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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코로나19, 끔찍한 전쟁…문화 역할이 중요"

등록 2020.12.24 18: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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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관악문화재단 이사장 취임

[서울=뉴시스] 박정자 이사장. 2020.12.24. (사진 = 관악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정자 이사장. 2020.12.24. (사진 = 관악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로나19 이후에 더 많은 고민이 생겼어요. '예술가와 지역을 어떻게 이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죠. 그 가운데 'N개의 서울'이 좋은 매개체가 됐어요. 청년 예술가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더 바라보게 된 거죠."

주승리 관악지역문화진흥사업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차근차근 설명해가는 과정을 화상 너머로 점잖게 지켜보던 박정자 관악문화재단 이사장이 천천히 운을 뗐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잘해요. 관악구를 위해서 정말 훌륭한 일을 하는 젊은이라 든든하네요. 믿음직스럽습니다."

연극계 거목이자 우리사회의 큰 어른인 박정자의 칭찬에 주승리 PM은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박정자는 "예술을 하는데 나이의 적고 많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젊은이에게 기대하는 건, 젊으니까 꿋꿋하게 어려운 때를 잘 견뎌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요즘 시대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도 충분히 절감 중이다. "지금 인생을 살아가는데 삶의 무게가 청년들에게 기울어진다는 걸 알아요. 그런 고통을 우리가 분담해야죠."

관악구는 젊은 구다. 20~30대 청년 인구 비율이 42%로 구 단위에서 전국 1위다. 우리시대 멘토로 통하는 박정자가 올해 3월 이사장으로 부임한 뒤 꾸준히 청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온 이유다.

서울문화재단이 각 지역만의 동네 문화를 발굴 개척하도록 장려하는 지역문화진흥사업 'N개의 서울' 역시 관악문화재단에서는 청년이 중심을 이룬다.

물론 청년의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1인, 예술가, 노년층 등 다양한 삶의 형태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모아왔다. 특히 올해 관악구 'N개의서울'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도 예술과 시민의 소통을 통해 온라인전시 '관악아트위크'를 기획·운영해왔다.

코로나19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피해를 줬다. 관악구 내 자리잡은 페미니즘 책방 '달리, 봄' 운영에도 관여하는 주승리 PM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뉴시스] 주승리 PM. 2020.12.24. (사진 = 관악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주승리 PM. 2020.12.24. (사진 = 관악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책방은 오프라인 모임이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불가능했죠. 주변 예술가들은 생계를 위해 강사 등의 일을 해왔는데, 올해는 그 자리가 다 사라졌어요. 생계마저도 위협 받는 한해였죠."

박정자는 "저는 한국전쟁을 겼었던 세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총과 폭격기가 없을 뿐이지 전쟁보다 더 무서운 때인 것 같아요. 코로나19는 세계가 동시에 겪는 끔찍한 전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주 PM은 오랜 기간 힘겨움을 뚫고 살아온 박정자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오랜기간 연극을 해오신 것이 쉽지는 않으셨을 거 같아요. 저희가 여성들의 자서전을 통해 '개개인의 역사는 특별하다'는 걸 기억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박정자 이사님이 거기에 가장 어울리는 분"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27일까지 진행되는 관악아트위크에서는 '각 지역의 역사가 특별하다'는 걸 보여준다. 'N개의 서울'의 하나로 진행되는 '아트-씨(See) 프로젝트 : A·S·P'가 대표적인 예다.
 
지역 무속신앙 및 무속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봉천동 점성촌 프로젝트', 사라질 삼성동을 기록하는 '삼성동 재개발 지구 프로젝트', 혼자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1인 여성가구 프로젝트' 등 3가지 주제로 관악구가 가진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아카이빙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글로벌, 전국적으로 교류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이 증가하면서 지역,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행하는 예술활동이 더 주목받게 됐다.

박정자도 이런 흐름을 수긍했다. "많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만남으로 인해 생기는 정보를 나누지 못하고 있죠. 이런 때일수록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울=뉴시스] 박정자 이사장. 2020.12.24. (사진 = 관악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정자 이사장. 2020.12.24. (사진 = 관악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특히 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에 지금 같은 때에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없고, 볼 수 있는 연극이 없었으면 더 큰 절망에 빠져 있었겠죠."

여든살이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젊음과 문화에 대해 교감하는 박정자의 모습에서 그녀의 대표작인 연극 '해롤드와 모드'의 모드가 겹쳐졌다. 삶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해롤드'와 죽음을 앞둔 할머니 '모드'의 세대를 초월한 순수한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 '모드'는 유쾌하지만 삶의 본질을 꿰뚫는 눈을 갖고 있다.

내년 5월에 '해롤드와 모드'를 다시 공연할 예정이라는 박정자는 동시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코로나가19가 진정된다면, '관악강감찬축제'를 비롯 현재와도 접점이 있는 관악구 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장려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중에서 비중을 실어 구상 중인 건 '시 낭송대회'다. 지난 10월 관악문화재단은 비대면으로 '예술과 문학이 흐르는 미술관' 낭독 콘서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묵직하면서 매력적인 저음을 갖고 있는 박정자는 평소 낭독과 낭송을 즐겼다. 마침 관악구 내에 이원수, 서정주, 황순원 같은 작가들이 이웃해 살기도 했다.

"관악구민이 어떤 시든 한편에서 세편정도를 외우고 있다면, 얼마나 멋지겠어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낭송 캠페인을 벌이고 싶어요. 다 같이 모여 시를 외우고 노래를 하는 풍경, 상상만 해도 멋지잖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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