기존 모델의 서비스 확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재구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속도조절론의 핵심을 '누가 AI의 발전 속도를 결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해석했다. AI 안전성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빅테크의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정부가 AI의 안정성 등을 선제적으로 규제할 경우 관련 규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빅테크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AI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것 자체가 컴퓨팅 수요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강 연구원은 "AI 연구개발 자동화가 추가적인 컴퓨팅 수요를 만들어내고, 연구의 병목을 사람에서 컴퓨팅으로 이동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AI 속도조절론'을 AI 산업의 구조적 위기보다는 단기적인 내러티브 변화로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AI 테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펀더멘털이 아닌 단기 내러티브의 변화"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모두 속도 조절론에는 표면적으로 동의하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며 "현실화된 위협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가정"이라고 짚었다. 그는 "모델 교체 주기가 길어질수록 AI 기업들의 수익화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한 연구원은 "내러티브에 노이즈가 개입된 상황 속에서 9월 FOMC 불확실성까지 맞물리다 보니,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는 모습"이라며 "AI 투자 축소 혹은 메모리 수요 둔화 신호는 등장하지 않았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달 말 마이크론 실적, 혹은 다음 달 말 빅테크 실적 시즌까지 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 내내 AI 규제와 안전성 관련 뉴스가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반도체의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을 높일 소지가 있다"며 "하지만 AI 개발을 중단하는 것도 아니며, 설령 업체 차원의 안전장치 마련이 시행되더라도, 중기적으로 정부의 규제 압력이 낮아질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 집행이 늦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경계할 것은 AI 성장의 종료보다 시장이 기대한 성장의 실현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AI 안전성 검증과 외부 평가가 실제 개발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데이터센터와 서버, 반도체, 광통신 등 관련 인프라의 발주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장기적인 투자 필요성만으로 단기적인 집행 지연 위험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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