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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벨라루스 AG 참가 논란…韓 선수들 피해 없을까

등록 2023.02.02 11: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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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A 일방 통보, 초청 관련 규정 없어

대한체육회 "韓 선수 피해 봐선 안 돼"

"아시아 쿼터 영향 없다"…단정 어려워

분쟁화 조짐 보이자 한국은 입장 난감

[항저우=신화/뉴시스] 지난달 3월3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아시안 게임이 열린 예정이던 체육관. 오는 9월 개최될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개최가 연기됐다. 2022.05.18

[항저우=신화/뉴시스] 지난달 3월3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아시안 게임이 열린 예정이던 체육관. 오는 9월 개최될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개최가 연기됐다. 2022.05.18


[서울=뉴시스]이명동 기자 =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회원국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를 허용하기로 하고 이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회원국도 아닌 만큼 OCA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자칫 기존 회원국 선수들의 대회 성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반응도 있다.

유럽 선수가 뛰는 생소한 아시안게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한체육회는 한국 선수가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OCA, 45개 회원국에 '러 선수 초청' 일방 통보…명확한 규정 없어

OCA는 오는 9~10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500명을 초청하겠다는 내용을 지난달 30일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45개 회원국에  통보한 상태다.

다만 이들 두 국가 선수에게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에 따른 메달과 랭킹은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 선수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 참가기념 메달만을 받게 된다.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쿼터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체육회는 공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두 국가의 참가를 통보받았다는 설명이다. OCA가 45개 회원국에 전후 조율이나 의견을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

[파리=AP/뉴시스]토니 에스텡게 2024 파리 올림픽조직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파리 기자회견에서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스텡게 위원장은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수상 개막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1.12.14

[파리=AP/뉴시스]토니 에스텡게 2024 파리 올림픽조직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파리 기자회견에서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스텡게 위원장은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수상 개막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1.12.14


체육회 관계자는 "회원국 의견수렴은 절차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다. OCA가 조직위원회와 협의해서 진행하면 그렇게 (러시아·벨라루스가 참가하도록 허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회원국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OCA의 입장이 약간 달라질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초청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상황을 봐서는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가 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취소될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생각한다)"라고 내다봤다.

또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 호주, 뉴질랜드가 참가했을 당시에도 의견수렴 절차 등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 초청받아 대회에 참가했다.

대한체육회 "한국 선수 피해 없어야"

대한체육회는 OCA에 질의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한국 선수의 올림픽 출전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체육회는 이르면 이번 주 OCA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해 공식 질의서를 발송한다는 방침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러시아·벨라루스 출전으로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에 출전을 허가하고, 운영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정리해 OCA에 질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OCA는 두 국가 선수에게 성적 메달을 지급하지 않고 랭킹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올림픽 출전에 할당되는 아시아 쿼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CI.

대한체육회 CI.


하지만 올림픽 출전 기준은 종목별로 제각각 다른 만큼 추후 각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태권도, 유도 등 토너먼트로 경기를 진행하는 종목의 경우에서는 더욱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토너먼트 대진에서 별도로 두 국가끼리만 경기를 펼치는 방식이 아니라면 이들 국가 선수와 만나는 아시아 선수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OCA는 두 국가의 선수가 어떤 종목에 참가하는지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대한체육회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부분도 고려해 세부적인 운영 방식을 물을 것"이라며 "OCA의 답변이 어떻게 오는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 국가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초청 자격이긴 하지만 향후 두 국가 선수들의 파리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더해줄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유럽 쿼터일지 어떤 (기준의)쿼터일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벨라루스에게)어떤 식으로 자격을 부여할지는 국제연맹(IF)하고 협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또 "OCA에서 IOC와 협의한다고 하는 부분은 파리올림픽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식으로든 출전권 부여를 위한 세부 방안을 세우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AG 통해 환기 나서는 러시아·벨라루스…'분쟁화' 조짐에 한국은 난감

하지만 유럽의 경우 입장이 다르다. 앞서 유럽올림픽위원회(EO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를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유럽의 아시안게임 격인 2023 유러피언 게임에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FIFA와 UEFA가 1일(한국시간) 러시아를 축구계에서 퇴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FIFA와 UEFA 주관으로 치러지는 모든 대표팀 및 클럽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출처=FIFA 공식 홈페이지) 2022.03.01. *재판매 및 DB 금지

FIFA와 UEFA가 1일(한국시간) 러시아를 축구계에서 퇴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FIFA와 UEFA 주관으로 치러지는 모든 대표팀 및 클럽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출처=FIFA 공식 홈페이지) 2022.03.01.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체육계에서 고립된 상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유럽축구연맹(UEFA) 등을 통한 국제대회 진출이 막혀 카타르월드컵 등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줄줄이 외면당해온 러시아와 벨라루스 체육계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면 일단 선수단에 국제대회 경험을 제공한다는 소득을 거둘 수 있다.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체육계 내부에 쌓인 불만을 해소할 기회가 되는 셈이다.

2017년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호주와 뉴질랜드는 순전히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경우였다. 국제대회 출전 자체도 선수단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IOC가 집행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성명을 통해 "어떤 선수도 러시아나 벨라루스의 여권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출전이 금지돼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는 올림픽 헌장에 따라 차별 없이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며 "중립국 선수 신분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옹호하는 입장을 표했다.

[서울=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스포츠계 지원 방안 논의 후 공동회견 하고 있는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쳐). 2022.07.03.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스포츠계 지원 방안 논의 후 공동회견 하고 있는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쳐). 2022.07.03.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자칫 외교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는 이번 사안에 우리나라가 강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체육회 역시 한국 선수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두 국가의 올림픽 출전이라는 문제를 놓고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OCA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파리올림픽 참가를 두고 사실상 지지 의사를 보낸 가운데 IOC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출전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국제적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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