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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2]

등록 2023.05.29 10:01:22수정 2023.05.29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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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롭스크에서 치타를 지나 울란우데까지

하바롭스크 아모르강 *재판매 및 DB 금지

하바롭스크 아모르강 *재판매 및 DB 금지



[유라시이=뉴시스] 윤종석·박성수 부부화가 = 울란우데는 마침 우리나라의 안양시와 영월군의 자매도시라고 들어서 인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 중 하나는 울란우데 최초의 석조건축물 오디끼뜨리예브스키(Odigitrievsky) 대성당이다. 카흐타 상인들과 울란우데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이 성당은 1741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785년에 완공됐다. 공산당 통치 시절이던 1920년 잠시 문을 닫았다가, 제2차세계대전까지는 반종교 박물관, 그 이후엔 지역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방 정책으로 1992년에야 성당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바롭스크를 떠나 다음 행선지인 비로비잔을 향해 다시 길을 시작했다. 어느덧 날이 저물기 시작했고 우리는 처음으로 러시아 트럭카페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트럭까페는 우리나라에서 휴게소 같은 곳이다. 시베리아 지역을 횡단하는 기나긴 구간 사이사이 대형 트럭 기사들이나, 유라시아 횡단여행자들에겐 오아시스처럼 아주 중요한 곳이다. 긴 구간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식사와 샤워, 세탁을 할 수 있도록 간단한 편의시설도 겸비되어 있다. 샤워는 200루블(약3,500원). 세탁은 150루블(약2,500원) 정도이다. 우리도 이곳에서 샤워와 세탁을 이용했다.

생소하고 낯선 경험은 항상 들뜨게 한다. 마치 우리 뇌 속에 마약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진통 효과를 지닌 마약 같은 엔도르핀(endorphin) 작용으로 기분을 좋게 하듯, 여행에서 만나는 웬만한 힘겨움은 미술가 부부에겐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기대감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현실은 빨래를 산더미같이 매달고 차 창문의 바람에 의존해 말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웃음이 났지만 아무렴 어떤가. 여행이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어선 안 됨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가 러시아를 통과하는 도시의 순서는 일단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가고 있다.

간혹 앞선 횡단자들의 루틴을 밟아가기도 하는데, 러시아 남동부 자바이칼스키주의 주도 치타(Chita)까지가 ‘마의 구간’이라 불린다. 그곳까지 무사히 통과한다면 무사 횡단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치타 구간은 본격적인 여행에 앞선 첫 번째 시험이나 통과의례와 같다. 실제로 도로는 곳곳이 공사 구간이고, 시도 때도 없이 깊게 파인 포트홀(pothole)이 나타나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치타 가는 길 *재판매 및 DB 금지

치타 가는 길 *재판매 및 DB 금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지칠 때로 긴 시간을 달리다 보니, 치타 도착 전 320km 지점부터 정말 장관이 펼쳐진다.

정말 드넓은 평야가 끝도 없이 펼쳐지고, 원시지구 본연의 대지 색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신비로운 풍광들이 맞아줬다. 꼭 한동안 고생을 무릅쓰고 달려온 초보 여행자에 대한 깜짝 보상이라도 해주듯 말이다. 한편으론 우주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것 같다. 그래서 차를 잠시 멈추고 그 자연, 그 행성의 품 안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치타야 내일 가면 되지. 어디 화급을 다투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가용을 갖고 자유여행에 나선 장점을 살려 오늘은 여유로움을 부려보려 한다. 텅 빈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차 안에서 맞이하는 밤하늘은 특별히 형언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공기의 숨과 결이 그리고 밤하늘의 향기를 맡으며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한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으며 잠을 청한다.

다시 맞은 아침, 치타로 부지런히 달린다. 끝없는 수평선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치타로 향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건 지평선보다 수평선에 가까웠다. 저 멀리 낮게 내려앉은 하늘과 길이 맞닿았다. 색깔마저 차가 달리는 도로와 양 갈래로 나뉘어 붉고 노랗고 푸르며 검었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쑥 튀어 오르는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언덕을 내달리는 동안은 영락없이 높은 파도를 즐기는 서퍼가 된 기분이다. 대지 표면의 곡선을 따라 미끄러지다 보면 금방이라도 파도 속으로 사라지거나 튕겨 나갈 것 같은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길이 점점 좁아지고 대지가 도로를 침범하는 것처럼 끝이 점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느새 치타에 입성했다.

치타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지친 몸에 보상하듯 호텔에 묵었다. 시설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저녁부터 수돗물이 노란색으로 나와 난처했다. 데스크에 문의 했지만 도시 전체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내일 아침엔 괜찮을 거란 여유로운 답변만 돌아왔다. 그래도 간만에 몸을 제대로 눕게 되었으니,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다고 위로했다. 다음날 22일 낯선 도시의 이른 아침 산책을 마치고, 다시 러시아 부랴티야 공화국의 수도이자 시베리라 주요 도시인 울란우데(Ulan-Ude)로 향했다.
트럭카페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럭카페 *재판매 및 DB 금지



장거리 여행에서 제일 큰 문제가 식사 해결이다. 러시아 음식이 대체로 힘들진 않았지만, 횡단 과정에선 되도록 간소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혹여나 체력이 떨어질까 걱정되어 차로 달리는 동안에도 전기밥솥에 밥을 했다. 밥이 다 되자 밥통 채 빼어서 안고, 참치 캔 한 통과 고추장까지 넣고 비볐다. 크게 한 수저 떠서 김치를 얹어 운전하는 윤 작가에게 먼저 한 입, 나도 한 입 하다 보니 밥통이 어느새 비었다.

운전하랴 밥 먹으랴, 스치는 작은 마을 풍경들 감상하랴 쉼 없이 달리다 보니 또 트럭카페를 만났다.

도시와 도시 간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단번에 울란우데에 다다르긴 힘들다. 역시 트럭카페에서 하룻밤 지낸 다음 날인 23일에야 울란우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울란우데는 제법 큰 도시다. 울란우데에는 몽골인의 친척뻘인 부랴트인이 살고 있어 그동안 만났던 도시와는 달리 동양적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바이칼호로 흘러드는 셀렝가강과 그 지류인 우다강의 합류점 가까이에 있고, 러시아에서 중국과 몽골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무역중개지로 발달했다.


울란우데 오디끼뜨리예브스키(Odigitrievsky) 대성당 *재판매 및 DB 금지

울란우데 오디끼뜨리예브스키(Odigitrievsky) 대성당 *재판매 및 DB 금지



울란우데는 마침 우리나라의 안양시와 영월군의 자매도시라고 들어서 인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 중 하나는 울란우데 최초의 석조건축물 오디끼뜨리예브스키(Odigitrievsky) 대성당이다. 카흐타 상인들과 울란우데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이 성당은 1741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785년에 완공됐다. 공산당 통치 시절이던 1920년 잠시 문을 닫았다가, 제2차세계대전까지는 반종교 박물관, 그 이후엔 지역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방 정책으로 1992년에야 성당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명 울란우데 대성당은 다른 성당들과 달리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단순함과 편안한 느낌으로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지역적 특성상 시민 중에 불교도 신자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울란우데미술관도 들려볼 만하다. 지역의 소소한 역사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과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울란우데에 머무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진 못했다. 이번 유라시아 횡단의 빼놓을 수 없는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 ‘바이칼 호수’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칼! 기다려!!
 
울란우데 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울란우데 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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