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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합병株 몰려온다…유의할 점은

등록 2023.03.22 07:00:00수정 2023.03.22 07: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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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팩 상장 45개…3년 내 합병대상 물색해야

금감원 "과거 주선인 이력·합병신고서 꼼곰히 살펴야"

스팩합병株 몰려온다…유의할 점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최근 2~3년 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 급증하면서, 올해 이들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 수도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스팩은 우량 비상장사와의 합병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로, 비상장사가 스팩과 합병하면 상장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하지만 우후죽순 늘어난 스팩 수와 스팩의 대형화로 인해 합병 대상 찾기가 녹록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스팩을 만든 증권사는 어떻게든 이들의 합병까지 완수하려는 유인이 크지만, 금융감독원은 무리한 합병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올해 스팩합병株 최다 전망…16개 상장·승인 진행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장한 스팩은 92개, 이 중 지난해 상장한 것만 45개다. 스팩은 존속 기한인 3년 이내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때문에 그 안에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스팩 합병 상장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에만 이미 합병 상장을 완료했거나 승인을 추진하는 곳이 16곳이다. 이미 합병한 기업은 5곳이며 현재 11개사가 거래소 심사를 기다리고 있거나 심사 승인을 받고 상장 준비 중이다. 스팩 합병 상장사 수는 2021년 15곳, 지난해 17곳이었다.

스팩이 부쩍 늘어난 건 최근 증시 부진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스팩 합병 상장은 IPO 우회로로 활용되곤 한다.

IPO의 경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적절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공모가를 확정해야 하는데, 지난해처럼 투자 환경이 냉각기일 땐 리스크가 존재한다. 시장이 좋을 땐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 기업 가치를 낮춰 상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수요예측이나 일반 청약 등에서 미달이 날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에 따른 주가 하락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스팩 합병은 이미 자금 조달을 마치고 증시에 상장된 페이퍼컴퍼니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평가 절하되거나 공모 미달이 나는 등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침체로 증권사들의 증권발행(ECM) 실적이 급감하면서 스팩 상장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합병 전이라 해도 상장만으로도 일부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에, 지난해 IPO 가뭄 때 스팩이라도 많이 상장시키려는 수요 컸다"고 설명했다.

대형 스팩은 합병 기업 찾기 골머리…금감원 투자자 주의보도

다만 우후죽순 많아진 스팩 수와 스팩의 '대형화'로 인해 합병 대상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스팩은 중소형사의 합병을 염두하고 조성되기 때문에 100억원 미만 규모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스팩 상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스팩의 대형화가 두드러졌다. 최근 3년 간 상장한 스팩 92개 중 42개가 100억원 이상짜리며, 300억원 이상도 6개 달한다. 규모가 큰 스팩으로는 지난 2021년 5월에 상장한 '엔에이치스팩19호(960억원)', 지난 15일 상장한 '미래에셋드림스팩1호(700억원)', 지난 2일 상장한 '삼성스팩8호(400억원)' 등이 있다.

통상 스팩 크기의 4~10배 규모 사이의 시가총액 비상장사를 합병한다 하면, 300억원짜리 스팩의 경우 2000억~3000억원 규모 회사를 물색하게 된다. 하지만 3000억원이 넘는 회사가 IPO가 아닌 스팩으로 들어올 유인은 크지 않다. 이미 규모가 있고 브랜드 가치가 있는 기업들은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IPO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IPO로 들어오는 회사들 중에도 수백억짜리가 많을 정도로, 수천억 규모 중견 비상장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0억원짜리가 합병 상장해 최소한 20%를 공모한다면 시총 5000억원이 넘는 회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큰 회사가 굳이 IPO가 아닌 스팩합병으로 가려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미 중소형 규모 스팩들도 너무 많이 상장해있어 합병 대상 찾는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팩 합병 대상 찾기가 어려워질수록 투자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게자는 "최근 스팩 상장이 부쩍 늘어나, 경쟁적으로 합병을 하려다 보면 비상장사를 비싸게 인수할 유인있다"며 "합병 가액이나 비율 등에 있어 일반투자자와 이해 상충 부분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팩 상장부터 합병까지의 구조를 보면, 주관사들은 어떻게든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유인이 크다. 스팩 상장 주관 증권사는 합병 실패 시 리스크를 지게 되며, 성공 시에는 높은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반면 스팩 투자자들은 합병에 실패해도 존속 기한이 끝나 청산되더라도 공모가 원금에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최근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들은 합병가액 산출 근거와 합병 자문인의 과거 자문 내역, 합병 후 주가 현황,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비율 등을 합병신고서 등을 통해 꼼꼼히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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