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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험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주관적' 발표

등록 2022.09.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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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험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주관적' 발표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최근 바이오 업계가 임상시험 결과 부실 발표·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목표지표를 입증 못했음에도 입증한 것으로 오해할만한 표현을 쓰거나, 당연히 공개해야 할 것을 빠뜨렸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심심치 않게 나왔던 이런 논란은 최근 들어 여러 기업들이 입방아에 오르면서 폭발하는 모양새다.

임상시험 발표에서 흔히 보이는 1차평가지표(1차평가변수)는 통상 그 통계적 유의성 입증 여부가 해당 임상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키워드로 여겨진다. 말 그대로 해당 임상을 진행한 주요 목적이기 때문이다.

1~3상의 각 임상시험 계획이 미국 FDA, 한국 식약처 등으로부터 승인받으려면 1차평가지표와 2차평가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1상에선 통상 안전성을 확증하기 위한 지표를, 2상부턴 안전성에 유효성을 더한 지표를 1차평가지표로 삼는다. 각 임상의 디자인, 모집 환자군, 약물 투여방식 등은 이 1차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 것을 1순위로 두면서 세팅된다.

그렇게 세팅된 임상에서 주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 임상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바이오 벤처가 1차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한다. 언뜻 보면 임상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읽히기 쉽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더 읽어보면 중간 어느 부분에서 1차평가지표를 입증 못한 게 드러난다.

1차평가지표는 입증 못했지만 의미 있는 세부 분석이 있고, 2차평가지표 데이터도 괜찮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썼다는 게 회사들의 설명이다. 다음 임상을 위한 탐색적 지표로만 설정했기 때문에 임상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도 한다.

물론 낮은 단계의 임상에서 탐색적 지표 중 하나로 볼 수도 있고, 1차평가지표를 입증 못했다고 해서 다음 단계 임상을 승인 못 받는 건 아니다. 임상 디자인을 바꿔 다음 임상에서 잘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임상 평가의 1차 목표점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잘 된 임상처럼, 혹은 꽤 효능 있는 신약처럼 보이게 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한 전문가는 높이뛰기 경기를 예로 들었다. 3m를 뛰어야 하는데 2.9m를 뛰었다면 출전하지 못한다. 1차평가지표를 충족 못한 건 3m를 뛰지 못한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최종 임상에서 1차평가지표를 만족하지 않은 신약에 대해 FDA, 유럽의약품청, 식약처 등이 시판허가 내주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제약사일수록 1차평가지표 충족 판단에 더 엄격한 건 이런 이유일 것이다.

데이터 발표는 명료해야 하며 기업의 주관적 판단으로 혼동되지 않도록 엄격한 공시 관리도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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