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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유라시아 제국주의 부활 갈망…우크라서 멈추지 않아"

등록 2022.03.23 12:36:52수정 2022.03.23 1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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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러 제국 붕괴 이후 태동한 유라시아주의

소련 붕괴 뒤 부활해 1990년대 거치며 크게 확산

대제국 건설 야망 우크라 공격에 그치지 않을 것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대량학살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2.03.21.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대량학살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2.03.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달이 다 돼 가지만 침공한 이유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침공 직전 행한 연설은 말도 안되는 논리를 동원한 억지로 폄하돼 왔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유라시아 제국 건설'이라는 이념에 매몰돼 있는 것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배경이라고 진단하는 뉴욕대에서 은퇴한 러시아 역사학자 제인 버뱅크의 글을 실었다. 다음은 버뱅크의 "푸틴을 전쟁으로 몰아간 대 이론"이라는 제목의 기고문 요약이다.

아파트를 폭격하고 피난민이 줄잇는 장면은 러시아를 왕따 국가로 만들고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자해적인 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기존의 설명은 대체로 두 부류다. 하나는 푸틴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그의 역사관과 국가보안위원회(KGB) 전력을 거론한다. 다른 하나는 소련 붕괴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이 전쟁의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푸틴의 전쟁 선언에 나타나는 열정적 주장은 새삼스럽지 않으며 푸틴만의 주장도 아니다. 1990년대 이래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옛 소련 연방국가들을 다시 묶어 양대륙에 걸친 초강대국을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러시아에서 무르익어왔다. 유라시아 제국의 부활 이론이 푸틴의 모든 행동을 설명해준다.

소련의 붕괴로 거대 공산제국에서 누리던 특권이 박탈된 러시아 엘리트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일부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큰 돈을 벌었지만 일부는 소비경제의 활성화에 만족하지 못했다. 제국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러시아의 지위와 위신이 땅에 떨어졌음을 절감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면서 지식인들이 러시아를 재건할 새로운 원칙을 모색했다. 정당활동, 광신적 민족주의, 반유대인운동 등으로 표출되기도 했지만 집단 생활의 근거로 종교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줄곧 이어졌다. 1990년대 민주화의 격랑을 겪으면서 러시아의 정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대두돼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안겼다.

유라시아주의가 가장 호소력 있는 사상으로 부상했다. 1917년 러시아 제국 붕괴와 함께 시작된 이 생각은 러시아가 투르크족, 슬라브족, 몽골족 및 아시아 민족과 오랜 문화적 교류가 있는 유라시아 국가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1920년 언어학자 니콜라이 트루베츠코이가 출판한 "유럽과 인간성"이라는 책은 서구 식민주의와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 지식인들이 유럽과 연계를 끊고 "징기스칸의 유산"을 바탕으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친 러시아-유라시아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루베츠코이의 유라시아주의는 서구에서 수입된 해로운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제국을 부활시키자는 제안이었다. 그는 러시아 동방정교가 유라시아 전체의 다양한 종교를 세심하게 배려해 응집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련에서 수십년 동안 탄압을 받았던 유라시아주의는 지하에서만 이어지다가 1980년대 페레스트로이카와 함께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부활했다. 소련 시대 13년 동안 투옥과 강제수용소를 경험한 괴짜 지리학자 레프 구밀료프가 1980년대 유라시아주의의 선구자로 나섰다. 그는 민족적 다양성이 세계 역사의 추동력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가 주장한 "민족집단형성" 개념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통치 아래 "초민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구밀료프의 사상은 혼란스러운 1990년대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유라시아주의가 러시아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건 알렉산드르 두긴을 통해서다. 두긴은 정당활동을 벌이다가 실패한 뒤 군인과 정책담당자들에 집중했다. 1997년 600페이지에 달하는 "지정학의 기초: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라는 고상한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유라시아주의가 전략가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두긴은 유라시아주의를 현실정치에 적용하면서 러시아의 적은 유럽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대서양" 세계 전체라고 주장했다. 그의 유라시아주의는 반제국주의가 아니라 제국주의 그 자체다. 러시아는 예부터 제국이었고 러시아인들은 "제국의 국민"이며 1990년대 "외부의 적"에 당했지만 러시아는 다음 단계의 세계적 투쟁에서 부활해 "세계 제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명적 측면에서 두긴은 동방정교와 러시아 제국이 오래도록 긴밀한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방 기독교 및 퇴폐성에 맞서는 동방정교가 다가오는 지정학적 전쟁의 갑옷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라시아 지정학, 러시아 동방정교 및 전통 윤리와 같은 목표들이 푸틴 대통령 치하 러시아의 자기규정이 됐다. 제국의 영광 서방의 붕괴가 전국적으로 선전됐다. 2017년 "러시아, 나의 역사"라는 전시회에서 크게 강조됐다. 이 전시회는 구밀료프의 유라시아 사상과 로마노프 황제 일가의 순교, 러시아를 공격한 서방의 죄악을 크게 부각했다.

이 제국에서 우크라이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처음부터 걸림돌이었다. 트루베츠코이는 1927년 발표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우크라이나 문화는 "범 러시아문화의 지역적 구현"이며 우크라이나인과 벨라루스인은 러시아인과 동방정교 신앙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긴이 1997년 보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은 "유라시아 전체에 커다란 위험"이라고 한 것이다. 흑해의 모든 북쪽 해안에 대한 완전한 군사적 정치적 장악이 러시아의 지정학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중앙집권 러시아의 지방행정단위가 돼야 한다고 했다.

푸틴은 이 메시지를 깊이 간직했다. 2013년 그는 유라시아가 러시아의 "유전자"에 새겨진 지정학적 영역이며 유라시아인들은 "극단적 서방 자유주의"로부터 보호받아야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7월 푸틴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같은 민족"이라고 선언했고 침공하기 전날 저녁에도 우크라이나를 동방정교회가 탄압받고 있으며 NATO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는 "괴뢰정부의 식민지"라고 했다.

서방의 침략을 비난하고 개인의 자유방임을 배제하는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고 러시아가 유라시아를 형성하고 우크라이나를 복속시켜야 한다는 태도가 제국 붕괴에 대한 분노의 솥단지에서 펄펄 끓었다. 이렇게 푸틴의 세계관이 형성됐고 참혹한 전쟁을 일으키도록 한 것이다. 

한마디로 제국이 목표다. 그의 행보는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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