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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2018 남북정상회담과 남남갈등

등록 2018.11.09 12:58:54수정 2018.11.20 09: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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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9일 열린 안민정책포럼 정책세미나에서 이상환 외대교수가 '2018 남북정상회담과 남남갈등:향후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2018.11.09(제공=안민정책포럼)

【서울=뉴시스】9일 열린 안민정책포럼 정책세미나에서 이상환 외대교수가 '2018 남북정상회담과 남남갈등:향후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2018.11.09(제공=안민정책포럼)

【서울=뉴시스】“북한의 비핵화를 김정은의 신사고에 의존하는 것은 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수단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에 북 비핵화를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통해 이뤄나가야 하는데 최근 한미동맹의 균열이 나타나는 것 같아 매우 불안합니다.”

이상환 한국 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9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 ‘2018 남북정상회담과 남남갈등;향후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상환 원장은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간 이견이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 재무부가 9.19 평양공동선언 직후 국내 국책 및 시중은행에 전화를 걸어 대북제재 준수를 요청한 사실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한국 정부를 가리키며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란 외교적 결례까지 무릅쓴 발언들은 한·미간 노출된 불협화음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미국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가 잘 먹혀들지 않을 경우 내년 쯤 인권문제로 또 다른 압박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며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이견을 보여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 원장은 한·미간 동맹이 균열로 치달을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보유를 용인하는 대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발사체 규제, 중국의 인정하에 주한미군 주둔 등의 선에서 타협하거나 신에치슨 라인으로 한반도를 미국 방어선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김정은 선택은 핵무장·경제발전 병진전략이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이 아닌 체제인정일 뿐 정권안보를 보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북·미간 거래의 등가성이 확증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쉽게 낙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남북통일의 과정에서 남남간, 남북간 통합의 프로세스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통일세력 대 반통일세력, 혹은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으로 구도화하는 이분법적 리더십으로는 남북통일에 앞서 남남갈등만 더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시스는 이날 이 원장이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남북관계의 개선 기대만큼 남남갈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태까지 경험한 적 없는 상황으로의 이행 속에서 국민은 그 흐름에 동참 할뿐 그 목적지와 경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따라가고 있다. 더군다나 그 길에서 배제된 국민의 한 쪽도 존재한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만찬 식단과 초청 인사, 또한 ‘잃어버린 11년’과 ‘20년 집권’이란 말의 의미를 생각하면, 현충일 대통령 추모사의 통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태영호 공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 내에는 ‘존재하는’ 북한과 ‘존재하지 않는’ 북한을 얘기하는 두 집단이 있다고 말하면서 존재하는 북한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존재하는 북한을 존재하지 않는 북한으로 우리가 만들 수 있는지. 김정은의 ‘신사고’를 확인하며 우리 민족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

통일의 과정에서 남남 간 및 남북 간 통합의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과거에는 진보, 좌파, 반미, 통일세력이라는 도식과 보수, 우파, 친미, 반통일세력이라는 도식의 이분법적 구조 속에서 우리 사회의 남남 갈등이 증폭됐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대립 구도를 형해(形骸)화 하고 국민의 한 쪽을 정권 적대세력으로 내몰지 않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4.27 정상회담은 기존 프레임에 ‘평화 세력 대 전쟁 세력’이라는 구도를 더했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만들어온 이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대타협’으로 포장되었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나의 우려는 미·북 회담이 ‘비핵화(非核化) 협상’이라기보다 ‘핵군축(核軍縮) 협상’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속내는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 미사일(ICBM) 위협만 제거하면 된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다른 하나의 우려는 우리의 대북 정책이 ‘포용(包容)’에서 ‘유화(宥和)’로 비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유엔 대북 제재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핵불균형의 상황에서 유화책으로 여겨질는지 모른다.

김정은의 선택은 핵무장·경제발전 병진정책이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도 사실상 체제인정일 뿐이며 정권안보를 보증하지 못한다. 거래의 등가성이 확증 안되는 비핵화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까. 결국 낙관적 결과는 김정은의 ‘신사고’로 명명 될 수 있는 북한정권의 새로운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유도하며 기다려보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그 신사고가 존재하고 이를 수행할 북한정권의 의도를 신뢰한다할지라도 한반도 역학구도의 변화에 따라 그 의도는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동맹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서해 5도와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이러한 우려를 더해가고 있다. 또한 경제 제재를 담당하는 미국 재무부가 9·19 평양 공동선언 직후 국내 국책 및 시중은행에 대해 대북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이 ‘세컨더리 보이콧’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남북관계의 과속을 경고하는 미국 정부의 지적이 거듭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범정부적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도 해프닝으로 끝났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한국 정부를 가리키며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발언했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이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이는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압박 카드가 있는가. 아직도 북한 정권에 신뢰를 보이면 그들도 바뀔 것이라는 사고에 매몰되어 다른 사고를 애써 도외시 하고자 하는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남남갈등의 의제는 역사 인식, 통일 인식, 그리고 남북한 및 동북아 평화 인식과 관련한 것들이다.

 첫째, 역사 인식 의제는 건국 및 정부수립 100주년과 관련한 1919년 대 1948년 논쟁이다. 이는 국가 정통성 및 이데올로기 논쟁이 되며 향후 개헌 논의 시 그 투명화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둘째, 통일 인식 의제는 세대 간 혹은 집단 간 통일 인식에 대한 간극과 관련한 논쟁이다. 신세대의 보수화 혹은 실용화 문제, 통일과정 비용 문제 등이 그 주요한 사안이며 이는 국민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10.4 선언 당시 그 이행 비용만도 14조 3000억원 혹은 100조 이상 든다는 예상도 있었다.

 셋째, 남북한 및 동북아 평화 인식 의제는 ‘핵 있는 평화’대 ‘핵 없는 평화’ 문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전략과 관련한 논쟁이다. 이들을 가교(bridge)하는 국가로서 한미동맹의 중요성, 그리고 북한 비핵화 협상과 남북경협의 투명화가 그 핵심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우리 사회의 균열구조가 상당 부분 해소될 줄 알았다. 하지만 데모는 하루도 거를 날이 없는 상황이다. 데모의 증가는 갈등 정도가 더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고 국민의 한 쪽만을 축으로 모든 국민을 한 줄로 세우려 해서는 안 된다. 남남갈등이 치유되고 통합으로 가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통일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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