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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을 늘리면 평화가 온다"는 환상은 깨졌다

등록 2022.12.14 12:24:23

러시아·중국 30~40년 이상 경제 개방하고도

독재 심해지면서 우크라 침공하고 대만 위협

미국 등 서방 지도자들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서울=뉴시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공식화하는 16일의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불과 사흘 앞둔 1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례적 항의 시위가 전격적으로 펼쳐졌지만 신속하게 진압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2022.10.13

[서울=뉴시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공식화하는 16일의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불과 사흘 앞둔 1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례적 항의 시위가 전격적으로 펼쳐졌지만 신속하게 진압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2022.10.1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교역을 확대해 평화를 구축한다.” 20세기 들어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편 전략의 요체다. 그러나 이 정책이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뒤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는 갈수록 심해져 왔다. 이를 두고 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이 13일(현지시간) “환상이 깨졌다”고 선언했다.

20세기 초 영국 경제학자 노먼 에인절은 저서 “대환상(Great Illusion)”에서 경제 발전과 세계 무역 확대로 전쟁이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정복 전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농부들과 달리 산업 노동자들은 착취할 수 없는 대상이 됐고 작은 나라라도 세계 시장에서 자원을 수입하고 상품을 수출해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 상호의존이 전쟁에서 승리한 나라에게도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고 했다.

1차 세계대전 전운이 감돌던 당시 그의 주장은 정치인들이 군사적 영광을 추구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교역을 통한 평화 이념은 서방의 주춧돌이 됐다.

1948년 제정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던 코델 헐의 신념이 바탕이 됐다. 그는 무역확대가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으로 믿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거쳐 유럽연합(EU)가 확립된 것도 프랑스와 독일이 상호 의존적이 되면 유럽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전세계 무역 제도를 주도해온 미국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무역 제재를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재를 시작했을 때는 일탈로 치부됐지만, 경제와 역사를 잘 아는 현 정부 당국자들이 벌이는 일을 그렇게 말할 순 없다.

과연 교역을 통한 평화의 시대는 끝났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그 이념은 최근 퇴색하고 있다.

우선 교역이 평화를 구축한다는 생각은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만 적용된다. 미국은 1916년 판초 빌라를 체포하기 위해 멕시코를 침공했으나 실패했다. 멕시코의 제조업이 북미산업에 통합돼 있는 현 상황에서 그런 일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만의 제조업이 중국의 제조업과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까?

한동안 전 세계에서 권위주의 체제가 늘어왔다. 취약한 민주주의 국가가 권위주의로 전환되거나 중국처럼 정치적 개방을 배제하고 경제적 개방을 통해 빠른 경제성장을 누리면서 독재를 강화해왔다.

세계경제에 통합되면 될수록 민주화된다는 가설은 어떤가? 독일과 같은 서방 국가가 경제외교에 집중하면서 펴는 논리다. 이른바 무역을 통한 변화(Wandel durch Handel) 정책이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정책의 실패를 웅변한다. 중국은 40년 전 국제 무역체제에 가담했고 러시아는 30년 전에 가담했지만 두 나라가 민주화 또는 법에 의한 통치가 강화되는 조짐은 전혀 없다.

오히려 국제적 상호의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했다고 할 수 있다. 푸틴은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가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교역을 통한 평화는 완전히 허구인가. 아니다. 유럽 각국의 경제 의존 증가로 유럽 중심부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상업적 평화”의 꿈은 크게 힘을 잃은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은 큰 문제다. 우리는 개방 시장 경제에서 살고 있으나 이 체제가 필연적이지도 지속될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하다. 세계화가 상당기간 동안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지도자들과 국제정책 담당자들이 교역이 어떻게든 세계를 요리하게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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