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대법원장·행정처, '재판 지적할 권한' 없다"…뒤집힌 논리

등록 2022.01.27 17:55:4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이민걸·이규진 2심서 감형…무죄 추가
1심의 재판지적 논리…2심 "위험 초래"
"지적권한 사법행정권에 속하지 않아"
위헌제청결정 취소 요구 등 무죄판단
양형실장·기조실장 직권남용은 유죄
1심 "양승태 공모"…2심 다수 불인정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지난해 3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2021.03.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의 '지적 권한' 논리가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는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다고 봤다.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보다 감형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대법원장 등이 장기미제사건을 방치하는 등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판사나 미숙한 재판을 반복하는 판사에게 사건 처리 시기를 정하라는 '지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나아가 1심은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재판 독립의 충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게는 나태한 판사를 지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청저에게는 그러한 '직권'이 존재하므로,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이 재판에 개입했다면 직권을 월권적으로 남용한 것에 해당해 그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재판권과 사법행정에 관한 법령을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도 지적 권한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에 속한다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 논리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파훼한 것이다.

2심은 "지적 권한이 인정될 경우 법관의 모든 재판절차에 관한 상시적인 감독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를 필요로할 텐데 이는 사법권의 독립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재판권에 대한 상시적 감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8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26. bjko@newsis.com

2심은 적시처리 사건 예규, 장기미제 사건 관리 예규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예규로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지적 권한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염기창 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에게 일선 법원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을 취소하고 직권취소 결정을 내리라는 지시 또는 요청을 했다는 이 전 상임위원희 혐의는 직권의 월권적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다만 2심에서 염 전 부장판사 관련 추가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행정소송 1심 광주지법 재판 개입 혐의, 통진당 국회의원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도록 한 행위는 2심에서 추가로 무죄 판단이 나왔다.

결국 2심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으므로 직권을 남용해야 성립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책임을 고위 법관들에게 물을 수 없다는 기존 판례와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2심은 이 전 상임위원과 이 전 실장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양형실장으로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사무를 지원하기 위해 법관을 지휘하고 법관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할 직무 권한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전 상임위원이 파견 법관에게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등을 수집하도록 요청한 것은 법령에서 부여한 직권을 그 목적에 따라 행사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1심과 달리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6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9.27. jhope@newsis.com

1심은 이 전 상임위원이 2015년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해 헌재 파견 법관을 활용해 내부 정보 등을 수집한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며, 이같은 범행에 양 전 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처장, 임 전 차장이 공모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외에도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 전 상임위원의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양 전 원장 등 최고위 법관들과의 공모 관계는 1심과 달리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전 상임위원이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에게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 방법 등을 재판부에 전달하라고 요청한 것 자체는 이 전 상임위원의 직권에 속하는 일이며 이는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상임위원이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재판부에 지시 또는 요청한 것은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이는 이 전 상임위원의 직권이나 사법행정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무죄라고 했다.

2심은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대부분의 혐의에서 양 전 원장과의 공모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제재를 위한 중복가입해소 조치 시행 관련 혐의를 유죄 판단하면서 양 전 원장과 임 전 차장과의 공모를 인정했다.

아울러 법원행정처의 요구로 담당 중이던 통진당 사건의 선고 결과를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 전 부장판사와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 심 전 고법원장의 무죄는 유지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