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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하는데...금융위기와 비교해 보니

등록 2022.06.25 15:00:00수정 2022.06.25 16: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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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환율 13년 만에 1300원 돌파…1350원 열어둬야
전문가들 "1300원 돌파했다고 위기 단언 어려워"
2008년 단기외채 비율 72.4%→올 1분기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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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16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477억1000만달러로, 4월 말 4493억달러보다 15억9000만달러 줄었으며, 3월말 이후 3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06.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금융위기 때 수준인 1300원을 돌파하면서 일각에서 경제 위기의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1300원을 돌파했던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대외 건전성도 양호한 만큼 경기 위기 국면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2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301.8원에 마감하면서, 13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어 마감한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달러화가 급등한 것은 미 중앙은행인 연망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가속에 따른 달러 강세와 미 성장 둔화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역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1~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이미 우리 금융시장이 경제위기 당시 수준에 들어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300원 돌파가 당장 금융시장의 위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과 현재 경제 상황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금융위기 당시 만기 1년 이하인 단기외채 비중을 살펴 보면, 당시에는 단기외채 비율이 최고 70%로 높은 수준이었던 반면 현재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단기외채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급격히 빠져나갈 우려가 큰 자금으로 지표가 낮을 수록 안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1분기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38.2%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72.4%, 54.0% 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또 올 1분기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6.7%로 나타나 2008년(46.6%), 2009년(42.6%) 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08년 연간 17억5300만 달러에 불과 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해 883억2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올 1~4월 누적으로도 53억1000만 달러로 2008년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2008년 8월엔 41억2500만 달러 경상적자를 보이는 등 연간 기준 5개월이나 적자를 보인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었다는 것 만으로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빠졌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며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각종 대내외 악재가 원·달러 환율 급등을 유발시켰지만 달러 수급 등 측면에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300원 진입이 반드시 위험의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자금경색으로 대변되는 신용리스크 확산 리스크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닷컴버블,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때에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했는데 현재 글로벌 경제는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위기 국면처럼 부진한 상황은 아니다"며 "환율 레벨을 절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요인도 차이가 크다. 2008년에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환율이 올랐으나, 현재는 미 연준의 긴축 속도 가속 등으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실제 2008년 대비 달러화 가치도 큰 폭 올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2008년 75~85선이었으나 현재 104선으로 당시보다 달러가치가 30~40% 가량 뛰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게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가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이른바 '서학 개미'가 늘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달 1 일~23 일 외국인은 5조3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도 15 조원을 순매도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국내 증시 부진과 외국인 순매도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팬데믹을 전후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가 큰 폭으로 늘었고 국내 연기금의 해외투자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진 점이 경제 펀더멘탈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시기가 지연되면서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달러 강세, 원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채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규연 연구원은 "미 달러 방향성은 결국 미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긴축 기조에 연동될 텐데, 원자재 가격이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시현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의 피크아웃 시점은 다소 지연될 공산이 크다"며 "물가가 뚜렷하게 둔화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실물 경기의 직접적 타격이 커지기 전까지 연준은 강한 긴축 스탠스를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2009년에 비해 달러 가치가 25% 정도 상승했는데, 달러화 대비 원화의 관점에서 보면 1300원이 비이성적인 수준도 아닌 것 같다"며 "스태그플레이션에 미 연준의 긴축 가속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재의 매크로 상황들과 그 전망 하에서는 1300원 대의 환율이 결코 일시적으로 머물다가 내려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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