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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MB청와대, 故노무현 '망신 주기' 방침 정했다고 들어"

등록 2023.03.17 14:48:00수정 2023.03.17 15: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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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수사' 이인규 前중수부장 회고록서 폭로

"정동기 '명품시계 흘려 도덕적 타격 주라' 압력"

정동기 "시계 관련 소식, 언론 보고 알아" 부인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7월14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 당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조수정기자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7월14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 당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조수정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를 출간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 전 부장은 수사 일화 중 당시 이명박(MB) 정권이 "노 전 대통령 망신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오는 20일 조갑제닷컴을 통해 출간하는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서 "이명박 정권은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당시 정동기 민정수석과의 통화 일화를 공개했는데, 정 전 수석이 2009년 4월10일께 전화를 걸어와 "불구속하되, 피아제 명품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에게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정도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며 불구속 의견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명품시계 수수 사실을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라는 대목은 몹시 귀에 거슬렸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수석님! 수사에 간섭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하니, 정 수석이 놀랐던지 "참고하라고 한 말이니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라"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무렵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망신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도 했다.

이 전 부장은 같은 해 4월14일 퇴근 무렵, 국가정보원에서 검찰을 담당하는 강기옥 국장과 대검찰청을 출입하는 권재표 요원이 찾아와 '부정부패 척결이 좌파 결집의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방문조사와 불구속을 요구하고 다시 '명품시계 수수 사실은 언론에 공개해 도적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도 적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장은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심지어 명품시계 수수 사실을 공개해 '도적적 타격'을 주라니, 검찰이 자기들처럼 공작이나 하는 기관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모욕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이에 자신이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쓸데없이 개입이나 하고,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하니 "저희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오지 않은 것으로 해주십시오"라고 말한 후 황급히 돌아갔다고 이 전 부장은 밝혔다.

이 전 부장은 업무일지에 강 국장으로부터 받은 명함을 붙인 뒤, 그 아래 강 국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메모해뒀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8년 4월10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 도중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을 봉하마을로 방문 조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검찰총장에 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안가에서 임채진 검찰총장을 만나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더니 임 총장이 '중수부장이 내 말을 전혀 안 듣는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을 제시하며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되 명품시계 수수 사실은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자고 한 말은 숨겼다"고 했다.

다만 정 전 수석은 이 같은 이 부장의 회고록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 정 전 수석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소위 말하는 '논두렁 시계' 관련 이야기를 난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이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부장은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문재인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 무능했다"며 "부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더욱이 그가 변호하고 있는 사람은 일반 피의자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도록 보호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변호사는 수사 책임자인 나는 물론 수사팀 누구도 찾아오거나 연락을 해온 적이 없다"며 "언론에 검찰 수사에 대해 비난만 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고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 한 장 제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저서 '운명'에서 "박(연차) 회장의 진술 말고는 증거가 없었다. 대통령과 박 회장의 말이 서로다른데, 박 회장의 말이 진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 것에 대해, "검찰 수사 기록을 보지도 못했고, 검찰을 접촉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의견서 한 장 낸 적이 없는 문 변호사가 무슨 근거로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미국 주택 구입 사실이 밝혀져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나는 등 스스로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하소연할 만큼 궁지에 몰렸다.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변호사 마저 곁에 없었다. 이게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책머리에'를 통해 이 같은 회고록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그 분들로 하여금 잊고 싶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다. 미리 양해와 용서를 구한다"며 "그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국민께 사실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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