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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회의, 장기 예산 돌파구 마련 실패

등록 2026.10.17 07:07:55

안보·에너지 비용 급등 대처 능력 부족 드러내


[브뤼셀=AP/뉴시스]유럽연합(EU) 정상들이 16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열린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10.17.

[브뤼셀=AP/뉴시스]유럽연합(EU) 정상들이 16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열린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10.17.


[브뤼셀=신화/뉴시스] 강영진 기자 = 2일 동안 열린 유럽연합(EU)의 정상회의가 16일(현지시각) 장기 예산에 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끝났다.

이는 안보 공약이 확대되고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유럽이 추구하는 목표와 이를 실현할 능력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합의하기 어려운 예산 문제, 미국과 긴장으로 복잡해진 안보 비용의 증가, 유럽의 경제적 회복력을 시험하는 에너지 위기 등  세가지 난제가 다뤄졌다.

EU 집행위원회는 2028~2034년 예산으로 약 2조 유로(약 3005조 원)를 제안했다. 경쟁력과 국방,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

아일랜드는 집행위원회의 제안액을 약 1410억 유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반발을 불렀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아일랜드의 방안이 예산 운용의 유연성을 절반으로 줄여 전체 자금의 99.5%가 사전에 용도가 정해진 상태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독일이 주도하는 재정 보수 성향의 6개국은 예산 축소를 지지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포함한 ‘결속의 친구들’ 17개국은 농업 보조금과 지역 개발 기금을 보호하려 한다.

이러한 의견 차이로 인해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은 연말까지 예산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유럽의 재정 부담은 늘어나는 안보 비용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견해차로 더욱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2027년에 1550억 유로)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소 700억 유로의 추가 지원도 요청했다.

EU는 이미 2026~2027년을 대상으로 900억 유로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추가 자금 조달 수요는 여전히 평가중이다.

한편 미국이 통제하는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실드에 최근 부과된 제한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작전을 방해하면서 유럽 안보 역량의 또 다른 취약점을 드러냈다.

유럽이 직면한 딜레마는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더 큰 안보 책임을 맡으려면 추가 자원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공약을 뒷받침하는 역량 중 일부는 여전히 유럽이 당장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놓여 있다.

에너지도 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폰데어라이엔에 따르면 중동 분쟁으로 EU의 화석연료 수입 비용이 1060억 유로 증가했다. 이는 외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충격에 유럽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유를 포함한 비상 석유 비축분의 방출을 앞당기고 있다. 4개월에 걸쳐 추가로 1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브뤼셀은 에너지 집약 산업에 대한 한시적 지원과 정제 능력 개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당장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후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조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렸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그리고 비셰그라드 4개국은 EU의 두 번째 배출권거래제인 ETS2의 시행을 2030년까지 연기하자고 요구했다. 탄소 가격 책정이 가계와 기업에 추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대했다. 해당 제도를 약화하면 투자에 대한 확실성이 훼손되고 장기적인 기후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정상회의는 시행 연기에 관한 추가 합의 없이 끝났다. 대신 각국 정상들은 ETS2의 설계와 영향, 안전장치에 관한 평가를 갱신하도록 요청했다.

이 논쟁은 어려운 선택을 반영한다. 현재의 에너지 부담을 완화하면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동력이 약해질 수 있고, 야심 찬 기후 정책을 유지하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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