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탄소관세 도입 움직임…"세계 무역 규칙 바꿀 듯"
미국·EU 등 국가들, 탄소 관세 도입 위해 구상 중
자국 산업에 유리하게 설계하는 '위장된 보호주의'
경제학자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 얻을수도"
![[자리아(인도)=AP/뉴시스]인도 동부 자르칸드주의 자리아에서 2019년 10월23일 한 노동자가 트럭에서 석탄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탄소 배출국인 인도의 부펜더 야다브 환경부장관이 27일 말했다. 2021.10.28](https://img1.newsis.com/2021/10/08/NISI20211008_0018027476_web.jpg?rnd=20211028103349)
[자리아(인도)=AP/뉴시스]인도 동부 자르칸드주의 자리아에서 2019년 10월23일 한 노동자가 트럭에서 석탄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탄소 배출국인 인도의 부펜더 야다브 환경부장관이 27일 말했다. 2021.10.28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무역에 관세를 적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무역 규칙을 훼손하고 무역 분쟁을 촉발할 수 있어 위험을 수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철강, 화학, 시멘트 등에 있어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의 제조업자들에게 관세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를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들의 기후변화 실험이라고 명하며 이것이 세계 무역의 규칙을 다시 쓸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해소하는 무역협정을 맺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시 "더러운 중국산 철강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우리 시장에 철강을 덤핑해 환경에 해를 준 국가들에 대항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발생하는 철강에 대한 수입을 억제할 계획이다. 교역용 철강, 알루미늄에 수반되는 탄소 배출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을 함께 개발하고, 관련 자료도 공유하기로 했다.
국경조정세라고도 불리는 탄소 관세는 궁극적으로는 탄소 배출 저감을 실시함으로 인해 자국 경제가 손해입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탄소세나 다른 규제를 제철소에 부과하는 국가는 해당 업체의 비용과 가격이 올라 가격면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타국으로부터 수입할 때에도 수출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구매자들이 탄소 배출량이 더 많더라도 덜 비싼 철강의 수입을 원하거나, 제조업체들이 규제가 덜한 국가로 생산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품부두에서 철강제품을 하역 하고 있다. (사진=광양제철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SJ는 탄소 관세의 위험은 무역 장벽에서 오는 위험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탄소 관세는 생산 비용과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관련 제품을 사는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도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나아가 탄소 관세가 세계 무역 규칙을 훼손하고 무역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이것을 '위장된 보호주의'라고 칭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경제·환경 컨설팅회사인 케이지엠앤드어소시에이트(KGM&Associates)와 글로벌효율지능(Global Efficiency Intelligence)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 가스 4분의 1이 국경을 넘는 상품에 의해 생산된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이 제거했다고 주장하는 탄소 배출량은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 아웃소싱됐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EU의 경우 지난 7월 제안된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소 관세에 앞장섰다. 이에 유럽 내 기업들은 허가받은 양만큼만 탄소 배출을 할 수 있는 거래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배출량 1t당 약 60유로(8만여원)에 인가받고 있다.
EU는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탄소 함량을 기준으로 유럽 기업들이 지불하는 것과 유사한 수수료를 유로존 밖 생산자들에게도 부과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오염도가 높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부문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배출량 55%를 줄인다는 목표로 2025년에는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보고서는 중국과 우크라이나의 철강은 EU의 탄소 관세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캐나다와 한국의 제철소들에게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로마/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EU의 철강관세 분쟁 해소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2021.11.01.](https://img1.newsis.com/2021/10/31/NISI20211031_0018103706_web.jpg?rnd=20211101003415)
[로마/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EU의 철강관세 분쟁 해소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2021.11.01.
미국에서는 2015년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탄소 배출 저감에 관한 12개 이상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국내 제품에 부과되는 탄소세, 일종의 탄소 관세에 관한 법들이다.
지난 7월 탄소 관세법을 도입한 민주당 스콧 피터스(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은 "유럽과 캐나다 같은 나라들은 (탄소관세에) 매우 공격적"이라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은 미국 회사가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환경 규제에 의해 추진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기술 향상을 이용해 왔다.
기후 지도자 위원회(The Climate Leadership Council)는 미국에서 제조된 금속, 화학, 전자제품, 자동차 등이 세계 평균보다 40%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전했다.
이에 탄소 관세가 도입되면 미국의 철강 산업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따른다. 미국의 철강업체들은 아시아의 업체들이 새로운 철을 강철로 바꾸는 방법과 달리 고철을 재활용한다. 이는 효율성이 높아 탄소 배출량이 50%에서 100% 적다고 WSJ는 설명했다.
일부 무역 전문가들은 이러한 탄소 관세가 전 세계 배출량을 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 알루미늄 제조업체 측은 중국이 수력 발전 알루미늄의 10%를 유럽에 수출하고 석탄으로 만든 금속을 아시아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EU의 탄소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알루미늄 제조업체 루살 PLC는 유럽 판매를 목표로 한 새로운 에너지 자회사를 설립하고 나머지는 내수를 목표로 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탄소 관세가 보호 무역주의의 잠재적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바로 이런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각 정부가 단순히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하기보다는 국내 산업에 이익을 주기 위해 탄소 관세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또 세계 무역 규칙은 수입 경쟁을 차단하기보다는 국내 제조업체와 동일한 비용을 외국 업체에 부과하기 위한 탄소 관세를 허용한다.
독일 알리안츠 SE의 환경 경제학자 마르쿠스 짐머는 "탄소 관세는 경제 이론상 완벽한 도구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경제 이론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도입됐을 때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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