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판 구하라 사건'…32년 만에 나타나 1억 타간 생모
소방관 딸 순직하자 거액의 유족급여 받아가
전 남편과 큰딸, 생모 상대로 가사소송 제기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고 구하라 씨 오빠 구호인 씨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영교 의원과 함께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20. [email protected]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와 큰딸은 "딸의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돈을 받아갔다"며 거액의 양육비 청구 소송을 냈다.
31일 전북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에 사는 A(63)씨는 지난 1월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전 부인 B(65)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B씨와 이혼한 시점부터 두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50원씩 계산해 양육비를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수도권의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A씨의 둘째 딸(당시 32세)은 지난해 1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숨진 딸은 119 구조대원으로 일하며 수백 건의 구조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다가 가족과 동료 곁을 떠났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친모인 B씨에게도 이런 사실이 통보됐고, B씨는 본인 몫으로 나온 유족급여와 둘째 딸 퇴직금 등 약 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망할 때까지 매달 유족연금 91만원도 받게 된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지난 1월 전 부인인 B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하는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1988년 이혼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은 데다, 둘째 딸의 장례식장도 찾아오지 않은 B씨가 유족급여와 퇴직금을 나눠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딸들을 키우는 동안 양육비를 전혀 주지 않는 등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이혼 이후 매달 50만씩 두 딸에 대한 양육비를 합산해 B씨에게 청구했다.
그러나 B씨는 법원에 낸 답변서를 통해 "양육비 청구는 부당하다"면서 "당시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내버려둔 사실이 없고, 전 남편이 집에서 쫓아내다시피 하며 나와 아이들의 물리적 접촉을 막았다"고 반박했다.
A씨 부녀를 대리하는 강신무 변호사는 "양육 의무를 전혀 하지 않은 부모가 피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자녀의 유산 상속 권한을 온전히 보장받는 건 현행 국내 사법 제도의 크나 큰 맹점"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른바 '구하라법'이 21대 국회에서는 꼭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심리로 재판과 조정이 진행 중이다. 선고는 오는 7월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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