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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배철수·구창모 38년의 송골매 '열망'

등록 2022.07.06 17:40:50수정 2022.07.06 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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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980년대 풍미한 록 밴드의 양 날개
다시 뭉쳐 전국 투어…내년 3월 미국 3개 도시 공연 예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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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배철수(왼쪽), 구창모가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숙명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그룹 사운드 '송골매'의 보컬 구창모(68)는 리더 배철수(69)가 팀 합류를 제안한 1979년 겨울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운을 뗐다.

구창모는 1978년 'TBC 해변가요제' 출전 이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음악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설악산 오색약수터 인근 암자에서 공부를 하려던 참이었다. 당시 그곳은 서울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달려, 다섯 시간을 와야 하는 거리. 가난한 젊은 청춘들이 자동차를 갖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그곳을 힘겹게 찾아 온 배철수가 '음악을 같이 하자'고 하니, 구창모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창모는 6일 오후 서울 합정동 신한 PLAY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린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 열망 제작발표회'에서 "당시 대답을 정확하게 안 했지만, 깜짝 놀랐어요.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배철수·구창모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존 레넌·폴 매카트니 관계와 비견되는 사이. 구창모는 배철수와 숙명적으로 얽힌 이유를 명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유명한 송골매 2집(1982년)에 실린 두 곡의 조화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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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배철수(왼쪽), 구창모가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내 마음의 꽃 / 길지 않는 시간이었네'다. 전자는 구창모가 작사·작곡했고, 후자는 배철수가 지덕엽·이응수와 따로 만든 곡. 둘이 모르던 시기에 각각 만든 곡인데 이 곡을 메들리처럼 한곡으로 모았더니 기가 막히게 어울렸던 것이다. 상당수 청자는 한곡인 줄 알았다고 반응했다. 구창모는 "메들리로 하니까 그렇게 조화가 잘 맞았어요.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이거 송골매를 같이 할 수밖에 없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배철수는 구창모를 1978년 TBC 해변가요제 2차 예심에서 처음 봤다. 배철수는 예심장 밖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안에서 누군가 미성의 고음으로 '구름과 나'를 불렀다. 아주 깨끗한 음색에 그도 모르게 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꽃미남처럼 생긴 친구가 고음으로 부르는데, '저렇게 노래를 잘 하는 친구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런 친구랑 같이 음악을 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해변가요제' 때부터 창모 씨랑 친하게 지냈고 '송골매' 출발할 때부터 같이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죠."

송골매는 결국 구창모 없이 1979년 '세상만사'가 실린 데뷔 앨범인 1집을 냈다. "음악은 괜찮았는데 잘 안 됐어요. 이후에 기타를 맡았던 지덕엽 씨가 군대도 가고 그런 상황에서 송골매를 바꿔야겠다고 고민했는데 구창모 씨 생각이 난 거죠.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암자에 공부를 하러 갔다고 하더라고요. 시외버스를 타고 가 의기투합을 했죠. 아마 저를 기다렸을 거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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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배철수(왼쪽), 구창모가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구창모도 "결과적으로 기다린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배철수가 "제가 그 때 구창모씨 영입을 위해 찾아간 게 '신의 한수'였습니다. 창모 씨랑 같이 2집을 발매하면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가요톱텐' 두 곡의 1위곡을 냈죠. 제가 구창모를 이용해 먹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골매는 항공대 내 캠퍼스 그룹사운드 '활주로' 출신인 배철수를 중심으로 1979년 결성됐다. 1982년 홍익대 내 캠퍼스 밴드 '블랙테트라' 출신 구창모와 김정선이 합류하면서 꼴을 갖췄다. 구창모가 몸 담은 1984년까지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등의 히트곡을 내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로 군림했다. 구창모 탈퇴 이후 배철수 중심으로 팀을 꾸렸고, 1990년 9집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송골매의 양날개인 배철수·구창모가 38년 만에 다시 뭉친다. 배철수와 구창모는 2004년 KBS 2TV 추석특집 '추억의 빅 콘서트'에서 사회자와 가수로 만나기도 했다. 절친한 친구 사이로 연락도 이어왔다. 하지만 같이 무대에 서는 건 구창모가 송골매를 탈퇴한 이후 오는 9월 11~12일 서울 케이스포돔에서 콘서트 '열망(熱望)'이 처음이다. 이후 전국 투어를 돈다. 내년 3월께 로스앤젤레스(LA)·뉴욕·애틀란타를 도는 미국 공연도 추진 중이다.

사실 재결성 이야기는 약 10년전부터 나왔다. '모여라'를 내세운 송골매 9집 이후 DJ로만 33년째 활동해온 배철수는 DJ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음악계에서 은퇴했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5년가량 방송을 진행하면서 "음악에 대한 재능이 부족했구나"를 깨달았다. "음악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더 잘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로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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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룹 엑소 수호가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송골매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그런데 배철수는 10여년 전부터 구창모랑 자주 만나면서, 그가 노래를 안 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일본 프로야구팀 지바 롯데 마린스의 홈구장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최대 음악 축제 '서머 소닉' 현장에도 함께 가며 구창모가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다.

배철수는 "저렇게 재능이 있고 노래도 잘 하고 감수성도 풍부하고 히트곡도 10곡 이상이 있는 사람이 힘들게 사업을 하고 있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무대로 돌아오는 걸 어려워하더라고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송골매 공연을 마지막으로 하고, (구창모는) 계속 노래를 하며 어떠할까라는 이야기를 10년 전부터 주고 받았어요. 2년 전에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미뤄졌다"고 했다.

