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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검열·감청 통신내역 '증거 배제'…'민사재판' 증거채택기준 마련

등록 2014.12.30 06:00:00수정 2016.12.28 13: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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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증거·증인 신청시 구체적인 증명 사실 밝혀야 예외 사유 없는 한 신청된 증거 폭넓게 채택 재판부별 증거채택 '편차' 줄여 만족도·신뢰성↑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앞으로는 불법 검열이나 감청으로 취득한 우편물·통신내역이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해 얻은 자료는 민사재판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다만 대화 상대방과 주고받은 말을 비밀리에 녹음한 녹음테이프나 녹음파일, 그에 따른 녹취서 등은 재판부가 수집방법과 증거조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신청인은 상대방과의 대화 시간과 내용 등 입증취지에 부합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해 민사재판의 증거채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적정한 증거채부 실무운영 방안'을 마련, 지난 29일 전국 고등법원과 각 지방법원에 배포했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민사재판에서 증거는 기본적으로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신청하고, 신청방식에 어긋난 증거는 정해진 기간 내에 보완하지 않으면 채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민사재판 당사자는 증거를 신청할 때 법원의 증거 채택 여부 심사를 위해 증명사실과 증명취지를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증인을 신청할 때에는 증인이 증명할 사실을 알게 된 사연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고, 금융자료나 건강보험 등 개인정보에 관한 조회신청을 할 때에도 증명하려는 사실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를 언급해야 한다.

 이처럼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주요쟁점을 판단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증거에 대한 신청은 상대적으로 그 필요성이 낮게 인정된다. 지엽적 정황증거나 성향증거를 신청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다른 사유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지엽적 정황증거나 성향증거만을 이유로 증거신청을 기각해서는 안 된다.

 재판부는 또 증거조사의 필요성을 심사하면서 해당 증거의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증거조사 필요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또 재판부의 심증과 다른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 신청에 대해서도 조사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아울러 당사자가 신청할 수 있는 증인의 수를 획일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신청된 증인 각각에 대한 조사필요성과 절차지연 정도 등을 비교해 채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처럼 재판부는 과도한 절차지연이나 상대방 및 제3자의 권리침해 등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신청된 증거를 폭넓게 채택해야 한다.

 금융거래정보 등 제출명령에 대해서는 정보주체가 당사자인지, 제3자인지를 구별해 제3자 정보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증거조사 필요성을 심사해야 한다. 제3자의 권리보호 측면에서 조회정보를 필요최소한도로 제한했다.

 재감정을 신청하는 경우 기존 감정의 신뢰성에 의심이 있다면 감정인신문, 감정보완, 전문심리위원활용 등의 해명조치를 우선 고려하되 해명조치를 통해서도 의심사유가 남아 있다면 재감정을 채택하게 된다.

 항소심도 이와 같은 기준으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되, 항소이유서에 새롭게 신청된 증거와 입증취지·1심에서 제출하지 못한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 절차지연의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 필요성이 절차지연이나 재판진행 저해 정도보다 더 크다면 증거를 채택할 수 있지만, 만약 항소심에서의 유일한 증거에 대한 신청이라면 절차지연의 요소는 고려되지 않는다.

 항소심에서 재감정이 신청된 경우, 1심에서 기존 감정의 전제사실이나 결과에 대한 실질적 공방과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유가 인정되면 재감정필요성을 더 높게 평가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방안은 현행 민사소송법상 증거 채부 기준이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재판부에 따라 편차가 발생해 사법부의 신뢰가 저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법원은 재판부별 편차를 줄이는 한편 당사자의 예측가능성과 절차적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올해 초부터 증거 채택 여부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 역시 지난 6월 당사자의 적정한 증거신청권을 보장하고 재판절차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증거채부기준을 마련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이후 법원은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학계, 변호사, 법관 등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구성하고 법원 외부 의견을 수렴했으며 각급 법원의 내부 의견까지 종합한 뒤 가이드라인의 최종안을 완성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번에 마련된 방안을 각급 법원 재판부에 전달해 자료를 공유하고, 자발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격려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에 배포된 '적정한 증거채부 실무운영 방안'의 실무적용 참고자료로 '적정한 증거채부 실무운영을 위한 실무편람'을 내년 2월 중으로 발간해 각급 법원에 추가 배포할 계획이며, 내년도 법관연수 과정에도 해당 과목을 개설해 연수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방안이 각급 법원에 공유되고 재판에 활용되면 민사재판 증거 채택 여부의 적정화와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사실심리도 더욱 충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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