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떡볶이 노포 따라 걷는 서울 ①마복림 할머니집
등록 2026.10.20 07:00:00

서울 중구 ‘마복림 할머니집’의 즉석떡볶이.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오래된 떡볶이집에는 연륜만큼이나 사람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달려와 수다를 떨며 떡볶이와 어묵을 먹던 중고생들, 점심시간이면 이만한 가성비가 어디에 있냐며 정장이나 유니폼 차림으로 김밥은 물론 떡볶이까지 거리낌 없이 먹던 회사원들, 야심한 시각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찾아와 떡볶이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순대로 영양을 보충하던 공사장 인부들….
흔하다면 흔한 떡볶이 한 그릇이지만, 서울의 생활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보는 여행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김병민)은 가을을 맞아 서울시가 선정한 ‘오래가게’ 떡볶이 노포 7것 중 4곳을 골라 이들을 중심으로 주변 명소 까지 함께 둘러보는 '미식 여행'을 제안한다.
서울관광재단은 서울을 여행하며 돌아보기 좋은 곳을 임의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2017년부터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간직한 상점을 발굴해 온 사업이다. 2024년 선정 범위를 음식점까지 확대했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조인서 인턴 기자 = 서울 중구 다산로35길 ‘마복림 할머니집’의 역사는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복림 할머니가 중구 신당동 노점에서 시작한 떡볶이 장사는 오늘날 ‘신당동 떡볶이 타운’의 출발점이 됐다.
마 할머니는 중국집에서 짜장 양념이 묻은 떡을 맛본 뒤 여기에 고추장을 섞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춘장의 고소함과 고추장의 매콤함을 결합한 특제 양념은 신당동 떡볶이만의 맛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냄비에 떡과 양념을 넣고 손님이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 문화가 이곳에서 시작됐다. 빨간 떡볶이 국물에 라면, 쫄면, 튀김만두 등 사리를 더하면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1996년 한 고추장 광고에 등장한 마 할머니의 “며느리도 몰라”라는 대사는 전국적인 유행어가 됐다.
광고를 통해 특제 양념도 관심을 끌면서 신당동 떡볶이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지금도 고추장과 춘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매콤함이 이 집의 특징이다.
한때 떡볶이집 40여 곳이 성업했던 이 골목은 세월이 흐르며 규모가 크게 줄었다.
‘아이러브신당동’ ‘삼대할먼네’ 등이 마복림 할머니집과 함께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신당동 떡볶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 입구.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식사를 마친 뒤에는 떡볶이 타운에서 도보 약 7분 거리인 중구 퇴계로81길·83길 일대 ‘신당동 싸전거리’로 향해 보자.
‘싸전’은 쌀가게를 뜻한다. 1950~1960년대 서울 최대의 양곡시장이 자리했던 이 골목에는 쌀가게, 방앗간, 곡물 창고 등이 밀집해 있었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1915~2001) 명예회장이 젊은 시절 점원으로 일했던 ‘복흥상회’도 이곳에 있었다.
1934년 이 가게에 취직한 그는 1938년 가게를 넘겨받아 ‘경일상회’로 이름을 바꾸고 쌀 장사를 했다. 골목에는 그의 삶과 도전 정신을 기리는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세월이 흐르며 양곡시장은 쇠퇴했지만, 오래된 쌀 창고와 상점들을 개조한 개성 있는 카페, 소품점 등이 들어서면서 ‘힙당동’으로 불리는 새로운 상권으로 탈바꿈했다.
곡물을 거래하던 옛 골목의 흔적과 오늘날 젊은 세대의 취향이 공존한다. 쌀자루가 쌓였던 창고에 커피 향이 감도는 격세지감이 흥미롭다.

서울 중구 ‘신당동 싸전거리’.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옛 골목의 정취를 넘어 조선 시대 서울의 흔적까지 만나고 싶다면 종로구 율곡로 ‘흥인지문공원’으로 향해 보자.
2·6호선 ‘신당역’에서 지하철 6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 이동하면 1·6호선 ‘동묘앞역’이다.
밖으로 나와 공원까지 걸어가도 좋지만, 1호선으로 갈아타 한 정거장 더 가면 1·4호선 ‘동대문역’에 도착한다.
10번 출구에서 약 2분을 걸으면 공원에 닿는다.
‘한양도성’을 끼고 있는 공원에 오르면 조선 시대 한양의 동쪽 관문이자 보물로 지정된 ‘흥인지문’과 주변 도심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양도성은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가 1394년 한양으로 천도한 뒤, 1396년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능선을 따라 축조한 성곽이다.
도읍의 경계를 표시하고 외부 침입으로부터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
일제강점기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부가 훼손됐으나 1975년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이 시작해 여러 구간이 단계적으로 복원됐다.
해 질 녘에는 조선 시대 성곽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 위로 노을이 내려앉는다. 이윽고 어둠이 짙어지고 도심 곳곳에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다.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공원’에서 내려다본 ‘흥인지문’ 일대의 해 질 녘 풍경.( 사진=서울관광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성곽길을 따라 약 1.1㎞, 도보 30분가량 더 올라가면 해발 약 124m인 낙산 정상부에 조성된 종로구 낙산길 ‘낙산공원’에 닿는다.
흥인지문에서 낙산공원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더욱 아름답다. 능선을 따라 굽이치는 듯한 옛 성곽과 주변의 현대적인 빌딩들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성곽길을 걷는 동안에는 그 풍광을 직접 볼 수 없다. 가파른 구간도 있어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시야가 점점 넓어져 탁 트인 서울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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