구창모는 자의 반 타의 반 20년 넘게 해외 생활을 했다.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송골매 재결합에 대해 "아낌 없는 성원을 팬들이 주고 있는 만큼, 이 공연을 팬들에게 바치고 싶어요. 좋은 노래, 예전의 좋은 추억을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38년 만에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두 사람을 위해 후배 뮤지션들이 나선다. 한류그룹 '엑소(EXO)' 멤버 수호,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최정훈이 송골매 리메이크 음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수호는 송골매를 1980년대 최고 인기 록 밴드로 대중에게 널리 각인시킨 히트곡 '모두 다 사랑하리', 최정훈은 '세상만사'를 리메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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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룹 잔나비 최정훈이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송골매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수호와 최정훈은 이날 제작발표회에도 함께 하며 두 전설적인 뮤지션에 대한 존중심을 표했다. 수호는 "어머님이 송골매 팬이라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음악을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수호는 최근 음악 페스티벌에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르기도 했다.

밴드 음악이 기반인 최정훈은 "국내는 록 음악의 불모지인데 이런 음악을 할 수 있게끔 자리를 선배님들 덕분에 마련됐다"면서 "한국 록 사운드의 기틀을 잡아준 송골매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객석에서 수호·최정훈이 노래하는 걸 지켜본 배철수는 "두 친구가 노래하는데 부러웠어요. '참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젊고 반짝반짝하던 때'"라고 돌아봤다.

배철수 말대로 송골매는 젊은 시절 반짝반짝하던 걸 넘어 청춘의 상징으로 통했다. 시대가 아직 엄혹하던 당시에 드물게 청바지를 입고, 장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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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배철수(왼쪽 세번째), 구창모(오른쪽)가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배철수는 "저희가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뭘 줘야겠다'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때 우리 사회가 굉장히 경직된 사회였죠.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힘든 시대였는데, 송골매라는 팀이 기성 가요계와는 다른 걸 보여줬죠"라고 돌아봤다.

국내에서 당시 드물게 송골매가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간 밴드였다는 점이 그러했다.

배철수는 "아마 청바지를 입고 무대를 한 최초의 밴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저희 선배들은 턱시도를 입고, 나비 넥타이를 하고 무대에 오르셨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으니, 젊은 친구들이 대리만족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약간의 일탈의 느낌도 받았던 게 아닌가 합니다"라고 돌아봤다.

구창모 역시 동의했다. "당시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청바지는 젊은이들의 상징이었지만, 저희 재산으로 구입할 있었던 게 청바지 밖에 없었어요. 한 방송에선 청바지 입고 출연했다고 (PD에게) 굉장히 혼난 적도 있어요. 프로그램을 무시한다고요"라고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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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배철수(왼쪽), 구창모가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젊었던 시절에 "세상만사 모든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 구러 살아가오"라고 노래한 것에 대해 '젊은 놈이 무슨 소리냐'며 꾸짖는 분들도 계셨을 거라며 "지금에서야 죄송하다"고 사과한 배철수는 이제 이런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칠순이 됐다. 그런 그는 이번 송골매 콘서트를 끝으로 음악 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다.

하지만 구창모는 "전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봐요. 저의 경우는 라스트는 아니다"라고 했다. 배철수는 "세상일이 변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위험합니다만, 전 내년 미국 공연을 마치면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으려고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는 그렇다"고 했다.

전국 투어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배철수는 "설렘도 있지만 걱정이 더 된다"고 털어놨다. "예전에 송골매를 좋아한 팬들이 이번 공연을 보고 실망하시면 어떡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창모 씨는 괜찮다"고 했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79)가 지금도 투어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운동을 꾸준히 하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투어를 할 때 밖에서는 뛰기가 힘드니, 호텔 두개 층을 통째로 빌려서 왔다갔다 하면서 운동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운동하니까 맨살 위에 재킷만 입고 2시간 공연을 할 수 있는 거죠. 구창모 씨도 요즘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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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골매 배철수(왼쪽), 구창모가 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에서 열린 40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7.06. photocdj@newsis.com

송골매 7·8·9집에 함께 한 멤버이자 이번 콘서트 투어 음악감독이기도 한 베이시스트 이태윤은 "오리지널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만든 선배님 두 분 가운데에서 연주를 한다는 사실 저희 밴드 모두가 소름이 돋았다"며 두 뮤지션이 여전하다고 했다.

이태윤은 "밴드 멤버들의 공통된 의견은 두 분이 '왜 이제 하셨냐'는 거였어요. 구창모 형님은 보이스 색깔이 기름지고 여전히 너무 좋아요. 배철수 형님은 한 마디로 '1978년과 1979년과 똑같다'였습니다"라고 귀띔했다.

배철수의 친동생이자 TV 음악 프로그램 PD를 거친 배철호 총연출은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배철수 역시 "편곡은 100% 오리지널이에요. 노래를 듣는 분들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셨으면 한다"고 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시절로 타임슬립을 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편곡 없이 할 예정인데 다만 노래는 그때랑 똑같이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하."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송골매에 대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록 밴드이면서도 확고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던 밴드다. 배철수가 들려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정서의 하드록과 구창모가 추구했던 팝 사운드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라고 들었다.

이번 전국 투어에 대해서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 시장이 트로트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이미 해외에서도 과거의 록·메탈 밴드들이 함께 나이를 먹어간 팬들과 함께 공연으로 소통하는 사례가 많다. 송골매는 한국에서 그런 시장을 대표하기에 충분한 밴드"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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