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획-인구절벽]⑩교육시스템 재정비 불가피…"학제개편 논의 서둘러야"
"학생 수 감소→질 높은 교육 욕구 커져"
사교육비 역대 최대…1만명이 돌봄 대기
"인구감소 대응 분야 1순위는 교육개혁"
'만5세 입학' 반면교사로…"합의 우선해야"
![[서울=뉴시스] 만5세초등취학저지를위한범국민연대가 지난 8월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만5세 초등취학 정책 폐기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10.15.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8/10/NISI20220810_0019122146_web.jpg?rnd=20220810160250)
[서울=뉴시스] 만5세초등취학저지를위한범국민연대가 지난 8월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만5세 초등취학 정책 폐기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10.1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인구절벽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닥치는 가운데 대응책 마련이 가장 시급한 분야 중 하나로는 교육이 꼽힌다.
수년 동안 다양한 대책이 시도돼 왔으나 학생들의 입시 경쟁이나 사교육비, 돌봄 등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같은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명분만 앞세운 섣부른 대응책을 내놓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15년 '학생 수 감소 시대의 미래지향적 교육체제 조성 방안'을 보면, 연구진은 "저출산, 고령화로 학생 개개인이 짊어질 책임 등이 늘면서 단 한 명의 학생도 놓쳐선 안 된다는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녀 수가 줄어 부모들이 교육에 거는 기대감, 곧 자녀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려는 욕구가 커지리라는 전망이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유치원 등 취학 전 교육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인구 감소가 가팔라지면서 이런 예측은 사뭇 부정적인 모습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영유아 단계의 사교육기관이 성행하는가 하면 대학 입시 경쟁은 여전하다.
지난 3월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7000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월 평균 소득에 따라 격차는 5배 넘게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시기 학교를 마친 아이들에게 학교, 지역 내 공공시설에서 방과 후 교육을 제공하는 온종일 돌봄이 추진됐지만 큰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올해 1학기에만 1만5108명이 초등돌봄교실을 신청했음에도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교실의 업무와 관할권을 두고 돌봄전담사와 교사들의 대립 역시 해묵은 과제가 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만 5세 입학'은 취학 전 연령대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국가책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큰 혼란만 남기고 실패했다. 사교육 연령과 돌봄 부담만 앞당겨지는 꼴로 격차를 외려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나 하나도 간수하기 힘든데 자식까지 간수하긴 더 힘들고 미래는 막막하기 때문"이라며 "돌봄과 경쟁 속에 가여운 아이들을 1년 더 앞당겨 입학시킨다고 하니 반발이 터져 나왔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취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거나 아이들이 조숙해졌다는 근거도 제시됐는데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서울=뉴시스] 지난 3월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사진=뉴시스DB). 2022.10.15.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3/02/NISI20220302_0018545502_web.jpg?rnd=20220302131211)
[서울=뉴시스] 지난 3월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사진=뉴시스DB). 2022.10.15. [email protected]
이처럼 숱한 실패를 겪었지만 교육 분야에서 인구 감소 대응 전략을 세우는 일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연구보고서 '출생 및 인구 규모 감소와 미래 사회정책'를 보면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우선 추진돼야 할 분야를 묻는 국민인식조사(전국 만 20~74세 남녀 1000명) 결과 최우선 분야는 보육·교육이었다.
학제개편을 예로 들면 '만 5세 입학' 논란과는 별개로 논의할 가치는 있는 의제라는 평가다.
1951년에 완성된 현재의 학제는 학기를 3월에 시작하고 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고등학교 3년-대학교 4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7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학년별로 배우는 내용이 엄격히 분리돼 있고, 학교 밖 교육기관과 연계하기도 쉽지 않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학년의 학력저하 문제가 특히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오히려 만 5세 입학 때문에 학제개편에 대한 관심이 열렸다고 볼 수도 있다"며 "프랑스는 이민자가 많으니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만 3~5세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대비한 밑바탕을 만드는 차원에서 공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 높은 교육을 받으면서 돌봄도 어디를 가든 평등하게 받을 수 있고, 부모가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영·유아학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시스템을 개편하지 않으면 5년이 지나더라도 변할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식목일인 지난 4월5일 대구 수성구 황금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심은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10.15.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4/05/NISI20220405_0018669937_web.jpg?rnd=20220405134719)
[대구=뉴시스] 식목일인 지난 4월5일 대구 수성구 황금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심은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10.15. [email protected]
만 5세 입학 당시 공감대를 얻었던 유치원 무상화와 비슷한 맥락에 있는 학제개편안도 있다. 'K-학년제'다. 만 5세를 의무교육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다만 어린이집과의 관계, 재정 지원, 영유아 교사 처우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한 세부 정책을 놓고 다투기보다 교육 체제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학제 개편 이후 바뀔 교육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그려 놓고 가자는 의미다.
일단 많은 이들이 얽힌 제도를 크게 손보는 일이라면 누군가의 희생이나 양보를 요구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가 유보통합을 추진하다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패를 겪었던 적이 있다.
KEDI의 지난해 이슈페이퍼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 개편'에서 연구진은 "오랫동안 학제개편이 이뤄지지 못하고 논란만을 거듭해 온 것은 개편으로 인한 이익보다 피해가 더 컸기 때문"이라며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학제 개편 논의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인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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