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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막겠다"…업계 반응은?

등록 2023.06.01 06:00:00수정 2023.06.01 06: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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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새 회계제도(IFRS17)서 시가로 평가돼

금융당국 "보험사, 편향되지 않은 가정으로 부채 평가"

업계, 대체로 환영하지만 자율에 맡겨야 의견도

[서울=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4.23.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한재혁 기자 = 올해부터 새 회계제도인 IFRS17이 도입됨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마진(CSM), 당기순이익 등 주요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임의로 낙관적인 실적 지표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 업계에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 기관은 전날 이같은 내용의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그 목적을 '보험회사 재무제표 신뢰성 및 비교가능성 제고'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편향되지 않은 가정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해야 하며, '의도적으로 낙관적 또는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상품과 관련해선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추세(현금유출) ▲실손의료보험 갱신보험료 조정(현금유입) ▲무·저해지보험의 해약률 가정 ▲고금리상품의 해약률 등의 산출기준을 구체화했다. 또 '보험손익 인식을 위한 CSM 상각 기준', '보험손익 인식을 위한 RA 상각 기준'을 추가로 제시했다.

지난해까지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이익을 계산해 왔다.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에선 부채도 시가로 평가한다. CSM은 보험사들이 장래 이익을 반영하는 재무상태표상 공시정보로, 보험서비스 제공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IFRS17에서 보험사 실적을 좌우할 주요 지표로, 기본적으로 회계상 부채지만 보험사의 장기 수익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쓰인다.
[서울=뉴시스]보험계약마진(CSM) 산출 과정(사진=보험연구원 제공)2023.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보험계약마진(CSM) 산출 과정(사진=보험연구원 제공)2023.05.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금감원은 11일 차수환 보험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23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가졌다. 눈여겨 볼 점은 보험사들이 공개한 IFRS17 기준 지난해 순익을 보면 DB손보가 1조670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보다 높은 수치로 삼성화재는 1조4764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5위사로 평가되는 메리츠화재가 1조3103억원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

같은 기간 CSM은 삼성화재가 12조2097억원을 보고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DB손해보험(11조2565억원), 메리츠화재(10조6497억원), 삼성생명(10조3745억원), 한화생명(9조5587억원), 현대해상(8조8928억원), KB손해보험(7조8743억원), 신한라이프(6조7469억원), 교보생명(4조5910억원), NH농협생명(4조170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의적인 계리적 가정 사용에 따라 일부 보험사의 CSM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도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라도 신뢰성과 비교가능성이 확보된 가이드라인이 제정돼 혼란이 조금 잦아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각 사별로 차이가 있던 것을 가이드를 통해 혼선을 방지하게 돼 긍정적으로 본다"며 "실손에 대해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었는데 공통되게 잡아 혼선을 방지하고 예실차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만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오랜 준비한 기간이 있었던 만큼 각 사의 전략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면 시장이 자체적인 자정작용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금융당국이 낙관적이거나 보수적인 운영 모두를 경계하는 듯 하지만 결국 보수적인 운영 방향으로 몰고 있다며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전예지 연구원은 지난 8일 내놓은 'IFRS17 사전공시 분석'을 통해 "IFRS4 대비 IFRS17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생보사는 제도 전후 큰 차이가 없으나, 손보사는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다"면서도 "보험사별 자본과 이익 증가율이 상이한 것은 전환방법 등을 활용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연구원들은 "보험사는 IFRS17로 평가된 자본이 대폭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손보사는 이익도 상당히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할인율 및 신계약비 상각기간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즉 제도 도입시기와 금리상승기가 맞물려 예상보다 높은 할인율로 보험부채가 평가됐다. 이는 부채 감소, CSM 증가로 이어졌고 자본과 이익은 동시에 증가했다. IFRS4에선 신계약비를 최대 7년간 상각하지만 IFRS17에선 보험기간 전체에 걸쳐 상각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은 계리적 가정을 무조건 보수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회사마다 상품과 포트폴리오, 구조가 다른데 천편일률으로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하면 외려 예실차가 커지는 부작용이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이나 회사의 가치평가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해주기보다 시장에 맡기면 시장참여자들을 통해 알아서 자정될 것"이라며 "IFRS17 도입 취지는 상품이나 회사 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평가받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예실차는 기초가정에 따른 예상금액과 실제 발생금액의 차이를 뜻한다.

금융당국은 관련 논의 내용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후 최종안을 확정, 보험사가 빠르면 다음달 결산부터 이를 적용케 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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