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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화현 "시니어 그림책, 어르신 독서 마중물 되길"

등록 2021.05.15 06:00:00수정 2021.05.24 09: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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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시니어 그림책 '백화만발' 기획
소외됐던 5090세대 삶, 아름다운 그림·이야기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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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시니어 그림책 브랜드 '백화만발' 기획자 백화현. 2021.5.14. lovelypsyche@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책을 좋아하지 않는 어르신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시니어 그림책이 어르신들의 독서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국내 최초 시니어 그림책 브랜드 '백화만발'을 기획한 백화현씨를 14일 자택에서 만났다. 코로나19 때문에 주로 집에서 독서 모임을 한다는 그는 기자를 집으로 들인 건 처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백화만발 '시니어 그림책' 시리즈는 그간 출판 시장에서 소외됐던 5090 세대의 삶을 아름다운 그림과 생생한 이야기로 담은 책이다. 친근한 소재와 따뜻한 그림으로 어르신들의 인생을 응원한다.

"서점에 좋은 책은 많지만 정작 어르신들이 읽을 만한 책은 별로 없더라구요. 일반적인 책들은 보면 졸립다고 하고, 그렇다고 애들 동화책이나 그림책은 싱겁다고 하고, 잡지는 화보만 보고 끝나고, 그러다 어른 그림책을 생각해냈죠."

지난해 1월 '할머니의 정원'을 시작으로 '엄마와 도자기', '선물', '결코 늦지 않았다' 등을 출간했다. 어버이날이었던 이달 8일 5권 '복순의 꿈은 배우였다'와 6권 '하얀 봉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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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할머니의 정원'과 2권 '엄마와 도자기'는 직접 집필했다. 그는 "처음에 시니어 그림책이라고 하니 주변에서 어떤 건지 감을 못 잡더라"며 "그래서 직접 써서 샘플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정원'은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수시로 가사 도우미를 바꾸던 할머니가 어느 중년 여성 도우미를 만나 정원 가꾸기 취미를 갖게 되면서 인생의 의미를 돌아본다는 이야기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독거노인 문제지만 친근하고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60대 중반 전업주부인 언니가 책을 읽고 울더라고요.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언니가 마치 자기 이야기를 쓴 것 같다고 공감해주는데 뿌듯했죠."

'엄마와 도자기'는 자식을 돌보느라 청춘을 다 바친 엄마와 딸을 주인공으로 한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엄마가 언젠가부터 도자기 수집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그런 취미 생활에서 그녀의 숨은 세계를 딸이 알게 되면서 엄마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실제 취미가 도자기 수집이라는 그는 "노인의 취미생활 하면 보통 사람들은 등산, 골프 아니면 TV 시청 정도만 생각하는데 너무 한정돼 있지 않냐"며 "어르신들에게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나온 '복순의 꿈은 배우였다'는 젊은 시절 배우가 꿈이었던 복순 할머니의 이야기다. 홈쇼핑 모델을 경험하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과정이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하얀 봉투'는 어버이날을 맞은 어느 한 마을 경로당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따듯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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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시니어 그림책 브랜드 '백화만발' 기획자 백화현. 2021.5.14. lovelypsyche@newsis.com

책이 너무 길면 흥미를 잃을 수 있어 전반적으로 50~70쪽 정도로 맞췄다. 감동과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전문 그림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훌륭한 그림책들이 탄생했다. 

"가족과 같이 읽을만한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려워서는 안 되고, 너무 길어도 안 되고, 재미도 있어야 하고. 책이 계속 나오려면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이 자기 돈을 주고 사서 볼 만한 그런 책을 만들고 싶었죠."

올 여름 7권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혼자가 된 할머니 이야기"라며 "천연염색을 하는 사람이라 염색 이야기도 나오고, 시를 배우러 다니면서 자기자신에 대한 꿈과 행복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30~40대는 자녀들의 공부, 독서 문제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별로 안 하잖아요. 자신이 읽고 부모님께도 읽어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히 "어르신의 고독, 마음의 공허함은 단지 돈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족과의 대화를 통한 마음의 교류가 중요하다. 나이 들었다고 뒷방 노인네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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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시니어 그림책 브랜드 '백화만발' 기획자 백화현. 2021.5.14. lovelypsyche@newsis.com

1984년 서울에서 중학교 국어 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해 2015년 명예퇴직했다. 학교 도서관을 살려 아이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하는 독서운동을 전개해 왔다.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더라구요. 많이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고, 안 읽는 사람은 정말 안 읽고. 학교를 떠난 뒤에는 책을 안 읽는 어른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책 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는 "작년 1월 책을 내면서 본격적인 '어르신 독서 운동'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며 "어르신들의 독서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모두가 같이 고민하고 공론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뭐든 처음이 중요하잖아요. 아흔이 넘은 분에게 이 책을 선물했더니 이런 책이 있었냐고, 우리 이야기라고 좋아하시더라구요. 책을 안 읽던 시니어들도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세계로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단조로운 우리 부모님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길 기대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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